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글 이야기>벙어리장갑보다 엄지장갑이 낫지 않나요?

김정희 기자 2017. 2. 2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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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가 해를 넘기고도 속 시원한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10여 년 전 시각장애인의 개안 수술을 지원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혼자 아이를 키우던 시각장애인 엄마가 앞을 보게 됐는데요.

그 엄마의 아이가 대학을 졸업하고 '엄지장갑'을 만들어 판매한 수익으로 청각장애인의 소통을 돕는 공익사업체를 설립한 사연이 최근 보도됐습니다.

장애인이 비장애인에게 원하는 건 차가운 시선이나 동정 어린 시선이 아닌 그냥 이웃을 대하듯 해달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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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사건 여파로 반기업 정서가 팽배하자 기업들은 ‘벙어리’ 냉가슴 앓듯 ….

국민의당이 사드 배치와 관련, 소속 의원끼리 엇박자를 내며 ‘절름발이’ 행보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가 해를 넘기고도 속 시원한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여파로 총수 공백을 맞은 대기업은 안팎으로 힘든 상황을 맞고 있는데요. 첫째 인용문은 그런 기업의 속내를 나타낸 것입니다. 이때 ‘벙어리 냉가슴’은 지금까지 관용적으로 써온 표현이지요. 몇 년 전부터 장애인 비하 법률 용어 개정 작업이 이뤄지고 있어 이제 장님, 벙어리 등 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용어는 가려 쓸 때가 됐습니다.

10여 년 전 시각장애인의 개안 수술을 지원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혼자 아이를 키우던 시각장애인 엄마가 앞을 보게 됐는데요. 그 엄마의 아이가 대학을 졸업하고 ‘엄지장갑’을 만들어 판매한 수익으로 청각장애인의 소통을 돕는 공익사업체를 설립한 사연이 최근 보도됐습니다. ‘벙어리장갑’에 장애인 비하의 뜻이 담기진 않았지만 장애인 모자에겐 상처가 됐을 법하지요.

둘째 인용문 또한 ‘절름발이’란 단어 없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고만 써도 의미를 전달하기에 충분합니다. 이외에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이란 관용구도, 불교의 열반경 우화에서 일부분을 알고 있을 뿐인데 전체를 다 안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중생을 장님에 빗댄 것으로 겸손해지라는 교훈을 주지만 이젠 다른 표현을 고민할 때입니다.

장애인 중 후천적인 장애인 비율이 선천적인 장애인 비율보다 압도적으로 높다고 합니다. 이는 누구나 사고나 질병으로 중도 장애인이 될 수 있음을 뜻하지요. 장애인이 비장애인에게 원하는 건 차가운 시선이나 동정 어린 시선이 아닌 그냥 이웃을 대하듯 해달라는 것입니다. 말을 가려 쓰는 정도의 배려만으로도 우리는 좋은 이웃이 될 수 있습니다.

김정희 교열팀장 kjh21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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