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베이징이 천하 吉地라지만, 풍수로는 서울이 한 수 위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입력 2017. 2. 2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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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규의 國運風水]

비극과 희극의 본질적 차이는 등장인물에 있다. 비극은 이길 수 없는 운명과의 싸움에서 좌절되는 고귀한 인물이 주인공이라면, 희극은 하층민이 주요 등장인물들이다. 먹고 마시고 노래하며 연애질하는 행위들이 희극의 주요 사건이 된다. 그래서 천박하다. 어느 때고 관광이 없었던 적 없었으나 지금의 관광은 전국화와 세계화가 되었다. 명산대천도 고속도로 휴게소도 그리고 국제공항도 알록달록한 옷차림의 관광객들로 늘 시끌벅적하다. 먹고 마시고 쇼핑하는 것이 관광의 주요 품목이다. 이에 대해 퇴계학자 김기현 전북대 교수는 "세계와 사물을 깊이 대면하지 못한 흥미 위주의 얄팍한 관광 태도는 사물의 본질 파악을 어렵게 만든다"고 비판한다.

관광은 '관국지광(觀國之光)'의 줄임말로 주역 '관괘(觀卦)'의 핵심 주제이다. "그 나라[國]의 빛[光]을 본다[觀]"라는 뜻이다. 바람[風]이 땅[地]을 스치고 지나갈 때, 그 나라를 빛내줄 아름다움을 본다는 것으로 풍수의 본래 정신이기도 하다. 관광이 희극이 될 수 없는 이유이다. 한·중 상호 관광객 수가 몇백만 명씩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그 관광 행태가 희극적이다. 이래서 중국과 한국의 아름다운 빛을 볼 수 있을까?

수도 관광도 그러하다. 서울과 베이징 모두 풍수를 바탕으로 터 잡기가 이루어졌다. 베이징은 일찍이 대학자 주자(朱子)가 길지로 예언한 곳이다. "기도(冀都·베이징)는 풍수상 대길지다. 운중의 맥을 이어받고, 앞에는 황하가 둘러싸고, 태산이 청룡이 되고, 화산이 백호가 되고, 숭산이 안산이 된다."(주자어록) 베이징에서 수백㎞ 떨어진 산들을 청룡·백호·안산으로 삼는 중국인다운 과장법이다. 이러다 보니 베이징을 가보아도 청룡과 백호를 육안으로 볼 수 없다. 풍수의 구체적 길지 모습을 확인하고 싶은 중국인들이 답답함을 느끼는 이유이다.

베이징의 자금성(紫禁城) 명칭도 풍수상 최고의 길지로 여기는 자미원(紫微垣)에서 유래한다. 자미원이란 천제(天帝)가 머문다는 곳이다. 중국인들은 '천상에 자미원이 있다면, 지상에 자금성이 있다'고 자랑한다. 자미원에 무덤을 쓰면 세계를 제패할 인물을 내며, 도읍지가 되면 세계 제국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베이징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왜 그곳이 자미원인지 육안으로 식별할 수 없다. 기껏해야 자금성 뒤에 있는 작은 산 경산(景山)에서 진압풍수의 흔적을 볼 뿐이다. 경산은 원나라를 멸망시킨 명나라가 원의 기운을 누르기 위해 인공으로 만든 산이다. 또 명나라를 멸망시킨 청나라는 명의 기운을 누르기 위해 그 위에 다섯 채의 정자를 세웠다. 모두 진압풍수 흔적이지 풍수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반면 서울은 어떠한가? 풍수의 이상적 공간 모델을 갖추고 있다. 조산(祖山)인 삼각산, 사신사인 북악산·인왕산·낙산·남산, 명당수 청계천과 객수(客水) 한강 그리고 조산(朝山) 관악산이 뚜렷하다. 그래서 1452년 풍수관료 문맹검은 문종 임금에게 "지금 우리 도읍지가 자미원입니다(今我國都紫微垣也)"라는 대담한 글을 올린다. 당시 명나라를 천자국으로 여겼던 조선의 관료로서 불경스러운 발언이었지만 그만큼 땅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와 생각해 보매 바람[風·스모그]으로 몸살 앓은 베이징과 땅[地·지진]으로 불안해하는 도쿄와 달리 서울은 바람은 부드럽고 땅은 단단한 자미원이 분명하다.

해마다 몇백만 명의 중국과 일본 관광객이 서울을 찾는다. 풍수신앙이 깊은 동아시아인들에게 자미원의 땅 서울을 보여주는 다양한 풍수 관광 프로그램―포토존 개발과 관광가이드 보수교육―은 서울의 참 빛[光]을 보여[觀]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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