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앞둔 성매매 1번지 '청량리588', 홍등 꺼지지만

임경아 입력 2017. 2. 23. 20:40 수정 2017. 2. 23. 21: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스데스크] ◀ 앵커 ▶

대한민국 성매매 1번지라는 오명까지 붙었던 대표적 집창촌, 일명 '청량리 588'이 재개발 지구 지정 20여 년 만에 다음 달 강제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앞서 개발된 용산처럼 고층 아파트촌에 자리를 내주고 사라지게 되는 건데, 풀어야 할 숙제도 있습니다.

임경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경춘선 철길 옆으로 낡은 건물들이 들어찬 동네, 서울 동대문구 전농2동 620번지 일대.

미아리, 천호동과 함께 서울의 대표적 집창촌으로 꼽혔던 일명 청량리 588입니다.

[한경학/공인중개사] "청량리 그러면 자기도 모르게 588… 이런 개념들이 너무 난무하다 보니까 '어휴, 거기 사냐 너.' 이런 이미지가 부각됐던 거죠."

1980년대 200여 개 업소가 불야성을 이뤘고, 작년까지도 150곳 넘는 성매매 업소가 늘어섰던 골목.

지금은 대낮에도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인적이 뜸합니다.

붉은색으로 엑스자가 그려진 건물에, 유리 미닫이문 너머로는 집기와 쓰레기 더미가 보입니다.

재개발 지구로 지정된 지 23년 만에 최근 이주와 철거가 시작된 겁니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낡은 업소 한 곳에서도 월세 300만 원 이상 수익이 나오다 보니, 집주인들이 버텼기 때문입니다.

협상이 다시 시작된 건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고서부터.

오랜 단속에 손님이 줄자 그제야 개발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임병억/도시환경정비사업추진위원회 위원장] "그런 (성매매) 영업이 안 되니까 임대료도 안 들어오고 하니까 이제 다들 조금씩 (개발에) 점차 호응을 하기 시작한 거죠."

동네는 해가 지자 암흑천지로 변합니다.

몇몇 업소와 가게 등만 남은 상태.

개발에 밀려난 철거이다 보니 이렇다 할 직업교육이나 생계지원도 없이 성매매 여성들은 여전히 남아있는 다른 집창촌으로 떠났거나 떠나야 할 상황입니다.

[성매매 여성] "지금 여기 아가씨들 대책 없이 거리로 내몰려서 쫓겨나는 건데 무슨 대책이 있겠어요. 강제로 나가라는 건데…"

다음 달이면 사라질 성매매 1번지.

하지만 강력한 성매매 단속과 처벌, 성매매 여성들의 자립을 도울 근본적 대책 없이는 눈앞에서만 없어질 뿐 인터넷에서, 각종 변종 성매매 업소에서 제2, 제3의 588로 다시 홍등을 켤 수밖에 없습니다.

MBC뉴스 임경아입니다.

임경아기자 (iamhere@mbc.co.kr)

[저작권자(c) MBC (www.imnews.co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Copyright © MBC&iMBC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