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L생활법률] 회식서 쌍방 폭행..어떻게 처벌받나?

장윤정(변호사) 기자 2017. 2. 25.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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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각자가 피해자이자 가해자..맞은 데 대응해 때렸어도 '상해'입히면 더 무거운 처벌받을 수 있어

[머니투데이 장윤정(변호사) 기자] [편집자주] 'theL생활법률'은 일상 생활에서 궁금할 수 있는 법적 쟁점에 대해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 드리는 코너입니다. thel@mt.co.kr로 사례를 보내주시면 독자 여러분의 궁금증도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변호사 자문을 거쳐 기사로 답해드리겠습니다.

[[the L] 각자가 피해자이자 가해자…맞은 데 대응해 때렸어도 '상해'입히면 더 무거운 처벌받을 수 있어]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A씨는 퇴근 후 직장 상사인 B씨 등 팀원들과 회사 근처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셨다. 기분 좋게 술자리를 갖던 이들은 취기가 오르자 일과 관련된 이야기도 하게 됐다. 그러던 중 A씨는 과거 B씨가 프로젝트 진행 도중 여러 사람들 앞에서 자신에게 망신을 줬던 일을 떠올렸고, B씨에게 대뜸 "너 이리 와봐"라고 말하며 그의 뺨을 세차게 한 차례 때렸다. 이에 화가 난 B씨 역시 A씨의 머리채를 잡고 무릎으로 그의 얼굴을 때렸고, A씨는 코피를 흘렸다.

이 모습을 본 옆 테이블 사람은 경찰에 이들을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관들에 의해 A씨와 B씨는 경찰서로 연행됐다.

이들은 각각 어떻게 처벌될까?

폭행 사건 신고를 받아 출동한 경찰이 당사자들을 연행하면, 가장 먼저 실제 당사자들 간에 폭행이 있었는지를 증거를 통해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 때, 증거는 주로 CCTV나 목격자들의 진술, 당사자의 증언이 활용된다. 따라서 위 사례에서는 회식이 이루어졌던 장소의 CCTV나 옆 테이블 사람들의 목격담, 그리고 A씨와 B씨 본인들의 진술이 이들의 폭행 진위를 가리는 증거가 될 것이다.

증거를 통해 A씨와 B씨가 모두 때리고 맞았다는 점이 확인되면, 경찰은 이들을 쌍방폭행으로 입건해 수사를 시작하게 된다.

형법 제260조 제1항은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하여 폭행죄를 규정하고 있다.

A와 B에게 쌍방폭행이 인정되면, 우선 그들이 입은 상처의 정도에 따라 단순폭행죄가 성립하거나, 폭행으로 상해를 입게 된다면 폭행치상죄 또는 상해죄가 성립할 수도 있다.

이 때, 폭행치상죄와 상해죄는 폭행을 할 당시 가해자의 '고의(故意)'에 따라 갈린다. 가해자가 단순히 폭행만 할 생각이었지만 그 결과 피해자에게 상해가 입혀졌다면 과실로 상해를 입힌 것이 돼 '폭행치상죄'가 되고, 애초에 상해를 입힐 생각으로 피해자를 폭행했다면 '상해죄'가 된다. 이는 가해자의 내심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대개 정황에 따라 판단한다.

위 사례에서 A씨는 B씨의 뺨을 때려 달리 B씨에게 ‘상해’라고 볼 만한 상처를 입힌 것은 아니기 때문에 '폭행죄'가 성립될 수 있다. 하지만 B씨의 폭행으로 A씨는 코피가 났다. 상해죄에서 말하는 '상해'는 사람의 생리적 기능을 훼손시켜 육체적 또는 정신적 병적 상태를 야기하거나 증가시키는 경우 성립하므로, 코피 역시 상해로 볼 수 있다.

상해죄는 형법 제257조에서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폭행죄보다 더 강하게 처벌받는다.

이런 경우, B씨는 '정당방위'를 주장할 수 있을지를 따져봐야 한다. 즉, A씨가 먼저 B씨의 뺨을 때렸고, B씨는 이에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A씨를 때린 것이라고 할 수 있는지의 문제다.

대개 쌍방폭행으로 수사가 진행되면 수사 단계에서 정당방위 여부도 따져보게 된다.

형법 제21조에서 위법성조각사유(위법성을 소멸시킬 수 있는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정당방위(正當防衛)'란 본인이나 다른 사람의 법익이 현재 부당하게 침해당하고 있을 때, 이를 방위하기 위해 한 행위를 의미한다. 정당방위가 인정되면 가해자는 처벌 받지 않는다.

하지만 B씨에게는 정당방위가 인정되기 어렵다. B씨가 A씨에게 뺨을 맞고 곧바로 그의 얼굴을 때린 부분을 ‘현재’ 그의 신체가 부당하게 침해받고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미 뺨을 한 차례 때린 후 더 이상의 폭행을 하지 않은 A씨에게 피해를 입은 뒤에야 B씨는 그를 때렸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국 두 사람이 수사 단계에서 합의를 하지 않고, 검찰에 의해 기소가 돼 법원까지 가게 된다면, A씨는 폭행죄로, B씨는 상해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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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변호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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