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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비리포트] '위험징후' 윤성환, '36세의 벽' 앞에 서다

조회수 2017. 2. 23. 10: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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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락세 이후 만 36세 시즌을 맞게 되는 삼성 에이스 윤성환

근 10년 간 KBO리그를 통틀어 가장 꾸준했던 선발 투수를 꼽자면 삼성 '에이스' 윤성환의 이름을 뺄 수 없다.

만 27세 시즌인 2008년 데뷔 첫 10승(135.1이닝 ERA 3.92)을 거두며 선발로 자리잡았고 부상에 시달린  10, 12년을 빼면  아홉 번의 시즌 중 7번이나 규정 이닝을 채웠다. 이 9년 간 윤성환은 103승을 올렸다.

최근 4시즌으로 범위를 좁혀도 매년 170이닝 이상을 소화하면서,  평균자책점(ERA)은 4.50 이하를 유지했다. 

윤성환의 2008~2016시즌 주요 성적 [사진=삼성 라이온즈] ⓒ KBReport.com  

지난 4년 간 규정 이닝을 달성하고 ERA 4.50 이하를 기록한 투수는 윤성환과 두산 유희관 뿐이다.  간단히 말해  믿고 맡길 수 있는 선발 투수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윤성환은 달랐다.

겉으로 드러난 기록은 무난하다. 17승-ERA 3.76을 기록한 15시즌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180이닝을 책임지며 규정 이닝을 훌쩍 넘겼다. 소속 팀의 추락 속에서도 11승을 거뒀고 ERA 4.35를 기록하며 선발 마운드의 버팀목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2016시즌 윤성환의 주요 기록 및 부문별 순위

윤성환의 2016시즌 성적과 주요 부문 순위 ⓒ KBReport.com  

지난해 윤성환보다 ERA가 좋았던 국내 투수는 장원준, 양현종, 신재영, 류제국 뿐이었다. 함께 물의를 일으켰던 안지만과는 대비되는 행보였다. '역시 윤성환이다' 라는 반응이 나올만한 활약이었다.

하지만 세부 기록을 들여다 보면 위험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08~15시즌까지의 기록이 윤성환 본인의 실제 능력치에서 크게 벗어남이 없어 보이는 성적표라면  지난해 기록에서는 적잖은 '행운'의 영향이 보이기 때문이다.

첫번째 위험 징후는 속구 구속과 탈삼진율의 현저한 감소다.

15시즌 139.6km/h 였던 윤성환의 속구 평균구속은 지난해 135.9km/h까지 뚝 떨어졌다. 본래 구속이 강점인 투수는 아니지만 평균 구속의 급격한 저하는 노쇠화의 영향일 가능성이 크다. 

리그 최정상급 볼 회전수와 면도날 같은 제구 덕에 구종 가치가 플러스(15시즌 6.9)였던 그의  속구는  마이너스 구종(16시즌 -3.9)이 되고 말았다.  (속구 피 OPS ,  2015: 0.764  -> 2016:  0.842)

구속에 비해 윤성환은 구위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를 이전 기록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13~15시즌까지 3년 연속 세 자리수 탈삼진을 잡아냈고  특히  14~15시즌 K/9(9이닝 당 삼진)는 7.03(9위), 7.61(8위)로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중 10위권 내였다.

하지만 16년엔 180이닝 동안 단 85개의 삼진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4.25로 추락한 K/9는 지난해 규정이닝을 소화한 17인 중 최하위였다.

# 윤성환의 15~16시즌 간 세부기록 변화치

윤성환의 2016시즌 세부 성적과 순위(기록: 스탯티즈/KBReport.com)  

탈삼진율의 급격한 저하는 자연스레 FIP(수비무관 평균자책점)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윤성환의  2016시즌 FIP는 5.55로 규정이닝 투수 중 2번째로 높다.  시즌 보정이 들어간 조정 FIP는 93.9인데 프로 데뷔 이후 최악의 수치다. ERA(4.35)와의 차이도 상당했다. 

