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현장] STL의 수상한 움직임, '미스터리 버스에 탑승'

조회수 2017. 2. 24. 14: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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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취재 뒷이야기

“다른 준비물 필요 없이, 신발만 신고 버스에 탑승하도록”

카디널스 선수들은 로저 딘 스타디움에 출근하자마자 매서니 감독의 갑작스러운 지시에 횡설수설. 오승환 역시 영문도 모른 채 버스에 탑승했습니다. 도대체 어디로 가는 것인지, 왜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지 아는 거라곤 동료들과 함께 움직인다는 사실 뿐이었습니다. 내일모레가 시범경기인데, 뜬금없는 지시에 당혹스러울 뿐이었습니다.

통역을 맡고 있는 구기환 씨 역시, “오늘 스케줄이 이상하다.”며 “전혀 들은 바가 없다.”고 전하며 평소와 다른 스케줄에 의아한 모습이었습니다. 선수들을 미스터리 버스에 탑승시킨 매서니 감독은 미디어(취재진)에도 철저하게 비밀에 부쳤습니다.

1, 2조로 나눠 미스터리 버스에 탑승한 카디널스 선수들. 오승환은 몰리나, 웨인라이트 등과 함께 1조에 포함돼 함께 버스에 올랐고, 2조는 캠프장에 남아 훈련을 소화했습니다.

아무 말도 없이 오전 8시 35분에 캠프장을 떠났던 버스가 11시 20분이 되어서야 다시 돌아오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감춰진 약 3시간. 이 시간 동안 취재진은 구단 관계자들에게 힌트만이라도 얻길 바랐지만, 대동단결 된 카디널스 직원들은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이렇게까지 비밀로 감춰야 하는 일이 도대체 뭘까.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던 순간, 버스에서 선수들이 하나둘씩 내립니다. 몰리나와 오승환의 모습도 보입니다.

그런데 선수들의 표정이 그리 밝아 보이지 않습니다. 알고 보니 포커페이스를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모르오.’ 자세를 취하고 있었던 것.

버스에서 내리기 전 매서니 감독은 선수들에게 다시 한번 당부를 한 상황이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어디를 다녀왔는지 그 누구에게도 발설해서는 안 된다.”며 “기자들이 있는 쪽으로 이동하지 말라”는 말로 ‘절대 비밀’을 강조했던 것입니다.

버스에서 내리면서 기자를 발견한 오승환.

그런데 고개를 바로 돌리며 웃음을 참는 모습입니다. 뭔가 말할 수 없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돌부처 오승환은 입도 천근만근. 감독과의 약속이고, 동료들과 함께 지키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감독님이 절대 비밀로 하라고 했으니, 밝힐 수가 없다. 특히 기자들에게 입을 열면 안 된다는 이야길 들었다. (웃음) 한국에 기사가 나가면, 누설한 범인은 오직 나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 감독님이 먼저 말하면 자세히 들려주겠다. (웃음)”

오승환은 지금은 말할 수 없다며 입을 다물었는데, 이때 웨인라이트가 지나가면서 한마디 합니다.

“Oh~ 재미있었어?”

웨인라이트의 말 한마디에 팀워크를 위해 잠시 ‘소풍’ 다녀온 것이라는 걸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기자가 “대략 알 것 같다.”고 말하자 오승환은 “다른 팀엔 존재하지 않는 ‘규칙’과 ‘서프라이즈’가 있다.”며 귀띔했습니다.

기자들이 수없이 추궁했지만, 매서니 감독은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듯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매서니 감독은 기자들에게 "팀워크를 위한 것"이라며 입을 열었습니다. 두 번째로 떠난 버스가 돌아오고 나서야 입을 연 것입니다.

팀워크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했을 때, 베테랑 선수가 좋은 제안을 했음을 알렸습니다. 그건 바로 '방 탈출 게임(Escape the room)'.

“선수들이 방 안으로 들어가서 탈출하기를 했다. 한 선수가 아이디어를 냈는데, 좋은 생각인 것 같아서 실행에 옮겼다. 예전부터 팀워크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었는데, 이번에는 머리를 써야 하는 게임이라 더 좋았다. 선수들의 반응도 좋았다. 리더십 있는 선수도 발견했다.”

매서니 감독은 팀워크를 다지는데 좋은 기회였다며 의미 있는 게임이었음을 알렸습니다. 

오승환은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낀다.”며 매서니 감독, 그리고 구단을 치켜세웠습니다.

“매서니 감독이 온 이후 작은 변화들이 있었다는 이야길 들었다. 그게 바로 규칙과 서프라이즈인데, 스프링 캠프에서 이런 시간을 마련해주고, 휴식, 그리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준다는 것이다. 오늘도 선수들은 아무것도 몰랐다. 기자들에게까지 알리지 말라고 하더라. 그야말로 서프라이즈였지만, 굉장히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새로운 경험을 했다. 방 탈출 게임이 생각보다 쉽진 않아 애를 먹긴 했지만. (웃음)”

감독과 구단이 준비한 서프라이즈로 인해 팀원들과 더 돈독해졌고, 개인적으로도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라며 이같이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카디널스에만 있는 한 가지 규칙이 있다며 설명했습니다.

“시범 경기가 시작되기 전날 선수 전원에게 휴식을 준다. 우리나라 프로야구 스프링 캠프는 ‘반복적인 훈련’에만 집중이 되어 있는데, 여긴 전체적인 분위기, 컨디션 조절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지난 시즌 절실히 느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즐기는 야구를 한다는 것이다. 훈련 중에도 많이 웃고, 더 활기차 보이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반복적인 훈련만이 능사는 아니다는 걸 확실히 느꼈다는 오승환. 무엇보다 즐기는 야구를 하는 메이저리거들이 보기 좋았다고 말합니다.

그래서인지 그는 미국 진출 후 웃음의 크기가 커졌고, 횟수도 잦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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