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파먹기''강제저축'..허리띠 졸라맨 짠테크

손승욱 기자 입력 2017. 2. 24. 20:45 수정 2017. 2. 24.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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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좀처럼 늘지 않는 소득, 빠르게 오르는 물가, 여기에다가 미래 수입에 대한 불안까지 더해지면서 집집마다 고민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든 씀씀이를 줄여보려는 '짠돌이' 식 절약이 유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손승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회사원 유수연 씨, 지난해부터 가계부 앱을 쓰면서 지출을 꼼꼼히 기록합니다.

내역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어 과도한 소비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최근에는 외식비 때문에 지출이 늘자 주로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하며 허리띠를 졸라맵니다.

[유수연/회사원 : 남편 소득과 제 소득 중에 3분의 1만 쓰고, 3분의 2는 저축했거든요. (식비로) 거의 매끼 4천 원, 그걸 하루에 2번씩 먹으니까 8천 원 정도 (씁니다.)]

생활비를 최대한 아끼려는 이른바 '짠테크'가 주부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습니다.

고전적인 짠테크 방식은 강제 저축.

월급이 들어오면 저축 먼저 하고, 생활비를 더 쥐어짜 추가로 예금하는 겁니다.

매달 적금 하나씩 새로 가입하는 '풍차 돌리기'도 한 방식인데, 연말이면 적금통장 12개를 가질 수 있습니다.

만기 시 매달 목돈을 쥘 수 있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이른바 '냉장고 파먹기'도 인기입니다.

장을 보지 않고 냉장고 안에 남아 있는 식재료만으로 밥을 먹는 겁니다.

[백 모 씨/주부 : 냉동실에 뭐 있나 생각해놨다가 뭐가 있다는 것만 알면 그걸로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짠테크 아이디어를 모은 관련 서적도 인기입니다.

[김선유/출판사 직원 : 조금씩 푼돈을 모아서 목돈을 만들겠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어필한 것 같습니다.]

성장 정체 시대에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지혜가 다양한 방식으로 공유되면서 새로운 풍속도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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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손 기자, '짠테크', '냉장고 파먹기'… 익숙지 않은 말인데요, 오죽 절실했으면 그랬을까 싶기도 하네요.

<기자>

제가 오늘 만난 한 주부는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가 올라 아무리 아껴도 생활비가 계획보다 20~30만 원 초과한다고 합니다.

어떻게 할 거냐 물었더니, 더 아낄 것도 없다며 마땅한 대안은 없으시던데요, 이런 막막함은 온 국민의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실질 소득이 늘기는커녕 0.4% 줄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처음입니다.

씀씀이도 2003년 이후 처음으로 줄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지금 강제 저축 이야기를 하잖아요. 어떻게든 저축해서 돈을 모아야 한다는 건데, 지금 금리가 저축해봐야 1~2% 왔다 갔다 하는데 무슨 도움이 될까요?

<기자>

이 강제저축은 이자보다는 돈을 안 쓰고 쌓아두는 데에 의미가 있는 겁니다.

아예 소비를 원천봉쇄하자는 겁니다.

짠테크 하는 사람이 늘면서 지난해 물가를 감안한 실질소득은 줄었지만, 역설적으로 가계의 흑자 폭은 더 커졌습니다.

<앵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이렇게 안 쓰는 분위기가 되면, 결국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 소비가 늘어나야 하는데도, 소비가 안 늘어나면 이런 악순환만 계속된다는 것 아닙니까?

<기자>

미래에 대한 불안이 크기 때문에 소비를 줄이는 겁니다.

오늘 한국은행 조사를 봐도 임금은 줄고, 물가는 오른다는 게 국민 생각인데 누가 쓰겠습니까.

이런 불안 심리를 잡아야 하고요.

정부가 어제 금요일 일찍 퇴근하면 소비가 늘지 않겠느냐 기대했는데, 오늘 통계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우리 국민은 돈 쓸 시간이 없는게 아니라 쓸 돈이 없는 겁니다.

소득 늘리는 특단의 대책이 시급합니다.

<앵커>

참 답답한 일이군요. 수고했습니다.

(영상편집 : 오영택, VJ : 정민구) 

손승욱 기자ss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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