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朴탄핵심판, 되돌아본 '80일'간의 역정

김일창 기자 입력 2017. 2.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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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재판부'·'대공지정'·'8인 체제'·'막말변호' 등
27일 최종변론 후 선고만 남겨..결과 전국민 관심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던 날 청와대가 보이는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앞 대형 전광판 . 2016.12.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이 26일 정확히 80일을 맞았다. 준비절차 3회와 변론 16회를 거치며 최종변론과 선고만 남겨둔 상황에서 온 국민이 주목했던 탄핵심판 주요 장면을 살펴봤다.

◇2016년 12월, 12년 전 '탄핵심판' 다른 모습으로 돌아오다

헌정 사상 두 번째로 진행되는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사건과 다르게 쟁점이 많고 복잡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9일 국회의 박 대통령 탄핵소추의결서를 접수하며 본격적인 심리에 나섰다. 접수 당일은 강일원 재판관과 김이수 재판관이 해외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헌재는 우선 7명의 재판관이 모여 첫 재판관 회의를 열었다.

강 재판관이 10일 귀국하며 8인 체제가 된 헌재는 나흘 뒤 강 재판관과 이진성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을 수명(受命)재판관으로 지정했다.

수명재판관은 탄핵심판 준비절차를 주재하며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 사건의 쟁점을 정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우선 22일과 27일, 30일을 '준비절차기일'로 지정한 수명재판부는 첫 기일에서 국회가 제출한 탄핵소추 사유 13가지를 다섯 개의 유형으로 정리했다. 아울러 소추사유 중 하나인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의 행적에 대한 구체적 석명을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에 요구했다.

준비절차기일을 통해 수명재판부는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문고리 3인방' 정호성·이재만·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 윤전추·이영선 청와대 행정관 등 7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준비절차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은 검찰이 갖고 있던 최씨 등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된 인물의 수사기록을 헌재가 받을 수 있는지였다.

'재판부는 결정으로 국가기관 등에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지만 재판·소추 또는 범죄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에 대하여는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고 규정된 헌재법 32조를 근거로 박 대통령 측이 이의신청서를 제출했지만, 헌재는 26일 기록을 넘겨받았다.

박 대통령과 대리인단은 29일 첫 만남을 갖고 향후 대응책을 논의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재임중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3회 공개변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7.1.1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2017년 1월, 본격 변론…증인 잇단 불출석·박한철 소장 퇴임 등

새해는 박 대통령이 기자간담회를 하면서 시작됐다. 1회 변론을 이틀 앞두고 전격 이뤄진 이 간담회는 박 대통령이 권한 정지 이후 첫 언론과의 접촉이라 큰 관심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본격 변론이 시작된 1월은 채택된 핵심 증인들이 헌재에 출석하지 않으며 '맹탕' 재판이 종종 진행돼 국민의 거센 비판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채택된 증인이 출석요구서를 받지 않을 경우 헌재가 출석하게 할 법적 근거가 없어 헌재법을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첫 변론은 박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으며 시작 9분 만에 끝났다. 헌재법 52조는 당사자가 불출석할 경우 다시 기일을 정하고, 그 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으면 출석 없이 심리할 수 있다고 규정해 놓았다.

대신 1회 변론에서는 재판장이던 박한철 당시 소장의 발언 속에 묵직한 고사성어 하나가 담겨 있었다. 바로 '대공지정'(大公至正 아주 공변되고 지극히 바름).

박 소장은 "헌재는 이 사건이 헌법질서에서 가지는 엄중한 무게를 깊이 인식하고 있다"며 "대공지정의 자세로 엄격하고 공정하게 최선의 심리를 다하겠다"고 천명했다.

5일 2회 변론은 채택된 증인 4명 중 윤전추 행정관만 출석해 신문을 받았다. 증인으로 채택된 이재만·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은 증인출석요구서를 받지 않으며 간접적으로 출석 거부 의사를 밝혔고, 이영선 행정관은 불출석사유서를 냈다.

두 비서관은 열여섯 차례 변론이 진행되는 동안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재판부는 직권으로 이들을 증인 취소했다.

10일 열린 3회 변론도 정 전 비서관과 안 전 수석, 최씨의 불출석으로 재판 총 시간이 약 1시간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이날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세월호 7시간 행적'에 관한 답변서를 헌재에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석명이 미흡하다"며 다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 '집무실'에서의 근무가 합법적이라는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주장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1월 셋째주는 헌재가 세 차례의 변론을 진행하며 심리에 박차를 가하던 한 주였다.

