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쓸 돈' 찔끔 늘자 식비도 아껴..'지출 구조조정' 본격화

세종=박경담 기자 2017. 2. 2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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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2016년 연간 및 4분기 가계동향'..저소득층일수록 소득·소비 감소 심해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통계청 '2016년 연간 및 4분기 가계동향'…저소득층일수록 소득·소비 감소 심해]

【서울=뉴시스】안지혜 기자 =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4분기 및 연간 가계동향'에 따르면 2016년 연간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39만9000원으로 전년대비 0.6% 증가했다. hokma@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지난해 가계지출이 전년보다 감소한 이유는 명확하다. 소득이 적게 늘었기 때문이다. 경기부진으로 미래가 불안할수록 돈을 쓰지 않는 경향은 강해진다. 과거 사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가계지출은 2.1% 증가해 전년보다 3.1%포인트 감소했다. 2%대 저성장 국면이 시작된 2015년 가계지출 증가율은 0.5%에 머물렀다.

지난해 가계지출을 좀 더 쪼개보면 가계는 스스로 통제 가능한 소득 내에서 돈을 아껴 썼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처분가능소득 중심으로 ‘지출 구조조정’을 했다. 지난해 연금, 사회보험료, 이자비용 등 불가피하게 써야 하는 비소비지출은 0.2% 증가했다. 반면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소비지출은 0.5% 줄었다. 전체 가계지출 감소 폭보다 저조한 수치다.

가계 흑자액은 103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3.8% 증가했다. 흑자액은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금액이다. 흑자액 증가는 긍정적 지표가 아니다. 소득이 늘어 소비까지 덩달아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가 아니라 소득이 정체돼 소비를 줄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씀씀이 목록은 가계지출의 질이 얼마나 악화됐는지 보여준다. 경기가 침체되더라도 지출을 좀처럼 줄이지 않는 대표 품목이 음식료다. 먹고 마시는 음식은 불황이든 호황이든 사는 데 꼭 필요한 필수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식료품·비주류음료 월평균 지출액은 34만9000원으로 1.3% 줄었다.

경기 침체로 먹는 것을 줄이는 모습은 일본과 닮았다. 일본의 1인당 단백질 섭취량은 장기 저성장 국면이 본격화된 1997년 80.5g을 기록한 뒤 줄곧 감소세다. 1인당 지방 섭취량 역시 1997년 59.3g을 찍은 뒤 하향세다. 경기부진과 음식소비가 연동되며 필수 영양소인 단백질과 지방 섭취 수준이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소득 계층별로 보면 저소득층일수록 경기 둔화 타격을 받았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월평균 소득은 5.6% 감소한 144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2분위가 한 달 동안 번 돈 역시 291만4000원으로 0.8% 줄었다. 두 계층은 소득이 줄면서 지출 역시 각각 1.1%, 3.9% 감소했다. 저소득층의 소득·지출 악화가 전체 지표에도 영향 끼쳤다는 분석이다.

기획재정부는 고용 둔화가 주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저소득층에 몰려있는 임시·일용직 일자리가 사라지고, 영세자영업 경쟁 심화도 겹쳐 근로·사업소득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와 바로 밑인 4분위 소득은 각각 2.1%, 1.3% 늘었다. 두 계층은 지출 역시 각각 1.1%, 0.5% 증가했다. 전체 지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모습과 정반대다.

저소득층의 소득이 줄고 고소득층은 늘면서 소득양극화가 심화됐다. 소득양극화 지표인 5분위 배율은 지난해 4.48로 집계됐다. 2008년부터 쭉 개선된 수치가 악화된 것. 5분위 배율은 5분위 소득을 1분위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난해 4분기 소득은 0.2% 증가하는데 그쳤고 지출은 2.5% 줄었다. 지난해 소득·지출 지표가 연말로 갈수록 악화됐고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내수를 끌어올릴 뾰족한 수도 보이지 않는다. 소비심리가 부정적이고 고용 상황도 밝지 않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가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으로 실직자가 늘고 청년층을 채용하려는 기업 수요 역시 적다. 지난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은 29만9000명으로 2014년(53만3000명)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정부는 23일 금요일 4시 퇴근, KTX 반값 할인 등을 골자로 한 내수활성화대책을 내놓았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내수가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0%대 중반대로 예측한 1분기 성장률 마저 위태로울 것이란 위기감에서다. 하지만 소득 증대 방안이 없어 ‘앙꼬 없는 찐빵 대책’이란 평가를 받았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은 “임시 공휴일 방안도 나오지만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선 오히려 양극화만 부추길 것”이라며 “서민 소득이 늘어나지 않으면 레저나 여행 비용부터 줄이면서 ‘삶의 질’은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박경담 기자 damda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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