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9000명의 '개죽음'을 확인하다

고상만 인권운동가 2017. 2. 2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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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 연극 <이등병의 엄마> 를 만들고 싶습니다

[고상만 인권운동가]

 생각지도 못한 연락을 받은 때는 2013년 2월의 일이었다. 19대 국방위 소속이었던 김광진 국회의원이 나에게 전해 온 제안은 너무도 뜻밖이었다. 자신이 국방위원으로 일하는 동안 의무복무 중 사망한 군인의 인권 문제에 대한 진전을 이루고 싶다며 '제가 가진 국회의원의 권한으로 함께 이 일을 해 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었다. 내가 2년 1개월간 김광진 전 의원과 함께한 계기였다.

흩어진 군 의문사 유족을 하나로 묶어라!

이후 우리는 최고의 파트너로서 군 인권 분야에 있어 적지 않은 변화를 일궈 냈다는 의정 평가를 받았다. 김광진 전 의원의 진심이 빛을 볼 수 있어서 기쁜 일이었다. 무엇보다 이를 통해 한 해 평균 27만 명의 청년이 의무복무를 위해 입대하고 그렇게 입대한 군인 중 매년 평균 150여 명의 군인이 사망하고, 그중 3분의 2는 '자살로 처리되는' 나라에서 사병의 목숨이 귀한 가치를 받는 나라가 되도록 촉구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었다.

이를 위해 내가 한 일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군에서 가족을 잃은 군 의문사 피해 유족을 하나의 단체로 묶어 내는 일이었다. 저 거대한 국방부 권력에 맞서 군 의문사 피해 유족이 이기려면 우리 역시 하나의 힘으로 모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한 분 한 분의 군 의문사 피해 유족 연락처를 얻어 나가기를 두어 달. 마침내 2013년 5월 23일이었다. 그날 나는 유족분들에게 국회로 모이자는 제안을 했다. 그렇게 해서 열리게 된 이 날 행사의 명칭, '저는 군대에 자식을 보낸 죄인입니다'였다.

그다음에 한 일은 1948년 대한민국 군대가 만들어진 후 오늘까지 얼마나 많은 군인이 아무런 국가적 예우도 없이 죽어 갔는지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부연하자면, 우리나라에서 '순직 결정을 받지 못한 군인의 죽음'은 사람의 죽음으로 예우받지 못했다. 그래서 군 복무 경험자라면 한 번씩은 들어 봤을 그 참혹한 지칭, 바로 '개죽음'이었다. 누군가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개죽음이라는 단어가 뭐냐?"며 따지기도 하는데, 국어사전에서 보면 '개죽음'이라는 단어의 뜻은 이렇다. '아무 가치 없는 허망한 죽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이렇듯 허망하게 군인이 사망할 경우 군은 가족에게 그 아들의 시신을 인계하는 것으로 그 책임을 다했다. 그야말로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의 피눈물만 가슴에 남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군인의 죽음을 '사람의 죽음'으로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또 어떤 이들은 "군 복무 중 자살한 군인까지 국립묘지에 안장해 주는 것은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경우도 있다. 이는 정말 모르는 소리다. 우리나라는 징병제 국가다. 가고 싶어서 가는 곳도 아니고, 보내고 싶어 보내는 곳도 아니다. 병무청이 현역 복무로 판정하면 피할 길이 없어 가는 곳이 사실 군대다. 그런데 그렇게 입대한 군인이 군 헌병대 수사 결론처럼 '자살했다면',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국가의 잘못이다. 그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첫째는 '징병을 잘못한 죄'다. 군인이 되어서는 안 될 사람을 잘못 징병하여 죽게 한 죄. 그런데 징병은 잘했는데 사망했다면 이 역시 국가가 책임질 일이다. '관리를 잘못한 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입대한 군인이 사망했다면 그 사병의 입대 후 생사는 전적으로 국가의 책임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 다음 스토리펀딩 '연극 '이등병의 엄마' 표를 사주세요' 연재 중.

