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반 배정 시즌만 되면.. 카톡에 쫓기는 담임 선생님들

김수경 기자 2017. 2. 2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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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친구와 붙여달라는 학생·학부모 성화
요즘은 프로그램 돌려 반별 성적 고르게 배치

"선생님 제발 ○○이랑 같은 반 되게 해주세요." "이번에 ○○이랑 떨어지면 저 왕따 돼요." "친한 애들 한 명이라도 제발 같은 반 되게 해주세요."

서울 한 중학교 교사 박모(33)씨는 지난 13일 담임을 맡았던 학생들로부터 카카오톡 수백 개를 받았다. 13일부터 1주간 해당 학교가 새 학년의 반을 배정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가 지난해 담임을 맡았던 중학교 1학년 아이 중 절반 이상이 그에게 최소 30개씩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다. 박씨는 "매년 이 시기가 되면 아이들이 이렇게 요청을 해온다"며 "아이들이 새로운 반에 적응해 새 친구 사귀려고 노력하기보다 이미 친한 친구와 떨어지지 않으려고만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매년 2월이 되면 일부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사들은 반 배정 스트레스로 몸살을 앓는다. 특히 직전 해 담임을 맡았거나 학년 부장을 맡은 몇몇 교사는 이 시기에 아예 카카오톡 등 메신저에서 한시적으로 탈퇴하기도 한다. 올해 중학교 3학년 학년부장을 맡은 최모(48)씨는 "새벽까지 아이들이 '누구랑 한 반에 붙여달라'는 문자를 보내는 바람에 다른 일을 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메신저에서 탈퇴했다"며 "3월 입학식에서 배정된 반을 공개하기 전까지는 가입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최씨가 받은 메시지 대부분은 '친한 친구들과 같은 반에, 싫어하는 아이들과는 다른 반에 배정해달라' 식이다.

학부모들도 '반 배정 민원'을 한다. 충남 한 초등학교 교사 황모(29)씨는 "고학년 학부모들이 '자녀가 싫어하는 친구와 다른 반으로 배정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며 "특수한 경우엔 협의하지만 나머지는 대부분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학교 교사 양모(41)씨는 "요즘은 프로그램을 돌려서 반별 학생 성적이 고르게 배치되도록 한다"며 "심한 왕따이거나 문제가 생길 법한 경우가 아니면 한 번 배정한 반을 바꿔주지 않는다고 설명해도 학부모들이 계속 전화하곤 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구 중학교 교사 이모(30)씨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한 번씩은 다 왕따를 당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반 배정에 예민하다"고 말했다. 친구와 조금 사이가 틀어져 하루 이틀 말을 안 하고 지내더라도 '왕따 당했다'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동 심리상담사 백모(45)씨는 "상처 입은 적이 있는 아이들이 친구와 떨어지는 데 대한 두려움이 있다"며 "부모가 자녀를 새 환경에 적응하도록 돕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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