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김정민 '열애설'과 여성 예능인의 유리천장

아이즈 ize 글 최지은 2017. 2. 2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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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김구라는 '85년생 여배우'가 이상형이라는 농담을 던져도, 온라인에서 주책이라며 욕은 좀 먹을지언정 활동에 아무 지장을 받지 않는 위치에 있다.

조세호를 비롯해 이른바 '구라인'이라 불리는 예능인은 여럿이지만, 이 중 젊은 여성인 김정민만이 유독 예능계 동료가 아닌 '김구라의 여자'로 덧씌워진 이미지 때문에 스캔들에 시달리고 기회를 잃기도 했다는 것은 원래도 좁은 여성 예능인의 입지가 얼마나 위태로운 것인지 다시 한 번 확인시킨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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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글 최지은

방송인 김정민은 1989년생, 그의 어머니는 1967년생이다. 그리고 최근 KBS [비타민]에서 이휘재가 김정민에게 “이성적인 감정은 전혀 없느냐”고 물은 대상, 김구라는 1970년생이다. 열아홉 살이라는 나이 차, 비혼 여성과 스무 살 아들을 둔 이혼 남성이라는 상황 차에도 김정민과 김구라의 열애설은 지난해 12월 tvN [예능인력소] 이후 실체 없는 루머에서 예능의 토크 ‘떡밥’으로 떠올라 꾸준히 언급되는 중이다. 김정민이 출연한 2월 1일 자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 역시 두 사람의 스캔들에 대한 이야기로 방송 시간 65분 가운데 15분이 넘는 분량을 할애했다. 

“조금도 여지가 없나요?”, “이 사람이 남자로 안 보이나요?”, “밖에서 밥도 안 먹었나요?”. ‘라디오스타’ MC들은 잇따라 물었다. 이들은 김구라와의 스캔들 이후 김정민에게 ‘착하다는 이미지’가 생겼다고 말하기도 했다. 젊은 여성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여자 없는 남자’와 엮이고, 주변에서 장난처럼 분위기를 몰아가 정색할 수도 없게 만드는 것은 예능뿐 아니라 한국 사회 어느 집단에서나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게다가 부모 자식 사이만큼이나 나이 차가 큰 남성과 교제 중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힌 여성에게, 역시 나이 많은 남성이 “나이는 문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19, 20살 차이 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하는 것은 무해한 농담이 아니라 미묘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나이 차가 많은 사람이 이상형이지만 김구라 씨는 그냥 제 스타일이 아니”라고 잘라 말한 김정민만을 향한 것이 아니라, 여성 연예인들이 연애 상대로서의 남성상에 대해 제시받았을 때 어떤 부정적 평가도 내리기 힘든 한국 예능의 분위기에 일조하는 것이기도 하다. KBS [해피투게더]의 엄현경이 남성의 외모를 본다고 말한 것만으로도 ‘특이한’ 여자라는 캐릭터를 얻은 것은, 여성 연예인들이 그만큼도 자신의 취향과 욕망에 대해 솔직히 말하지 못하고 그 자리의 남성(선배)들 및 대중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의 단면을 보여준다.

반면 김구라는 ‘85년생 여배우’가 이상형이라는 농담을 던져도, 온라인에서 주책이라며 욕은 좀 먹을지언정 활동에 아무 지장을 받지 않는 위치에 있다. 열애설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김정민이 처한 입장은 다르다. 그는 2015년 말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앞으로도 몇 년간 여성 예능인들은 계속 힘들 것 같다. ‘내 프로그램’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고, 그마저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나도 지금은 뭘 하겠다는 게 아니라 언젠가 흐름이 올 때까지 어떻게든 버티고 있자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데뷔 15년째인 지금도 부지런히 운동을 하고 외국어를 공부하며 매달 새로운 콘셉트의 화보를 발표할 만큼 자기계발과 자기PR을 쉬지 않는 연예인이다. 또한 김구라가 앞뒤 없이 막 던진 멘트도 순발력 있게 받아치거나 부연해서 토크를 이어갈 만큼 그와 호흡이 좋은 파트너이기도 하다. 그러나 TV조선 [원더풀데이]에서 김구라는 “나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열애설을) 넘겼는데, 내가 출연하는 프로그램 제작진이 김정민을 섭외하려다 보류한 적도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자신의 재능이나 노력과 상관없이, 여성이기 때문에 부딪히는 장벽은 보이지 않지만 매우 단단해 좀처럼 깨뜨리기 어렵다. 한 지상파 예능 PD는 여성 예능인들이 커리어를 확장하거나 오래 유지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로 “남성 예능인들끼리는 녹화 후 함께 술을 마시거나 하면서 친해져 인맥을 쌓고, 호흡이 맞으면 다른 프로그램이 들어왔을 때 서로 추천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여성들은 그런 자리에 끼기 어렵다 보니 소위 ‘라인’을 형성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조세호를 비롯해 이른바 ‘구라인’이라 불리는 예능인은 여럿이지만, 이 중 젊은 여성인 김정민만이 유독 예능계 동료가 아닌 ‘김구라의 여자’로 덧씌워진 이미지 때문에 스캔들에 시달리고 기회를 잃기도 했다는 것은 원래도 좁은 여성 예능인의 입지가 얼마나 위태로운 것인지 다시 한 번 확인시킨 사례다. 그러나 김정민은 ‘라디오스타’ 녹화를 마치며 “재밌는 해프닝으로 웃음 드려 좋았다”는 말로 똑 부러지게 마무리했고, 이휘재의 질문에는 “저한테 이휘재 씨, 김구라 씨는 또옥- 같아요!”라며 가볍게 한 방 먹였다. “연예인으로서 김정민 양을 아주 좋아합니다”라는 김구라의 말은 김정민의 예능 센스에 대한 동료 예능인으로서의 찬사이자 영향력 있는 업계인으로서의 인정이었을 것이다. 여성 예능인, 아니 모든 일하는 여성에게 필요한 것 또한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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