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심장이 펄떡펄떡..환절기 '부정맥 습격' 주의

이병문 2017. 2. 2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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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특별한 이유없이 너무 빠르거나 느리게 뛰어 호흡곤란·현기증 등 유발
심장마비로 사망할 수도..종류와 원인 매우 다양해 증상 나타나면 즉시 점검을
자영업을 하는 박성동 씨(가명·58)는 최근 길을 가다가 갑자기 심장이 '펄떡펄떡' 요동치듯 뛰기 시작했다. 30분이 지나도록 증상이 가라앉지 않았고 가슴도 답답해지기 시작해 인근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응급실에서 심전도검사를 시행한 후 '발작성 빈맥'이란 말을 들었다.

심장은 총 무게가 250~350g에 불과하지만 심장 자체가 만들어낸 전기자극에 의해 분당 60~100회 빠르기로 뛴다. 운동이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박동수가 빨라지고, 수면이나 안정을 취하면 심박동수가 느려질 수 있다. 이는 정상적인 생리반응이다.

그러나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빨리 또는 느리게, 불규칙하게 뛰는 것을 부정맥(不整脈)이라고 한다. 부정맥은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빈맥(頻脈), 느려지는 서맥(徐脈), 빠르면서 불규칙하게 뛰는 심방세동(心房細動)으로 구분한다.

우리들은 평소 심장의 박동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간다. 흥분하거나 운동을 할 때, 또 술을 먹고 난 뒤에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을 느낀다. 홍차, 커피를 마셔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사람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잠시 쉬거나 시간이 지나면 정상으로 되돌아온다. 모두 생리적 현상으로 정상이다.

하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심장이 갑자기 빨리 뛰거나 느리게 뛰는 경우가 있다. 마치 심장이 "펄쩍펄쩍 뛰는 듯하다" "탕탕 치는 듯하다" "쿵 떨어지는 듯하다"고 말한다. 만일 좌측 가슴속에서 심장이 한 번 또는 연달아 점프하는 듯하거나 가볍게 펄쩍 뛰는 듯한 증상을 느끼는 일이 있었다면 부정맥일 가능성이 높다.

부정맥이 발생하면 비정상적인 심장박동이 두근거림(심계항진)이나 덜컹거림으로 나타나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다. 혈액을 뿜어내는 심장의 기능이 떨어져 심장에서 나오는 혈액량이 감소하고, 이로 인해 호흡곤란, 현기증, 실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심실 무수축, 심실빈맥, 심실세동과 같은 악성 부정맥이 발생하면 순간적으로 심장 기능이 완전히 마비돼 곧바로 심장마비로 사망할 수도 있다.

부정맥은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되는 간단한 부정맥에서부터 전극도자절제술로 조치가 가능한 부정맥, 심장마비(돌연사)를 초래할 수 있는 치명적인 부정맥 등 종류와 원인이 매우 다양하다.

이정명 경희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많은 환자가 부정맥이 있다는 것만 알고 지내는데 정확한 진단명을 알고 있어야 한다"면서 "증상이 비슷하더라도 위험도가 다르며, 심실세동과 같은 부정맥은 바로 급사로 이어질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하고, 심방세동은 중풍의 위험성을 5배 정도 증가시킨다"고 설명했다.

부정맥은 기온과도 관련이 있다. 요즘과 같이 날씨가 풀렸다가 갑자기 추워지거나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부정맥에 의한 돌연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매년 1000명당 1~2명꼴로 사망한다. 온도가 낮아지면 혈관이 수축하고 교감신경이 흥분하면서 혈압과 맥박이 증가해 심장에 부담을 주게 된다.

