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G] [경제특강] "스크린 도어 수리 기술자가 월급을 더 받으면 왜 안 되나요?"

박정경.이경희 입력 2017. 2. 25. 08:29 수정 2017. 3. 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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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7위의 경제대국 그러나 대한민국 청년과 소외계층은 ‘헬조선’을 말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진보적 경제학자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은 “상위 10%가 부의 절반을 차지하는 불평등 구조를 바꾸기 위해 기득권층의 특권 내려놓기가 필요하지만 여야 정치권이 이들 여론주도층을 의식해 개혁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임대수입에 과세하고 과도한 집값, 교육비 등을 잡지 못하면 성장동력마저 상실해 아르헨티나가 될 수 있다는 경고다. 지난 21일 중앙일보사 5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정 소장의 강연회에 7명의 TONG청소년기자들이 참여해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한 1020세대의 고민을 나눴다. 1회 강연 요지에 이어 2회는 질의응답. [1회 기사] “상위 10% 특권을 내려놔 불평등 줄이자” (http://tong.joins.com/archives/41002)
-일본 중소기업의 임금상승률이 대기업을 넘어섰는데 우리나라는 언제쯤 이렇게 될까요? “만약 이뤄진다면 20년은 지나야 하겠죠. 지금 가장 불행한 세대는 20대 중후반인 것 같아요. 그렇다고 이들에게도 기회가 없는 건 아니에요. 우리나라 상황이 나쁘면 해외로 나갈 수도 있어요. 지방대에서 독일어를 전공한 분을 독일에서 만났는데 잘 살고 있더군요. 한국이라면 취업이 어려웠겠지만.” -일자리를 만들 책임이 있는 국가가 젊은이들을 해외로 나가라고 권장하는 게 옳을까요? “국가가 권장할 건 아니죠. 국가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 역할을 못하니까 국민들이 나가는 것이죠. 제 말의 의도는 그래도 요즘 국민에게는 선택의 길이 열려 있다는 거지 국가가 잘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에요. 과거에는 해외 취업을 꿈도 못 꿨잖아요. 지금 우리나라는 고령화되면서 역동성을 잃고 있는데 취업 시기의 젊은이는 많은 구조거든요. 앞으로 10~20년이면 인구가 줄어 일본의 뒤를 따를 거예요. 경제 개혁을 제대로 하면 말이죠. 일본은 지금 사람이 부족해요. 한국인도 취업하러 많이 가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만들겠다고 했는데요. “소방안전, 사회복지 부문은 공무원 수가 부족하니까요. 다만 전반적인 공무원 보수 수준을 낮추면서 늘려야겠죠. 일반 공무원은 특권이 있고 소득도 국민 평균보다 높은 편이에요. 그냥 늘리면 또 다른 특권층을 늘리게 되는 셈이죠.” -젊은이들 눈높이가 높다는 데에는 3D(dirty, difficult, dangerous) 업종 기피도 포함되나요? “더럽고, 어렵고, 위험한 일이 더 많은 보상을 받아야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고치는 일은 위험한 거잖아요. 스크린도어 수리 기술자가 메트로 사장보다 월급을 더 많이 받으면 왜 안 되나요? 메트로 사장이 하는 일이 더 쉽지 않을까요? 대통령부터 장·차관, 국회의원이 앞장서서 자기들 월급부터 줄여야 해요. 국회의원 세비가 지금 1억 5000만 원 정도인데 5000~7000만 원으로 줄여도 할 사람은 많지 않을까요? 국회의원은 큰 뜻이 있고 명예가 있으니까 보좌관보다 덜 받아도 되잖아요. 또, 나이가 많을수록 많이 주는 임금체계를 바꾸는 게 진짜 공무원 개혁인 것 같아요. 하는 일, 직무에 따라 돈을 주는 것이죠. 높은 자리라고 높은 급여를 받는 건 유교 전통인지는 몰라도 정의에 맞지 않아요.” 더럽고, 어렵고, 위험한 일이 더 많은 보상을 받아야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고치는 일은 위험한 거잖아요. 스크린도어 수리 기술자가 메트로 사장보다 월급을 더 많이 받으면 왜 안 되나요? 메트로 사장이 하는 일이 더 쉽지 않을까요? 대통령부터 장·차관, 국회의원이 앞장서서 자기들 월급부터 줄여야 해요.
