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전 데자뷔'.. 朴대통령, '김기춘 지연전략' 따라하나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무더기 증인신청·지연전략·막말' 따라하는 대통령 대리인단… 한술 더 떠 '판결 불복' 시사]
13년 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측이 썼던 지연전략을 박근혜 대통령 측이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재판부에 대한 막말, 삿대질뿐 아니라 헌법재판소 판결에 불복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김 전 실장 측보다 강도 높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때 국회 소추위원단은 무더기 증인신청과 기일 연기 요청 등으로 지연전략을 쓴다는 비판을 받았다. 현재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된 김 전 실장이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자 소추위원으로 탄핵을 주도했다.
노 전 대통령 사건 당시 소추위원단은 2차 변론기일에서 29명을 무더기로 증인 신청했다. 이때 심판정에서 노 전 대통령 대리인단을 이끌었던 문재인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명단에 넣어 무의미한 신청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유지담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장까지 포함시켜 선거중립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박 대통령 측도 무차별 증인신청을 지연전략에 적극 활용했다. 박 대통령 측은 지난달 8차 변론기일에서 증인 39명을 신청했다. 재판부가 29명을 기각하자 이미 8시간 넘게 신문을 받았던 최순실씨(61·구속기소)를 포함, 15명을 재신청했다. 박 대통령 측은 22일 16차 변론에서도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당 대표, 원내대표에 박한철 전 헌재소장까지 20여명의 증인을 또 신청했다. 헌재는 신문할 필요가 없는 증인들이라며 전부 기각했다.
기일 연기 요청도 마찬가지다. 노 전 대통령 사건 때 소추위원단은 탄핵심판이 총선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선거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 측도 최소한 최씨의 1심 판결은 봐야 한다며 그때까지 탄핵심판 선고를 미루자고 버티고 있다.
막말도 공통점이다. 소추위원단은 당시 변론시간이 30분이라는 이유로 "재판을 망가(만화의 일본말)로 만들었다"고 발언했다가 재판부로부터 주의를 받았다. 탄핵심판을 '인민재판'에 비유하는 등 모독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16차 변론에서 박 대통령 측이 "우리나라가 아무리 후진국이라지만 너무하다", "심판봐야 할 사람이 (국회와) 편을 먹고 뛴다"며 재판부에 흠집을 내려한 것과 비슷하다.
양측은 탄핵사유와 상관없는 정치적 발언으로 본질 흐리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 사건 당시 소추위원단은 노 전 대통령 측 지지자들이 '나는 노무현 호위병이다', '영구히 황제로 권력으로 군림하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이야말로 개혁훼방꾼들의 전위들이다'라는 생각을 한다는 등 재판과 상관없는 발언을 했다가 제지를 당했다.
박 대통령 측은 서석구 변호사가 박 대통령을 예수, 소크라테스에 비유하면서 장시간 발언하는 일이 있었다. 또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에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책임을 돌리고 고 전 이사가 최씨와 억지로 성관계를 하지 않았냐는 등 원색적인 질문을 쏟아내기도 했다.
심지어 16차 변론에서 박 대통령 측은 "사유가 있다면 재심도 가능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헌재 결론에 불복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재판관 8인으로 판결하면 찬성 쪽이든 반대쪽이든 하자를 끄집어내 재판 무효라고 주장할 게 뻔하다. 그러면 자칫 내란 상태로 들어갈 수 있다"며 재판부를 향해 경고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지방의 한 부장판사는 "법조인들의 위신을 떨어트리고 있다"고 혹평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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