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분산'부터 '폐지'까지.. 교육부 개혁론 급물살

김미향 2017. 2. 23.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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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화·정유라 특혜 등 책임론 부각
교육감들 "국가교육위원회 만들자"
교육부내 "발전안 마련" 자성 목소리
국회도 "기능축소" 법안 발의 연이어
학계 "폐지, 설득력 있지만 쉽지 않아"

[한겨레]

한겨레 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새누리당 대선 후보 시절, 교육 관련 초당적 합의기구로 ‘국가미래교육위원회’를 신설할 것을 공약으로 한때 검토했다. 하지만 인수위 시절 “(위원회) 설치에 앞서 보다 신중한 검토를 하자”며 관련 논의를 중단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교육정책을 정권 영향 하에 두려는 시도로 교육 현장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었다. ‘교육부 개혁론’은 어제오늘 나온 이야기는 아니지만, 최근 탄핵정국과 맞물려 ‘교육부 권한분산론(축소론)’부터 ‘교육부 폐지론’까지 어느때보다 활발하게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교육부를 해체하고 중장기 교육정책을 수립할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업무 지원을 위한 교육지원처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고,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도 최근 “중앙정부의 획일적 교육정책 강행이 교육 정책의 난맥을 초래했다”며 “교육부 권한과 조직의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 국가교육위원회(가칭) 추진을 검토하자”고 성명을 냈다.

‘사면초가’ 교육부,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

‘교육부 개혁론’이 최근 더 활발히 논의되는 이유는 박근혜 정부 하에서 이뤄진 무리한 정책 추진과 이로 인한 교육현장 갈등 격화 때문인 것으로 지적된다. 2015년부터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추진해 이념갈등을 첨예하게 만들었으며, 누리과정 예산 책임을 두고도 정부와 시·도교육감 사이 대립이 극심했다. 수십조 예산을 대학에 지원하는 대학재정지원사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이대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태’ 등이 벌어지며 대학들도 교육부에 강한 불신이 쌓인 상태다. 특히, 지난해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특혜 입학 등 ‘교육농단 사태’가 불거지자, 교육부에 대한 국민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교육부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교육부 관계자는 “요즘 외부에서 우리 조직을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현 정부에서 교육부가 해왔던 일 중 책임질 일이 있다면 패널티를 받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교육부 관계자는 “간부회의 때 최근 제기되는 ‘교육부 축소·폐지론’에 대해 우리 입장에서 발전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교육부 창조행정담당관실은 교육부의 조직 개편 방안에 대한 연구 용역 과제를 내달 공모할 예정이다.

4년제 대학들의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전통적으로 교육부에 협조적인 ‘우군 집단’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이들도 교육부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대교협 관계자는 “최근 총회에서 교육부의 정책 결정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 오갔다”며 “지금은 정책설계나 집행을 전부 교육부가 하고 있는데, 교육부는 집행에 집중하고 제도설계는 상위기구에서 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온건론에서 강경론까지 다양한 방안 쏟아져

국회에서는 교육부를 축소 내지 폐지하고 장기적으로 교육정책을 운영할 수 있는 초당적 합의기구를 만들자는 내용의 법안 발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교육정책이 장기적 비전에 따라 연속성 있게 추진되려면 현재 교육부처럼 정권의 지시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구조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2012년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용섭 의원)이 처음 발의된 이후, 지난해에는 대통령 소속의 합의기구로 국가교육위원회를 두는 ‘교육기본법 일부개정안’(박홍근 의원)이 발의됐으며, 국가인권위원회처럼 독립기구로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어 교육정책을 심의·의결하게 하자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안민석 의원 대표발의)도 나왔다. 이 법안들은 모두 교육부의 기능을 정책집행만 하도록 축소하는 안들이다.

최근에는 교육부를 완전히 폐지하고, 이를 국가교육위원회의 사무처로 편입시키는 법안도 유성엽 국민의당 의원이 발의를 준비 중이다. 시도교육감협의회 등은 교육부를 폐지하는 대신, 국가차원의 교육 정책은 국가교육위원회에서 결정하고, 초·중등교육 관련 행정은 각 시·도교육청 등에서, 대학교육에 관한 행정은 별도의 기구를 통해 집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교육부 개편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수(교직과)는 “그동안 과정을 보면 야당은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에 적극적이지만 집권여당은 굳이 권력을 분산하는 제도개편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며 “교육부 폐지론이 국민 입장에선 설득력 있지만 현실화하려면 여러 조건이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설령 국가교육위원회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후보라도 집권하게 되면 우선순위에서 마지막에 둘 가능성이 높다”며 “정권 초중반에 만들게 되면 자신의 교육공약을 모두 국가교육위원회를 거쳐 심의·의결해야 하는 난관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명연 상지대 법학과 교수는 “요즘은 교육부 재편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고 공감대가 넓기 때문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어떤 형식으로든 국가교육위원회는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주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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