서울메트로 직원이 서울 지하철 1호선 역사의 스크린도어를 수리하고 있다. [사진=양리혜 기자]
-국가나 공공부문은 가능하다고 쳐도, 회사의 경영 논리에도 부합할까요? “회사는 돈을 버는 곳이니까 누가 더 돈을 많이 버느냐를 기준으로 이뤄져야 하겠죠. 호주의 경우 광산 근로자의 임금이 높은데 이런 현상이 민간에도 영향을 끼쳐요. 소방 공무원, 스크린 도어 수리 등 위험한 일에 더 많은 보수를 주자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요. 불공정한 부분을 해결하면 사회가 정의로워질 뿐만 아니라 국가의 경쟁력도 높여서 성장도 빨라지게 합니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는 ‘4월 위기설’이 돌고 있는데요.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여러 가지 관세를 부과하거나 무역 규제를 할 수 있어요. 현재 우리나라는 세 가지 조건 중 두 가지(대미 무역흑자가 200억 달러 이상,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GDP의 3% 이상)만 해당하기 때문에 지정될 가능성은 낮지만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해 대미 수입을 늘리는 등 최선을 다할 거예요. 나머지 조건인 외환시장 개입도 우리가 좀 더 투명하게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줘야겠죠.” -의사를 특권계층이라고 하셨지만, 요즘 의사 수가 많아 병원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도 들리는데요. “우리나라 개인 병원들은 규모가 상당히 커요. 비싼 장비를 들이고 고용 인원도 많아요. 외국은 지역거점 병원에서 시설을 갖추고 있어 수술이 필요하면 거기 가서 하죠. 개인병원은 아주 작아요. 우리 의사들은 인테리어 등 투자가 과다한 것 같아요. 기대 수입도 매우 높아서 월급쟁이 의사가 1억을 받는데 그 이상으로 못 벌면 왜 투자를 하나 싶죠. 그러나 공공부문과 응급진료, 지방 산골 의사는 매우 부족해요. 지방 의대의 정원을 30% 늘리고 (의대 확대에 반발이 심한) 서울은 그대로 두는 것도 고려할 만해요. 지방 의대생들에겐 전액 장학금을 주고 졸업 이후 정부가 지정한 지역과 병원에서 근무한다는 계약을 맺으면 돈 없는 학생도 의사가 될 수 있으니까 괜찮을 듯해요.” -한국은행은 ‘신의 직장’으로 불리지 않습니까. 사실상 특권 계층에 속하셨는데, 언제부터 이런 생각을 하셨나요. “유럽에 근무하면서 한국 공공기관의 관료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조직에 있을 때는 조직 생각을 많이 하지만 퇴직 후 문제의식을 본격적으로 얘기하게 된 거죠. 누군가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공멸할 거란 위기의식을 느꼈어요.” -상위 10%의 사람들도 다 자기가 힘들다고 아우성이잖아요. 한국인들의 무한한 욕망 탓인가요? “우리 사회가 너무 고비용 구조예요. 중산층 소득으로 생활하기가 어려워요. 집세, 학비가 비싸서 결혼도 못하고요. 서울에 부모님 집이 있는 청년은 허름한 직업을 가져도 저축할 수 있지만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은 자기 집세 내고 생활하기 어렵죠. 또 언론이건 교수들이건 사회문제를 얘기하고 떠드는 사람들의 생각 수준, 기대수준이 너무 높아요. 그 아래 국민의 절반은 고민을 할 시간조차 없어요. 심지어 ‘헬조선’이란 단어가 뭔지도 몰라요. 나라가 반으로 나뉘어 있는 거예요. 임금생활자의 평균 소득이 2013년 2800만 원인데 전체 임금노동자를 일렬로 세워 딱 중간의 소득은 2000만 원이 안 됩니다. ‘중위소득’이 평균보다 낮은 거죠. 상위 10%가 절반을 가져가니까요.” -한국은행에 들어가기 어렵지 않나요. “한국은행은 전공을 보지 않아요. 다만 경제학, 법학, 경영학, 통계학 시험을 보는데 많이 어려워요. 해외 최신이론이 나오기 때문에 대학에 가서도 전문 동아리에서 따로 공부해야 하고 대학원을 가기도 해요. 경제학이 사실 3D 학문이죠. 경영학은 기업 케이스 스터디 등이 재밌는데 경제학은 추상적이고 수학과 통계가 필요해 이과 전공자가 유리해요.”
