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합의 비판 '소녀상 목소리'에 귀 닫은 외교부
[경향신문] ㆍ문제 본질 외면한 이전 요구…시민단체 비판 거세지며 파문 확산
정부가 부산 지방자치단체에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이전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사실이 알려진 뒤 해당 지자체는 물론 시민단체까지 가세해 정부 조치를 거세게 비난하면서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소녀상 설치는 국제 예양과 국내법에 어긋난다”는 외교부의 논리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 2015년 12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합의에 있다는 점을 외면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외교부는 소녀상이 일본 영사관 출입구에서 불과 수십미터 떨어진 곳에 설치된 것은 영사관계에 관한 빈협약에 저촉될 소지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한 소녀상이 설치된 곳은 도로점용 허가를 받을 수 없는 곳이어서 도로법 시행령 위반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외교부의 설명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외교부는 이번 사태가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정의기억재단, 평화나비 참가자들은 24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소녀상은 한·일 정부가 이전을 합의하거나 요구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익명의 한·일관계 전문가는 “시민단체가 소녀상을 설치한 것은 위안부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의사 표시며, 지자체가 ‘불법 설치물’인 소녀상을 철거하지 못하는 것은 위안부 합의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얼마나 큰지를 알기 때문”이라며 “위안부 합의에 대한 근본적 손질 없이 소녀상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전문가는 “일본이 원하는 소녀상 이전을 성사시키려면 위안부 합의에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추가 조치를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일본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신모 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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