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냄비받침으로..", 문명고 학생·학부모 반발 계속
[경향신문] 전국 유일의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인 경북 경산 문명고 학생과 학부모가 23일 연구학교 지정 철회 촉구 움직임을 이어갔다.
이날 오전 9시 40분부터 ‘문명고 국정교과서 지정철회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운동장과 건물 안을 오가며 1시간 동안 집회를 열었다. 문명고 재학생 150여 명을 비롯해 학부모, 교사 등 180여 명이 참가했으며, 입학 예정 신입생의 학부모도 대거 동참했다.
대책위는 학교 운동장과 건물 1층 복도를 행진하며 “국정 교과서를 철회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오전 10시 30분쯤 교장실 앞에 5분쯤 머물러서는 김태동 교장에게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지만, 교장은 자리에 앉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당초 그는 학생과 학부모 앞에서 학교의 의견을 공식 전달하기로 한 바 있다.
김 교장은 대책위가 운동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경향신문> 기자와 만나, “연구학교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 이사장의 뜻은 아니다”면서 “학생들에게는 설득 작업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올해 문명고에 배정된 입학 예정자 학부모도 6명 찾았다. 이들은 학교 측이 국정 역사교과서를 수업 교재로 쓸 경우, 문명고를 떠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신입생 학부모 문모씨(47·여)는 “처음에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됐다는 소식을 듣고는 (교과서를) 불에 태울지 냄비받침으로 쓸지 고민했다. 연구학교 지위를 포기하지 않으면 아이를 전학시킬 예정”이라며 “이미 전국 단위로 학생을 모집하는 인근 고교로 전학을 가기 위해 알아봤고, 가능한 것으로 확인했다. 아이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신입생 학부모 상당 수가 아이를 전학 또는 자퇴시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연구학교를 강행하게 된다면 실제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국정 역사교과서 철회를 촉구하는 도중에 펼침막과 대자보 수십 장을 건물 1층 입구 등지에 붙였다. 이후 경산 지하철 역사 등지에서 시민에게 받은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철회 요구 서명서’를 김태동 교장에게 전달했다.
집회가 끝난 후 대책위는 오전 11시쯤 소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명고가 연구학교 지정을 철회할 때까지 학생 및 교사와 함께 이를 위한 행동을 이어갈 것이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앞으로도 매일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로 했다.
이용기 전교조 경북지부 대변인은 “문명고가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어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를 신청하는 등의 과정에서 절차상의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면서 “법률적인 대응책도 마련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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