박승정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일단 부정맥으로 의심되면 가능한 한 빨리 병원을 방문해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증상이 있을 때 그 증상과 심장의 전기적 신호 이상이 관련성을 갖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부정맥은 심장 내 정상적인 전기자극의 전달 경로에 이상이 생겨서 발생한다. 심장이 움직(수축)이려면 전기자극이 필요한데, 이는 우심방에 위치한 동방결절에서 형성돼 심방과 심실 사이에 있는 방실결절을 통해 심실로 전도돼 심실이 수축하게 된다. 안정된 상태에서 동방결절은 전기적 자극을 분당 60~100회 빠르기로 발생해 심실로 전달되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전기적 신호의 전달 경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는 선천적인 이유도 있지만 심근경색, 심근증, 판막질환 등의 질환으로 심장이 손상되거나 여러 가지 약물, 알코올(술)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에도 후천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동방결절에서 전기적 신호 발생이 느려지거나 전달 경로가 차단되면 심박동수가 비정상적으로 느려질(서맥) 수 있다. 반대로 정상 전기적 신호전달 경로 이외의 부위에서 전기적 신호가 발생하면 심장이 예정보다 한 박자 빨리 뛰거나(조기 박동), 심박동수가 비정상적으로 빨라질(빈맥) 수 있다.

서맥은 심장박동수가 분당 60회 미만을 뜻하며 모두 병적인 상태는 아니다. 빈맥은 분당 100회 이상 심장박동이 뛰는 경우를 말한다. 빈맥성 부정맥은 상심실성 빈맥과 심실성 빈맥으로 나뉜다. 상심실성 빈맥 중 가장 흔한 부정맥이 심방세동이며. 이는 전체 부정맥의 34%를 차지한다. 60세 이상에서는 1%, 69세 이상이 되면 5% 이상에서 발견된다.

정보영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부정맥의 일종인 심방세동은 뇌졸중 원인의 6~20%를 차지한다"며 "심방세동은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지적한다.

부정맥은 주로 심전도검사로 진단한다. 정상인은 심전도 검사에서 일정한 파형을 그리지만, 부정맥이 발생할 경우 심전도 모양이나 리듬이 바뀌어 부정맥 존재 여부와 종류, 원인까지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부정맥은 환자의 몸 상태에 따라 나타나거나 잠복할 수 있어서 1회 검사로 판단하기 어렵고, 경중 또한 진단하기 어렵다.

부정맥 발현의 빈도에 따라 24시간 생활심전도(홀터검사)나 삽입형 루프 기록기 등을 이용해 보다 정확한 진단을 하기도 한다. 24시간 심전도 검사는 평소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짧은 시간 동안 갑자기 발생했다가 사라지는 부정맥의 진단에 도움이 된다.

부정맥 치료는 약물(항부정맥제), 인공심박조율기(제세동기 삽입), 전기적 심율동전환(직류전기충격 치료), 고주파 전극도자절제술, 외과적 수술 등 다섯 가지가 있다. 약물치료는 주로 심장맥박이 빠르게 뛰는 빈맥성 부정맥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심장이 느리게 뛰는 서맥성 부정맥을 치료하는 약제는 아직 없어 주로 인공심장박동기 이식술을 적용하고 있다.

부정맥은 예방과 관리가 중요하다. 고령층에서 발생하는 부정맥은 고혈압, 관상동맥 질환과 함께 이차적으로 생기는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고혈압과 관상동맥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는 당뇨병, 고지혈증 치료를 적극적으로 해야 부정맥 발병을 막을 수 있다. 또 환자 가족은 응급 상황에 대비해 반드시 심장 마사지법을 숙지해야 한다. 심장 마사지는 가슴 중앙에 있는 흉골 부위를 양손으로 압박해 혈액 흐름을 도와주는 것이다.

일부 부정맥은 스트레스, 과로, 과도한 음주, 카페인(커피) 섭취, 흡연과 연관돼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 이에 대한 절제가 필요하다. 특히 알코올은 부정맥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부정맥 환자는 충분히 안정된 상태에서 와인 한두 잔 정도 가능하지만 주의해야 한다. 부정맥은 고혈압, 관상동맥질환 등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기름진 음식이나 육류, 튀긴 음식을 피하는 게 좋다.

김효수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방세동 환자 중에 항응고제인 와파린을 복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환자들은 녹즙이나 채소 등에 의해 출혈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음식에 각별히 주의해야 하고 과도한 콩을 섭취하거나 청국장을 갈아서 마시는 것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부정맥 환자들은 무리한 운동을 피해야 한다. 간혹 운동 후 부정맥이 악화되는 사람이 있는데, 이럴 경우 어지러움증이 동반되면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부정맥 환자에게 좋은 운동은 걷기, 달리기, 자전거, 수영과 같은 유산소 운동이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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