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세금..미세먼지 줄인다더니 석탄 부담금 '0원'

최훈길 입력 2017. 2. 23.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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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에 세금·부담금 최고..석탄보다 26%↑
원전 '면세', 석탄엔 부담금·관세 0원
유동수 "이대론 미세먼지 감축 불가..세제 개편 필요"
기재부 "사회적 공감대부터"..산업부 "전기료 올라"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부가 미세먼지를 줄인다고 하면서 석탄에는 부담금을 부과하지 않고 친환경 LNG에는 석탄보다 20% 많이 세금·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오염을 고려해 청정에너지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해놓고 에너지 조세 개편에는 손 놓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3일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관세청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발전원별 조세 및 부담금’ 수준(2월 기준·부가세 제외)을 분석한 결과 가스 발전의 원료가 되는 LNG에 조세 및 부담금(12.37원/kWh+관세)이 가장 많이 부과됐다. 이는 화력발전의 연료인 유연탄(9.85원/kWh), 원자력(11.7원/kWh)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같이 발전원별 조세·부담금 규모를 비교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된 석탄화력의 연료인 유연탄과 비교하면 LNG가 유연탄보다 26%가량 조세·부담금이 더 붙었다. 관세(3%/kg)까지 포함하면 LNG에 붙는 세금은 더 올라가 유연탄과 비교해 ‘중(重)과세’ 수준이다. 지난해 6월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가 “미세먼지 감축을 대폭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조세는 거꾸로 가는 상황인 셈이다.

◇LNG에 세금·부담금 최고..석탄보다 26%↑

중유와 LNG에는 관세(각각 3%/ℓ, 3%/kg)를 제외한 액수다, 단위=원/kWh, 올해 2월 기준.(출처=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관세청, 유동수 의원실)
구체적인 내역을 보면 LNG에는 다양한 조세·부담금이 붙었다. 정부는 LNG에 개별소비세, 지역자원시설세(지방세), 부가가치세 이외에도 수입판매부담금, 안전관리부담금, 관세까지 부과했다. 하지만 유연탄에는 수입판매부담금, 안전관리부담금이 부과되지 않고 개별소비세, 지방세, 부가가치세만 부과됐다. 원자력에는 지역협력사업비·사후처리비 등이 별도로 부과됐지만 개별소비세·교육세·관세 등을 면세 받기 때문에 LNG보다 조세·부담금이 낮았다.

게다가 연료비 단가를 고려하면 LNG는 단가도 비싼데 세금까지 더 붙는 상황이다. 유 의원에 따르면 연료비 평균단가(2월 기준)는 LNG(91.86원/Gcal)가 유연탄(44.54원/Gcal)보다 약 2배, 원자력(5.66원/Gcal)보다 16배 비싸다. 현재 전력거래소는 가장 저렴한 연료로 생산한 전기를 우선적으로 구매(경제급전 방식)하고 있다. 따라서 LNG는 유연탄·원전에 애초부터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따라 이 같은 모순된 세금 구조, 연료비 단가 상황에서는 미세먼지 감축이 ‘공염불’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유 의원은 “정부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면서 선진국과 달리 LNG에는 높은 세금을 부과하고 원전에는 면세, 석탄에는 매우 낮은 세금을 붙이고 있다”며 “LNG 등 청정에너지에 대한 세금을 깎고 원전·석탄에 환경·안전 등 사회적 비용을 감안해 세금을 더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재부 “사회적 공감대부터”..산업부 “전기료 올라”

LNG 조세·부담금 합계는 개별소비세(8.07원)+지역자원시설세(0.3원)+부담금(4원)을 더한 것이다. 합계에 반영된 부담금은 수입판매부담금(24.2원), 안전관리부담금(3.9원)을 더한 뒤 연료소비율(0.13)을 곱해 나온 값을 소수점 이하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 한 것이다. 유 의원실 관계자는 “기재부·산업부는 소계에 나온 액수를 발전원별 조세부담이라고 하지만 여기에는 LNG 부담금과 관세가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정부가 개별소비세의 기업부담을 구하는 방식을 그대로 적용해 LNG 부담금·관세를 반영한 합계를 계산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2월 기준, 단위=원/kWh.(출처=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관세청, 유동수 의원실)
이에 대해 정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는 의원실에 “환경오염 등 외부 비용을 반영하는 친환경 에너지세제 구축을 위해 에너지원 간 세율 체계를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게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이라면서도 “우라늄 과세 신설 등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 환경에너지세제과 관계자는 “LNG의 발열량(kcal/kg)이 석탄의 2배 수준”이라며 “현행 LNG·유연탄 세율은 이 기준이 반영돼 2014년에 국회 조세소위에서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유연탄 개별소비세는 오는 4월부터 오르기 때문에 이후에 추가로 인상할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원전에 대한 세금 인상은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전기요금 인상을 초래하고 국민부담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세제 개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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