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경련 고수하겠다는 허 회장, 당장 해체하라

2017. 2. 24.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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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어제 정기총회를 열고 허창수 현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다시 추대했다.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모금을 주도했던 이승철 부회장은 퇴임시키고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원의 권태신 원장을 상임부회장으로 선임했다. 동시에 정경유착 근절, 투명성 강화, 싱크탱크 기능 강화 등 3대 혁신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위해 허 회장을 위원장으로 한 혁신위 구성 계획을 내놨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과정에서 권력과의 결탁이 드러난 전경련이 잘못을 인정하고 해체하기는커녕 존속을 고수하겠다는 움직임에 말문부터 막힌다.

책임지고 물러나야 마땅할 허 회장이 후임자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재등판하고, 셀프 개혁안을 만들겠다는 발상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전경련은 회원사로 부터 800억원에 가까운 돈을 걷어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했다. 과거 일해재단 출연이나 차떼기 불법대선자금 지원 등에 나섰던 행태의 반복이다.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을 우회지원하고, 자유경제원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총대를 멨다. 권력의 하수인임을 자처하면서 국정농단에 완장을 차고 부역한 집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경련 해체여론이 비등했던 것은 이런 행태에 시민들의 분노가 컸던 것이다.

권태신 원장을 부회장으로 선임한 의도도 의심스럽다. 권 원장이 경제부처 관료 출신으로 역대 정부에서 주요 직책을 맡아온 점을 감안하면 관료사회와의 우호적 관계 설정을 염두에 둔 인사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권 원장은 재벌개혁을 위한 상법 개정안에도 반대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일련의 움직임이 정부·여당을 등에 업고 재벌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해 전경련의 부활과 재벌개혁 저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포석이라면 당장 그만두는 게 좋다. 20억원에 이른다는 이승철 부회장의 퇴직금 지급도 재고돼야 한다. 전경련이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이 부회장의 책임이 누구보다 크다. 중징계를 받아야 할 인물이 퇴직금까지 챙기는 것은 온당치 않다.

되풀이하지만 쇄신은 조직의 미래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전경련은 이미 삼성 등 4대 재벌은 물론 금융기관, 공기업까지 탈퇴하면서 생존기반이 무너졌다. 조직이 와해되고 시민의 신뢰가 떠난 상황에서 쇄신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재계가 우려하는 반기업 정서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해체하는 게 옳다. 다른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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