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미풍아①] '불어라 미풍아', 어쩌다 '속여라 박신애'가 됐나

[OSEN=유지혜 기자] MBC 주말드라마 ‘불어라 미풍아’가 어떻게 하다 ‘속여라 박신애’가 되어버린 걸까. 아쉽기 그지없다.

오는 26일 53회로 종영하는 ‘불어라 미풍아’는 왈가닥 탈북녀 김미풍(임지연 분)과 서울 촌놈 인권변호사 이장고(손호준 분)가 천억 원대 유산 상속 등을 둘러싼 갈등을 극복해가며 진정한 사랑과 소중한 가족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드라마는 애초 남남북녀의 러브스토리와 애달픈 이산가족의 심정을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내겠다는 각오로 출발했다. 탈북자가 주인공으로 나서 신선함을 줬던 ‘불어라 미풍아’는 기대와는 달리, 따스한 가족극으로 남을 수는 없었다.

주인공이 되어야 할 김미풍과 이장고는 ‘불어라 미풍아’에서 가장 유약한 존재였다. 김미풍은 늘 허술한 사기에 당했고, 이장고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탈북녀, 인권 변호사 등 김미풍과 이장고가 가진 흥미로운 요소들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이들을 그저 당하기만 하는 수동적인 캐릭터로 만든 것이 ‘불어라 미풍아’의 가장 아쉬운 점이었다.

그에 반해, 악녀 박신애(임수향 분)에게는 지나치게 힘이 쏠렸다. 박신애는 ‘불어라 미풍아’에서 누구도 쓰러뜨릴 수 없는 존재처럼 그려졌다. 박신애가 주변 사람을 속이는 것에만 집중하니 서사가 단조로워질 수밖에 없고, 결국 이를 극복하고자 매회 더욱 자극적인 설정들이 등장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자연스럽게 반인륜적인 사건들이 발생해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박신애는 김미풍 가족과 김덕천(변희봉 분)을 만나지 못하게 방해했고, 가짜 손녀 행세를 했으며, 남편에게 딸의 존재를 숨겼다. 손녀의 증표인 반지를 가로채기 위해 주영애(이일화 분)를 밀고 도망가고, 사기를 치고, 김대훈(한갑수 분)을 납치해 돈을 요구하는 등 박신애의 행동에는 범죄도 수두룩했다.

그럼에도 ‘불어라 미풍아’는 소정의 성과를 거뒀다. 일단 시청률이다. 지난 19일 방송된 '불어라 미풍아' 51회는 전국 기준 26.6%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박신애의 악행이 드러나고 점차 그가 허물어지는 과정이 그려진 막판에는 연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거기에 배우들의 연기도 남았다. 임지연은 탈북녀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위해 평소에도 북한 사투리로 대화를 하는 등 끊임없는 노력을 한 끝에 무사히 53회를 이끌어갈 수 있었고, 손호준은 생애 첫 멜로 연기에 도전하며 배우로서 한 걸음 성장하는 계기를 맞았다.

임수향은 부상으로 ‘불어라 미풍아’를 떠난 오지은 대신 박신애로 중간 투입됐지만, 악녀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늘 표독스럽기만 한 악녀 대신, 때때로 너무 멀리 와버린 자신에게 연민과 후회를 느끼는 캐릭터로 박신애를 그려낸 임수향은 ‘불어라 미풍아’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결국 ‘불어라 미풍아’는 ‘속여라 박신애’로 남게 됐지만, 막판에는 악녀의 모든 악행이 드러나고 벌을 받는 권선징악 전개로 흘러가며 주말극의 미덕을 보였다. 하지만 ‘막장극’이라 비판 받는 주말극의 전형에서 한 걸음 떨어져, 새로운 주말극이 나와야 할 때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 yjh0304@osen.co.kr

[사진] ‘불어라 미풍아’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