밝혀진 진실, 예우 없이 죽어 간 군인 최초 확인

그래서 도대체 이처럼 그간 죽어 간 군인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싶어 나는 국방부에 그 통계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그런데 요구서를 보낸 다음 날이었다. 통상 10일 후에야 답변이 오는데, 단 하루 만에 반응이 온 것이었다. 그래서 기대하고 받은 전화 내용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요구한 자료를 보내 드릴 수 없다"는 답변이었다. 황당해서 그 이유를 물으니 그 답이 더욱 기가 막혔다. "지금까지 군에서 자살, 또는 변사로 처리된 군인의 통계는 우리는 관리하지 않아 모른다"는 것 아닌가. 그 말에 나는 큰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항의했다. "국민의 귀한 자식을 데려가 지켜 주지 못해 죽었는데, 그렇게 죽어 간 군인이 얼마나 되는지 국방부가 관리조차 하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국방부 입장에서는 63만 명의 군인 중 고작 한 명에 불과할지 모르나 그들의 부모에게는 또 하나의 하늘이요, 유일한 땅인데, 그런 귀한 남의 자식을 그 부모에게 돌려보내 주지도 못하면서 누가, 얼마나, 왜 죽었는지 관리조차 안 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다그쳤다. 나는 자료 제출을 할 수 없다는 국방부 담당자에게 "지금까지 그 통계가 없었다면 이번 기회에 국방부가 그 정확한 숫자를 파악해라. 그것이 옳다. 그렇게 해서 반드시 요구한 기일 안에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강조한 후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치밀어 오르는 화는 참을 수 없었다. 슬펐다. 눈물이 났다. 도대체 왜 국방부는 군인의 목숨을 함부로 대할까. 정말 군 당국의 태도를 납득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더욱 궁금해졌다. 과연 국방부는 자료를 제출할까. 그리고 제출한다면 그동안 관리조차 하지 않았다는 그 '개죽음'의 숫자는 얼마나 될까.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던 어느 날, 업무 메일에 메시지 표시가 떴다. 국방부 자료 제출 담당관이었다.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 문서를 클릭했다. 그래서 보게 된 슬픈 숫자. '약 3만 9000명'.

1948년 군 창설 이래 2012년까지 66년간 '군 복무 중 사망했으나 국가로부터 아무런 예우도 받지 못한 채 사라져 간 군인의 숫자'를 '최초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누구는 '대를 이어' 군 복무를 기피하고도 국무총리가 되었고, 또 누구는 가려워서 군 복무를 면제받았으나 '대통령 권한대행'까지도 되는 나라. 또 누군가는 국적 이탈과 변경으로 매년 수만 명이 군 복무를 회피하는 나라이지만, 나는 그들을 비난하지 않겠다. 다만 '군 복무를 회피한 당신 대신'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입대했다가 죽어 간 이 죽음에 대해 국가는 반드시 예우해야 한다. 국민이 의무를 다했다면, 그다음엔 국가가 그 의무를 해야 마땅한 일이기 때문이다.

연극 <이등병의 엄마>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바로 이 연극, <이등병의 엄마>다. 의무 복무로 입대하는 아들과 그 아들을 잃고 절망에 빠진 엄마가 아들의 사인을 밝혀 나가는 실제 사연을 모티브로 한 연극을 통해 군 의문사 문제를 공론화하고자 이 연극을 기획했다. 드라마 속 '삼순이 아버지'로 알려진 배우 맹봉학 씨가 실제 유족의 연기 지도를 맡을 예정이며, 음악 감독은 미디어협동조합 임대웅 피디가 맡아 감동을 일궈 낼 것이다. 오는 4월 18일부터 일주일간 서울 대학로 소극장에서 관객과 만나게 될 이 연극을 내가 만들려는 이유는 또 있다. 그것은 상처받은 유족의 마음을 치유하는 일이다.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마음의 치유는 고사하고 자살한 사실만 인정하라고 다그치는 국방부에 맞서 연극으로 그 유족의 마음을 치유하고 싶은 것이다. 이 연극을 여러분의 힘으로 함께 만들어 주실 것을 청한다. 방법은 쉽다. 여러분이 티켓을 먼저 사면, 그 예산으로 연극 <이등병의 엄마>를 만들어 4월에 초대하려는 것이다.

3만 원을 후원하면 연극 초대권 1장과 '대한민국 군 인권을 말한다' 인권 강연에 참여할 수 있다. 5만 원 후원은 연극 초대권 2장과 강연 초청, 그리고 10만 원 후원은 연극 초대권 2장과 책 <그날 공동경비구역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고상만 지음, 책으로여는세상 펴냄) 한 권 및 강연 초청, 15만 원을 후원하면 연극 초대권 4장과 도서 한 권 및 인권 강연에 함께하실 수 있다.

후원 계좌는 신한은행 110-295-553595(고상만)이며, 입금 후 rights11@hanmail.net로 성명·주소·휴대 전화 번호를 보내면 연극 초청 및 리워드 선물을 받을 수 있다. 이런 힘으로 대한민국 군인 인권을 다시 세울 것을 약속드린다. 더 좋은 군대, 다시는 억울하게 아이를 잃고 절규하는 엄마가 없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그날을 위해 진심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

고상만 인권운동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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