'AG 피겨 금' 최다빈, 기대주 넘어 간판으로

박영진 2017. 2. 2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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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 동갑내기 김나현 기권으로 대회 출전 기회 잡아

[오마이뉴스박영진 기자]

 최다빈 연기 모습
ⓒ 박영진
'피겨 기대주' 최다빈(수리고)이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냈다.

최다빈은 동계 아시안게임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최다빈은 지난 25일 오후 일본 삿포로 마코마나이 빙상장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 피겨스케이팅 여자싱글 경기에서 클린연기로 187.54점을 기록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그동안 꾸준히 시니어의 대표로 국제대회에 도전장을 냈던 그녀는 이젠 기대주가 아닌 한국 여자피겨를 이끄는 간판이 됐다.

뒤늦게 잡은 기회, 역사를 만들어 냈다

최다빈은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을 예정이었다. 이번 대회 출전권은 지난해 11월 회장배 랭킹대회의 결과에 따라 김나현(과천고)과 박소연(단국대)이 출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박소연이 12월에 발목 부상으로 이후의 모든 국내 및 국제대회의 출전을 포기했다. 그리고 차순위인 최다빈이 뒤늦게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불과 지난주 강릉에서 열린 4대륙 선수권에 출전한 뒤 1주일 만에 또 다시 대회에 참가하는 강행군이었다.

그러나 최다빈은 오히려 훨훨 날아올랐다. 쇼트프로그램부터 최다빈은 빛났다. 지난 4대륙선수권부터 새로운 쇼트프로그램인 '라라밴드 OST'에 맞춘 깜찍한 연기를 선보였다. 세 가지의 고난이도 점프 요소는 모두 완벽했고 흠잡을 곳이 없었다. 반면 경쟁자들은 모두 실수 연발이었다.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홍고 리카(일본), 리지준(중국)은 모두 점프에서 실수가 나오면서 뒤로 밀렸다. 그 가운데 최다빈만이 클린연기로 선두로 나섰다.

그리고 뒤를 이어 프리스케이팅에선 강한 정신력까지 입증했다. 쇼트프로그램 순위 역순에 따라 최다빈은 가장 마지막에 등장했다. 바로 직전 홍고 리카가 연기를 하면서, 일본 관중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기에 최다빈에겐 더욱 긴장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다빈은 오히려 대담했다. 첫 점프 트리플러츠-트리플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부터 완벽했고 초반부의 세 개의 점프를 모두 순조롭게 해냈다. 또한 후반부에도 안정감 있는 연기력을 보이며 모든 점프를 성공했고 결국 마지막 레이백 스핀까지 하나의 실수도 없는 연기를 보여줬다. 음악이 끝나자 최다빈은 두 주먹을 불끈쥐며 기뻐했다.

기복없는 연기력과 강한 정신력이 강한 강점으로 꼽히는 최다빈은 이번 대회에서도 자신의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결국 새 역사를 만들어 냈다.

노력이 만들어낸 금메달

올 시즌 최다빈은 그 누구보다 많은 변화와 도전의 시기를 겪었다. 뛰어난 기술에 비해 부족했던 표현력을 극복하기 위해 크리스티 파시(독일)를 새로운 코치로 맞이해 두 번의 그랑프리 시리즈를 치러냈다. 특히 뒤늦게 잡은 그랑프리 6차를 나가기 전에는 프리스케이팅의 편곡과 안무를 대폭 수정해냈다. 시즌 초반 B급 대회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던 그녀가 만회를 하고자 첫 변화를 준 순간이었다.

이어 종합선수권 이후에는 오랜 기간 함께해온 지현정 코치의 품에서 떠나 새로운 이은희 코치에게로 팀을 옮겼다. 스케이팅 스킬과 비점프 요소 지도가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 이 코치에게로가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우고자 했다. 또한 지난주 4대륙 선수권을 앞두고는 기존자신의 쇼트프로그램이었던 '맘보'를 과감히 버리고, '라라밴드 OST'에 맞춘 새 프로그램을 짜왔다.