물론  단일 시즌 기록을 볼 때 ERA와 FIP가 상당한 격차를 보이는 경우는 적지 않다. 지난해 MVP이자 유일한 2점대(2.95) 선발인 니퍼트의 FIP는 4.44로  큰 차이가 났다. 국내 투수 중 최고로 꼽히는 양현종 역시  ERA(3.68)와 FIP(4.75)가  1 이상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윤성환의 경우 지난해까지 ERA와 FIP의 차이가 거의 없는 투수였다. (04~15 시즌 통산:  ERA 3.86, FIP 3.89)  FIP(5.55)에 비해 1.2 낮은 지난해 ERA(4.35)는 행운의 도움을 받았다고 볼 여지가 크다. 본인의 통산 BABIP(인플레이 타구의 타율)인 0.307에 비해  16시즌 BABIP(0.299)로 낮았다는 점 역시 불안요소다.

피홈런 역시 마찬가지다. 구위가 확연히 좋았던 15시즌(194이닝 27개)과 지난해(180이닝 25개)  피홈런 숫자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는데 9이닝당 피홈런 수치는 1.25로 동일하다

지난해 개장한 삼성의 홈구장 라이온즈 파크는 경기 당 2.45개의 홈런이 터져나온 홈런 구장(전체 구장 중 2위, 1위는 문학 2.65개)이다.  윤성환은 이런 라이온즈 파크에서 66.1이닝 동안 9개의 홈런을 허용했다. 이는 지난해  9이닝당 피홈런 수치(1.25)에 비해 현저히 낮은 0.81이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홈경기 이닝이 지난해에 비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지난해 급격히 저하된 구속과 구위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피홈런이 대폭 늘어날 가능성도 농후하다. 

#만 35세에 규정이닝을 넘긴 투수들의 만35~ 36세 시즌 성적 비교

2000년 이후 만 35세에 규정이닝을 넘긴 투수들의 만 35세/36세 성적 (기록: 스탯티즈/KBReport.com)  

어느새 노장급이 되어버린 나이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위험 요소다. 81년생인 윤성환은 올해 만 36세 시즌을 맞는다.  노쇠화가 진행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나이다.  

각 팀에서 영구결번으로 지정될 만큼, 전설로 불리어도 이상하지 않을 경이로운 성적을 낸 투수(김용수, 송진우, 정민철 )들을 제외한다면 만 36세 시즌 이후 규정 이닝을 넘긴 국내 투수는 한용덕과 장명부 단 두 명이 전부다.

이 둘 역시 각 구단의 영구결번이 아닐 뿐, 한 시대를 풍미했던 투수들이다. 한용덕은 17시즌 동안 통산 120승을 거둔 뛰어난 투수고, 장명부는 앞으로 다시는 나올 수도 없고 나와서도 안되는 대기록을 기록한 프로 초창기의 괴물투수다.

35세 시즌에 규정 이닝을 채운 국내 투수가 모두 열 한 명 이었던 것을 떠올리면 이런 결과는 자못 놀랍다. 규정 이닝을 소화하며 준수한 성적을 남긴 여섯 명의 투수들이 단 1년 만에 규정 이닝조차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추락한 것이다. '마의 36세'라고 해도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만 36세의 벽을 넘지 못한  서재응과 김선우 (사진: KIA 타이거즈/두산 베어스)

구위는 윤성환만 못해도 투구 스타일이 흡사했던 KIA 서재응은 만 35세 시즌인 2012년 선발 연속 이닝 무실점 기록을 경신하는 등 국내 복귀 후 최고의 시즌(160이닝 ERA 2.59)을 보냈다. 하지만 이듬해 극심한 부진(84이닝 ERA 6.54)에 빠졌고 15시즌 이후 은퇴를 선언했다. 서재응과 동갑내기인 김선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급격히 구속과 구위가 떨어지며 불안감을 남긴 윤성환이 김용수(96: 16-7, ERA 2.82), 송진우(02: 18-7 ERA 2.99)처럼 만 36세 시즌에도 건재함을 과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5시즌 이후 해외 원정 도박 파문으로 인해 지난해 시즌 준비가 원활치 못했고 그 여파로 하락세를 보였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8월 참고인 중지 처분이 확정되기 전까지 시즌 완주 여부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었기에 일정 부분 일리있는 주장이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정현욱 코치와 훈련 중인 윤성환 (사진: OSEN)

지난해와 달리 스프링캠프부터 착실히 몸을 만들고 야구에 집중한다면 구속이나 구위가 회복될 여지도 충분하다. 경기 외적인 문제로 고단한 한해를 보낸 윤성환이 만 36세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 지 여부에 따라 삼성의 올시즌 순위도 상당한 진폭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KBO 기록실, 스탯티즈]


글: 최광준 / 정리 및 편집: 김정학/계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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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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