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캥거루족 껴안는 한국 가족문화가 저출산 더 악화시켜"

신성식 2017. 2. 24.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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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문가들이 본 한국의 저출산
한·일 포럼서 분석·제안 쏟아져
"유교 영향으로 부모·자녀 관계 끈끈
독립 미루다보니 결혼·출산 늦어져"
"한국, 10년 후 수도권 고령화 대비를"

#장면1(한국)

아들: “아버지! 자동차 살 돈이 필요해요.”

아버지: “네 월급으로 어림없지. 여기 있다.”

취직하고 결혼 한 아들이 부모에게 차 살 돈을 달라고 하자 아버지가 봉투를 건넨다.

#장면2(일본)

아버지: “이제 오니.”

아들: “이번 달 생활비예요.”

아버지: “돈을 벌면 부모에게 기대지 말고 제 몫을 지불해야지.”
한·일 포럼에 참여한 이강호 복지부 국장, 스즈키 도루·가쓰마타 유키코 일본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박사, 이삼식 보건사회연구원 박사(왼쪽부터). [사진 김상선 기자]
23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한·일 사회정책포럼:저출산·고령화 충격과 대응’ 행사에 만화가 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일본편』이 등장했다. 이날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일본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인구 전문가가 총출동해 양국의 저출산·고령화 해법을 논의했다.
스즈키 도루(鈴木透) 박사는 “인구 문제를 역사와 문화적으로 해석해 보겠다”며 한국말로 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일상생활에서 한국어 소통에 무리가 없는 한국통이다. 만화는 “일본의 자녀는 대개 결혼까지 부모 집에서 살고 취직하면 생활비를 낸다”고 소개한다. 반면 한국에 대해선 “자녀가 결혼 후 따로 살면서도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데, 일본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문화의 차이가 양국의 출산율 차이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한·일 양국은 모두 저출산에 시달리지만 세부적으로 차이가 있다. 출산율이 한국은 지난해 1.17명, 일본은 2015년 1.46명이다. 역대 최저치가 2005년 한국은 1.08명, 일본은 1.26명이었다. 스즈키 박사는 이런 차이를 일본의 봉건제, 한국의 유교주의에서 찾았다. 봉건제는 영주 간 완만한 연합이고 영주마다 독자 군사권과 입법권을 갖고 있었다. 반면 조선은 관료적 귀족이 지배하는 사회였다. 한국과 대만에선 유교적 전통의 가족체제가 이어져 저출산의 원인이 된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유교 전통에서는 부모·자녀가 굉장히 끈끈하고, 이로 인해 자녀 독립 지연→자식이 부모에게 기대는 캥거루족 발생→결혼·출산 지연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의 부자 관계는 건조해 보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대학병원 의사인 최모(60)씨의 장성한 남매(28, 26세)가 대표적이다. 아들은 대학 졸업을 미룬 채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딸은 전문대학 졸업 후 특별한 일을 하지 않고 부모 지원으로 살고 있다. 최근 서울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15년 서울의 25~34세 미혼 남녀의 55.9%가 부모 등 가족과 살면서 의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즈키 박사는 한국의 유교 전통이 ▶도덕성을 강조함으로써 동거·혼외 출산을 인정하지 않고 ▶양반 문화가 육체노동을 경시해 공무원·대기업 취업에 매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전통적 남녀 성 역할 때문에 워킹맘이 일·가정의 이중 부담을 짊어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은 저출산·고령화가 세계 최고 속도인데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같은 공약이 계속 나오면 저출산 문제 해결은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리타 소장
이날 기조연설에 나선 모리타 아키라(森田朗) 소장은 “지금까지 농촌이 고령화됐지만 10년 후에는 대도시에서 그간 경험하지 못한 수준의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40년 도쿄도·가나가와현·오사카부·사이타마현·지바현 등 일본의 수도권 노인 인구가 50% 이상으로 증가해 의료·요양시설과 서비스 부족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 내다봤다.
지난 10년 동안 일본의 기초자치단체(시·정·촌)가 생존을 위해 병합하면서 3300개에서 1700개로 줄었는데, 이런 식의 ‘지방 소멸’이 더 빨라진다고 내다봤다. 모리타 소장은 한국의 2013년, 2040년 고령화 지도를 비교하면서 "한국도 서울·인천·경기의 고령화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방 거점도시를 만들어 수도권 인구 분산을 유도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병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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