이런 변화는 대성공이었다. 4대륙 선수권에서 쇼트프로그램 클린 연기를 하면서 기존의 낮았던 구성 점수를 2점 가량 끌어올린 결과를 얻었다. 또한 프리스케이팅 역시 마지막 그룹에 속하면서 약 5점 가량 구성점수가 상승했다. 최다빈으로선 그 어떤 결과보다도 값진 결실이었다.

이러한 노력은 결국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로 이어졌다. 이번 대회 역시 4대륙 선수권과 비슷한 구성점수를 받아내면서, 최다빈의 평가가 한층 높아졌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친구로부터 받은 세계선수권 기회, 평창의 문을 연다

최다빈은 4대륙선수권을 끝으로 올 시즌을 마감할 예정이었지만, 아시안게임에 이어 오는 3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대회에도 출전한다. 원래 이 대회는 종합선수권 결과에 따라 김나현이 출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나현이 종합선수권 직전부터 발목 부상이 심해지지면서 결국 고심 끝에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김나현은 4대륙선수권에서도 프리스케이팅에 기권했고, 이번 아시안게임도 고군분투했지만 아쉬운 결과를 냈다. 자신에게 있어선 첫 세계선수권 기회였지만, 이번 대회가 평창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있는 만큼 자신의 영광보다는 컨디션이 더 좋은 선수가 나가 보다 많은 티켓을 따오는 것을 우선시했다.

김나현의 결정에 따라 최다빈이 이제 그 어깨를 짊어지게 됐다. 최다빈은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첫 데뷔전임에도 14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봤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세계 정상들과의 격차도 상당하다는 것을 실감해야만 했다. 특히 부족했던 표현력과 구성점수의 한계가 너무나 뚜렷했다.

최다빈은 두 번째 세계선수권에서 이를 극복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꾸준히 발전해온 최다빈의 노력이라면 분명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10위 이내에 들 경우 평창 올림픽 출전권이 2장, 2위 이내에 들 경우 3장이 주어진다. 최다빈의 목표는 10위 이내에 드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10위 이내에 들기란 쉽지 않다. 현재 세계 여자피겨를 주름잡고 있는 러시아 선수 3명을 비롯해 미국, 일본 선수들도 모두 3명이 출전한다. 여기에 캐나다 선수를 비롯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최다빈과 함께 시상대 나란히 선 리지준(중국), 엘리자베타 뚜르진바예바(카자흐스탄) 등도 모두 10위 이내에 충분히 들 수 있는 선수들이다. 또한 소치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도 평창을 목표로 복귀를 선언해 이미 국제대회에 출전했고, 유럽선수권 3위에 오를 만큼 실력이 건재하다.

모든 상황이 쉽지 않지만 최다빈은 두 번째 세계선수권에서도 아시안게임처럼 자신의 실력을 온전히 은반 위에 보여주고 나오겠다는 각오다. 부상으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동갑내기 친구 김나현의 몫까지 다해 친구의 아쉬움까지 달래주려고 한다. 그리고 평창을 향한 관문을 스스로의 노력과 힘으로 해내는 데 도전한다.

공교롭게도 7년 전인 2010년 2월 25일은 김연아가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228.56점의 전대미문의 세계 신기록으로 한국 피겨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쥔 날이었다. 그리고 7년후인 오늘 김연아를 동경하며 성장해온 김연아 키즈 중 한 명이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을 따내며 아시아의 별이 됐다. 선배 김연아가 벤쿠버 올림픽 직전 일본 도쿄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애국가를 울린 것처럼, 후배 최다빈 역시 금메달을 거머쥐고 삿포로에 당당히 애국가를 울리게 했다.

아시안게임을 통해 최다빈은 이제 기대주라는 꼬리표를 떼고 어엿한 한국 여자피겨의 간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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