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과 '태극기' 사이를 나눈 450m '비무장 지대'

고준혁 2017. 2. 25. 22:1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인천 연수구에서 부인과 함께 25일 진행된 '17차 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에 참가한 남모(42)씨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과 중구 서울 시청 사이 텅 빈 도로를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촛불집회에선 마술사 이은결씨의 '탄핵 마술쇼'와 시민들의 '부부젤라 공연'이 이어지는 등 축제에 가까운 행사가 이어진 반면 태극기 집회에선 애국가나 아리랑 등 국가나 민족과 연관되거나 멸공의 횃불, 진군가 같은 군가가 흘러 비장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警, 서울·광화문광장 사이 '버스 줄' 2개 세워 '완충 지대' 만들어
시민들, 버스 줄 중간 '좁은 문' 통해 나온 뒤 인도로만 이동
촛불, '탄핵 마술쇼' 등 축제 분위기..태극기, 폭력사태 등 험악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을 맞은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된 ‘17차 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와 중구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14차 탄핵무효 태극기 집회’ 사이에 약 450m 정도되는 왕복 5차로에 경찰버스 차벽을 세우는 등 경찰들이 시민 진입을 막고 있다. (사진=김무연 기자)
[이데일리 고준혁 김무연 기자] “여긴 ‘비무장 지대’ 같은 곳이네요”

인천 연수구에서 부인과 함께 25일 진행된 ‘17차 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에 참가한 남모(42)씨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과 중구 서울 시청 사이 텅 빈 도로를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남씨는 이어 “남북한으로 갈라진 비극의 역사를 보는 듯해 안타깝다”고 한탄했다.

박근혜 대통령 4주년을 맞은 25일 탄핵을 인용을 요구하는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과 기각을 촉구하는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이 각각 집회 진행한 장소 사이 비무장 지대를 연상케 하는 공간이 생겼다. 양측 주장이 날카롭게 대립하는 만큼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일종의 ‘완충 공간’을 만든 것이다.

경찰은 서울 지하철 1·2호선 시청역 4번 출구부터 동화 면세점까지 450m 정도 되는 왕복 5차로의 출입을 원천 봉쇄했다. 경찰 버스를 간격 없이 줄 세워 버스 차벽 두 개를 놓는 방법으로 빈 공간을 만들어 양측 간격을 벌렸다. 시민들은 긴 버스 줄 중간, 성인 3명 정도가 지날 수 있는 틈을 통해서만 촛불과 태극기를 사이를 오고갔다. 남·북을 육로로 오갈 수 있는 통로인 판문점인 셈이다. 경찰은 이 비무장지대를 둘러쌓고 혹시라도 도로 쪽으로 나오는 시민들을 막고 인도로만 이동하도록 했다.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는 남한과 북한처럼 판이한 분위기를 각각 형성했다. 촛불집회에선 마술사 이은결씨의 ‘탄핵 마술쇼’와 시민들의 ‘부부젤라 공연’이 이어지는 등 축제에 가까운 행사가 이어진 반면 태극기 집회에선 애국가나 아리랑 등 국가나 민족과 연관되거나 멸공의 횃불, 진군가 같은 군가가 흘러 비장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박영수 특검 죽여라”, “손석희 개XX” 등 과격한 언행도 이어졌다.

한편 이날 태극기 집회 참가자인 이모(68)씨는 인화성 액체가 들어 있는 2ℓ짜리 통 2개를 들고 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며 ‘이게 나라냐’ 등이 적힌 전단을 뿌린 양모(69)씨는 해병대 군복을 입은 남성들에게 폭행을 당해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고준혁 (kotaeng@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