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비민주적인 학교에 너를 보내고 싶지 않구나"..문명고 신입생 학부모의 편지

백경열 기자 2017. 2. 2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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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3일 경북 경산 문명고 학생과 학부모가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촉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문명고 국정교과서 지정철회 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학교 운동장과 건물을 오가며 시위를 벌였다. 대책위가 건물 곳곳에 붙인 대자보 속 글귀에는 이들의 심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문명고 신입생 학부모 ㄱ씨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사랑하는 아들아, 그런데 엄마는 그 국정교과서가 네가 입학할 학교에서 연구신청할 줄은 꿈에도 몰랐단다.

국정교과서가 그렇게 올바른 교과서고 잘 만들어진 거라면 왜 연구비 천만원 줘가며 떠안길까?

이름도 거창한 ‘연구’라는 말을 붙이며 신청을 받는데도 왜 전국에 달랑 1곳만 신청을 했을까? 어린 너도 그 답을 너무도 잘 알거야.

그런데 아들아, 문명고 교장선생님도 교육부와 똑같더라. 문명고의 구성원인 학생, 학부모, 교사의 반대 목소리를 외면하더라.

엄마는 교장 선생님께 묻고 싶다.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신청하셨나요?

아들아, 너도 지금 힘들고 불안하고 전학을 해야 하나 고민되지? 엄마도 재단과 학교장이 교사와 학생 위에 있는 이 비민주적인 학교에 너를 보내고 싶지 않단다.

하지만 아들아. 엄마는 쉽게 포기하지 않으련다. 너와 친구들, 형님들에게 좌절을 안기고 싶지 않구나.

아들아, 철회되는 그날까지 함께 맞서자.

-2017. 2. 23. 새벽에

너의 미래를 걱정하며 눈물로 쓰다

<이럴려고 문명고 지원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저희는 국정 역사교과서 사용에 반대하는 문명고 신입생입니다.

지난 2월 15일 저녁, 새로 입학할 문명고 외 2곳의 학교가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신청했다는 소식을 듣고 아주 놀랐습니다.

사실 여태껏 국정 역사교과서가 우리와는 거리가 있는 것인줄 알았으나, 코 앞에 다가오니 답답하고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피켓도 만들고 함께할 친구들도 모아서 수차례 집회에 참여하며 신청 철회를 요구했지만 교장선생님께서는 전교조와 민노총에 의해 선동된 것이라며 들은 체도 하지 않았습니다.

교장 선생님, 저희는 학교의 주인이 되고 싶습니다.

-문명고 신입생 ㄴ·ㄷ·ㄹ군

<부끄럽고 부끄럽다! 전국에서 단 한 곳. 내 아이가 다닐 그 곳 문명고>

아이들의 판단력과 생각을 흐리게 하고 정권의 노예로 만들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누구 마음대로 정했는가?

학생이 우선인가. 이사장의 압박이 우선인가.

배울 학생 그 교과서로 배울 뜻이 없고 낳은 부모. 기를 교사 그 교과서로 가르칠 뜻 없건만….

시대에 반하는 국정화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우리 문명고 학부모와 학생들은 반대한다!!!

연구는 학자들의 몫이지 학생들의 몫이 아니다.

모든 연구와 비교와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교과서로 우리 학생들을 교육하여야 옳은 일이 아닌가?

그 많은 정치가와 학자들이 이루지 못한 합의를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구한다는 것이 어찌 교육인가?

이것이 진정 제자를 위한 교육인가? 아니면 두 분을 위한 이념인가?

제발 학생들을 이념의 전쟁터에 총알받이로 세우지 말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두 분의 생각과 결정이 옳을지라도 지금 학교의 명예를 위해 그 옳음을 내려놓길 간곡히 부탁한다.

-문명고 학부모회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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