대구의 한 부동산에 매매ㆍ전·월세 등 매물이 빼곡하게 붙어 있다. [사진=중앙포토]
-살인적인 부동산 가격이 우리 경제의 ‘악의 축’인 건 분명하지만 부동산이 갑자기 폭락하는 것도 문제잖아요. “가장 핵심적이고 현실적으로 어려운 과제입니다. 하지만 세상엔 공짜가 없어요. 일본이 고통스럽게 부동산 거품을 뺐는데 거품을 뺀다는 건 고통입니다. 일본은 20년 동안 고통을 이겨내며 부동산 값을 절반으로 낮췄기 때문에 지금 일본 경제는 조금씩 좋아지고 있어요. 우리도 2008년 위기가 왔을 때 고통스럽더라도 거품을 뺐어야 하는데 그때 정부가 쓴 정책이 가계부채를 늘려 부동산을 떠받쳤잖아요. 물론 부동산을 잘못 건드리면 모두가 힘들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이걸 끌고 가면 고통이 계속되는 거예요. 가장 좋은 방법은 조금씩 거품을 빼서 충격이 적게 ‘연착륙’하도록 하는 거죠. 물가보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않아야 해요.” -임대소득에 과세를 하면 세입자에게 전가될 거란 우려도 있는데요. “이론적으론 근거가 없는데 현실적으론 가능해요. 과세를 해도 공급자가 부담하지 소비자로 전가되지 않습니다. TV나 자동차는 생산을 조절할 수 있어 소비자로 전가되지만 집은 비워 놓을 수 없기 때문이에요. 집주인은 시장 여건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올리지 자비로운 마음으로 안 올린 게 아니잖아요. 과세하면 임대 자료가 세무사한테 넘어가서 투명해질 수 있어요. 그 세원으로 세입자를 지원하면 되죠.” -자영업자 중에서도 고소득자가 많은데 세원을 숨기잖아요. “오스트리아의 프리드리히 슈나이더 교수가 2010년 기준으로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가 24.7%라고 추정했어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015년 GDP의 8%라고 집계해 차이가 큼) 부실한 조세 제도를 개혁하기 위해 ‘소득세 포괄주의’를 도입할 필요가 있어요. 자기 소득에 대해 세금을 다 내는 제도로 미국이 가장 잘하고 있어요. 지하경제가 8%로 가장 적죠. 어떤 사람이 골프를 치면 흔적이 남아 이 돈을 어떻게 벌었는지 본인이 소명해야 해요. 입증을 못하면 탈세범이 되고 아들을 비싼 사립대에 못 보내요. 이런 제도를 정치권이나 시민단체도 별로 주장하지 않아요. ‘기본소득제’를 말하는 대선주자가 있는데 스위스에서나 하는 이런 것보다 소득세 포괄주의가 시급해요. 표 떨어진다고 꺼리는 건 포퓰리스트지 개혁주의자 아니에요. 고통을 주는 게 개혁이죠.” -미래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는 청소년들에게 한 말씀 해 주신다면. “지금 30대인 우리 애도 고등학교 때 좀 흔들리는 상황이 있었는데 길게 보니 인생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명문대에 가진 못했지만 사회생활을 잘 하고 있거든요. 모범생으로만 크면 가끔 어떤 위기가 닥쳤을 때 겁을 내요. 한번 살짝 넘어졌을 때 너무 심각하게 생각해 못 일어나는 사람이 많아요. 젊었을 때 좀 다양한 경험을 해 보는 게 좋겠다 생각해요.”
정리=박주민(고양일고 1) TONG청소년기자 신대방지부 도움=이경희·박정경 기자 dungle@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eongdong@joongang.co.kr강연 참석자=박주민, 최상인(영일고 1), 최민(대동세무고 2), 이하나(신서고 1), 이도현(천안여고 1), 강희영(태원고 2), 배다연(이화여자외고 2) TONG청소년기자 [추천 기사] [대선토론] 교육 대통령을 찾아서 ④ 사교육, 특목·자사고 다 없애면? (http://tong.joins.com/archives/40686) ▶10대가 만드는 뉴스채널 TONG 바로가기 tong.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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