특히 16일 5회 변론은 최씨와 안 전 수석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지며 양 측 대리인단의 치열한 수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변론은 12시간 넘게 진행되며 박 대통령 탄핵심판 중 최장 변론 시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17일 6회 변론은 증인으로 채택된 더블루K의 고영태 전 이사와 류상영 부장이 불출석하며 증거조사 절차만 진행된 뒤 마무리됐다. 이들 역시 끝내 헌재에 출석하지 않아 재판부는 직권으로 증인취소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증인으로 나선 차은택씨에게 최씨와 고 전 이사의 부적절한 관계를 집중적으로 물으며 사건 자체가 고 전 이사 일당의 음모로 시작된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25일 9회 변론은 탄핵심판에서 마지막으로 '9인 재판관 체제'로 진행된 재판이었다. 박 전 소장의 발언을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문제 삼으며 재판부와 대리인단 사이에 공방이 있기도 했다.

박 전 소장은 변론을 시작하며 "국가적으로 매우 위중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이 소장이 없는 공석 사태로 불가피하게 계속 진행될 수밖에 없고 또 한 분의 재판관 역시 3월13일 임기가 만료된다"고 우려를 나타내며 "헌재 구성에 더 이상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늦어도 3월13일 전까지는 이 사건 최종 결정이 선고돼야 할 것"이라고 양측 대리인에 거듭 당부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공정성 의심'을 운운하며 곧바로 박 소장에게 강한 유감을 표했고, 그 강도가 지나치자 박 소장은 "무례하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증인신문이 모두 끝날 때까지 헌재가 선고 날짜를 못 박아두고 사건을 심리한다며 '공정성 의심'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정규재 TV'에 출연해 권한 정지 이후 처음으로 언론 인터뷰를 했다. 이 자리에서도 박 대통령은 자신과 관련된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비선실세' 최순실씨(61·구속기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증인신문을 위해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출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17.1.16/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2017년 2월, 원칙 천명하며 확고해진 헌재…최종변론·선고만 남았다

박 전 소장이 퇴임하며 헌재는 '8인 재판관 체제'가 됐다. 헌재는 재차 공정성과 신속성을 강조했지만, '탄핵열차'가 점점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박 대통령 측 일부 변호사는 도를 넘는 행동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마지막 증인 신문이 있던 22일 16회 변론에서 보인 박 대통령 측 김평우 변호사의 변호는 그중 으뜸이었다.

뒤늦게 박 대통령 대리인단에 합류한 그는 이날 변론에서 강 주심 재판관을 향해 '국회 측 수석대리인'이라고 칭하는가 하면 '공정한 심리를 안 하면 시가전이 생기고 아스팔트가 피로 덮일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막말 변호'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또 다른 대리인인 조원룡 변호사는 강 재판관에 대한 기피 신청을 기습적으로 재판부에 냈으나 각하 당했다.

그러나 대표 대리인인 이중환 변호사는 이들의 변호가 '각자 대리'의 하나로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른바 '재판 지연'으로 일컬어지는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전략이 계속 되자 헌재는 원칙을 내세우며 '대공지정'의 자세를 유지했다.

계속 불출석하는 증인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증인 소환을 하지 않겠다고 했으며, 출석요구서를 받지 않는 신청 증인의 경우는 신청인에게 그 철회를 끌어냈다.

박 대통령 출석과 관련해서는 기한을 한 차례 고지한 다음 "최종변론이 끝나고 출석 의사를 밝혀도 기일을 잡지 않는다"고 명확한 입장을 천명했다.

그러나 모든 사안을 칼 같이 자른 것은 아니다. 때로는 박 대통령 측의 입장을 수용하는 여유를 보여줬다.

처음 고지한 '최종변론기일=24일'을 박 대통령 측 요구에 따라 27일로 연기한 것이 대표적이다.

1일 10회 변론에서 박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 15명 중 8명을 채택한 것도 대표적 사례다. 헌재 안팎에서는 재판부가 증인 신청을 대거 기각할 것이라고 예상되던 것이 당시 상황이었다.

80일의 대장정 끝에 이제 박 대통령 탄핵심판은 최종변론과 선고만 남겨둔 상황이다. 박 대통령 '하야설'과 대리인단의 '전원사퇴론' 등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탄핵열차가 '인용'역에 다다를지 '기각'역에 다다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단 소속 김평우 변호사가 22일 오후 탄핵심판 제16회 변론을 마친 뒤 귀가하며 취재진을 향해 고성을 지르는 것을 서석구 변호사가 말리고 있다. 2017.2.22/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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