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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G5 부진', '혁신 집착'이 원인이었다

최현 2017. 2. 24.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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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협력사들 '양산 전 수율 낮다'는 우려에도 "할 수 있다"며 강행
"LG 혁신 집착해 무리수, G5 출시 후 문제 계속되자 양산 중단된 적도"
LG "협력업체 측에서 주장하는 수율은 사실과 다르다"

【서울=뉴시스】최현 기자 = LG전자가 야심차게 내놨다가 뼈아픈 실패를 맛본 플래그십 스마트폰 G5의 부진이 혁신에 집착, '무리한' 사업추진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복수의 LG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G5 케이스 수율(불량 없는 양산 비율)이 양산 전 15~20% 수준에 불과했지만 LG 측에선 '함께 하다 보면 개선이 될 것'이라는 말로 다독이며 프로젝트를 강행했다"고 입을 모았다.

LG는 지난해 3월 하단 부분을 서랍처럼 빼내 카메라, 오디오 등 주변기기로 바꿔 끼울 수 있는 모듈형 스마트폰 G5를 내놨다. 처음으로 스마트폰 뼈대에 해당하는 내·외관 일체를 금속 재질로 만드는 '풀 메탈 케이스'도 적용했다.

하지만 '혁신'이라는 카드는 '흥행 실패'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G5의 부진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은 '유격 불량'과 '수율 문제로 인한 공급 부족'이었다.

소비자들은 단말기 틈이 벌어지는 유격 불량, 높낮이 차이가 나는 단차 등을 지적했다. 당시 LG는 불만을 제기하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단말기를 교체해줬지만 물량이 모자라 교품증을 제공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G5 구매는 뽑기와 같다", "불량품이 많아 복불복이다" 등의 불만이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지금도 G5 케이스를 만들고 있는데 수율은 70% 수준에 불과하다"며 "설계 자체에 문제가 많다. 이 문제 때문에 G5 출시 후에 양산이 중단된 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카메라가 튀어 나온 부분과 제품 하단에 끼웠다 뺐다 할 수 있는 부분이 문제가 있었고 A/S도 많이 들어왔다"며 "LG에선 세계 최초라는 혁신에 너무 집착해 무리수를 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협력업체 관계자는 "메탈 케이스를 비롯해 모듈 방식 디자인을 적용하는 등 새롭게 시도하는 부분이 많았고, 이에 연관된 기술적인 부분에서 미흡한 점이 많아 문제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제품이 출시된 지 1년이 다돼가고 있지만 수율에서 계속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동종업계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초기 수율이 낮아도 미래를 보고 일을 진행하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이는 기간 내에 수율은 맞출 수 있다는 판단이 섰을 때 가능한 것"이라며 "특히 플래그십 제품 같은 대규모 투자가 들어가는 프로젝트의 경우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불량 제품을 그대로 출시하는 과정도 문제로 제기됐다. 또 다른 협력업체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불량으로 판정하기도 하고, LG 측에서도 직접적으로 판단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격이나 단차 등은 육안으로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다. G5는 제품을 직접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면서 결국 판매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이에 대해 LG 관계자는 "핸드폰을 내놓을 때 '혁신'과 '완벽함'이라는 두 가지 코드가 있었다면 당시엔 혁신쪽으로 기울면서 (검증 과정에서) 미흡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LG 경영진 차원에서 다급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 현재 LG전자에서 스마트폰을 맡고 있는 조준호 MC(무선)사업본부 사장은 G4 출시 전인 2014년 12월 사령탑에 올랐다.

엄밀히 말하면 G4는 그가 사장으로 취임하기 전부터 개발됐던 제품이었다.

하지만 G4는 부진했고, '조준호 1호폰'이라고 할 수 있는 V10(2015년 10월 출시) 역시 눈에 띌 만한 성적을 달성하지 못하면서 상황을 악화시켰다.

MC사업본부가 2015년 2분기부터 2016년 4분기까지 7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15년에는 적자가 1196억원, 지난해는 1조2591억원에 달했다.

그룹의 대표적인 '전략기획통'이자 그룹 내 최연소 사장이었던 조 사장 입장에서는 악화일로로 치닫던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혁신이 필요했고, 무리한 사업 추진이 끝내 화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협력업체 측에서 주장하는 수율은 사실과 다르다"면서도 "수율은 영업비밀이라 수치를 밝힐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G5의 풀메탈 케이스는 어떤 회사도 해보지 않은 공정을 했기 때문에 수율을 다른 제품과 비교하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며 "불량이라는 문제 제기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forgetmeno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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