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되새기는 그날의 뜨거운 함성

2017. 2. 23.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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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절 맞아 선열의 숨결 깃든 충남 천안 '애국투어'
충남 천안 흑성산에서 내려다본 이른 아침의 독립기념관. 바로 앞 벌판 사이로 산방천이 굽이굽이 흐르고 짙게 드리운 구름 너머로 붉은 여명이 하늘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왼쪽 멀리 아우내장터에서 유관순 열사의 ‘대한독립만세’ 함성이 들리는 듯하다.
독립기념관 초입 겨레의 탑
태극기 한마당과 겨레의 집
독립기념관 인근 이동녕 선생 생가
병천면 용두리 유관순 열사 생가

삼일절이 약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3·1운동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등 독립운동이 체계화되는 기틀이 됐다. 삼일절을 단순히 공휴일로 여기지만 말고 순국선열을 기리는 뜻깊은 시간으로 만들면 어떨까. 3·1운동을 상징하는 ‘아이콘’ 유관순 열사의 고향이자 조국의 광복을 위해 목숨을 바친 애국선열을 기리는 독립기념관이 들어서 있는 충남 천안으로 떠나보자.

먼저 목천읍에 자리한 독립기념관.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시련과 극복 과정, 나라를 지키기 위한 노력 등을 기억하기 위해 1987년 국민 모금운동으로 건립된 독립기념관은 우리 민족의 국난 극복사와 발전사 자료를 모아 보존·관리·전시하는 종합적 학술전시관이다. 제1∼7전시관, 입체영상관, 특별기획전 등으로 구성돼 있다. 관람 소요 시간은 3시간 정도다.

독립기념관에 들어서면 ‘겨레의 탑’이 우뚝 솟아 있다. 하늘로 날아오르는 새의 날개와 기도하는 손의 모습을 표현한 높이 51m 조형물이다. 기념관 어느 곳을 거닐든 이정표처럼 우뚝 솟아 있다. 탑을 지나면 태극기 815기를 연중 게양하는 태극기 한마당이 드넓게 펼쳐진다. 2005년 광복 60주년을 기념해 조성됐다. 이어 동양 최대의 기와집 ‘겨레의 집’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 맞배지붕 건물로, 독립기념관의 주요 상징이다. 겨레의 집 내부에는 불굴의 한국인상이 있다.

겨레의 집을 지나면 7개 전시관이 펼쳐진다. 제1관 ‘겨레의 뿌리’는 선사시대부터 조선 후기까지 우리 겨레의 문화유산과 외세 극복의 역사를 보여주는 여러 유물을 한자리에 모아 놓은 곳이다. 해인사 장경판전 연출모형, 자격루 축소모형, 거북선 재현모형 등이 미니어처로 재현돼 있다.

제2∼3전시관은 일제의 침략상과 애국선열들의 국가 수호 운동사를 보여준다. 제2관 ‘겨레의 시련’에서는 186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우리 민족의 긴 역사가 일제에 의해 단절되고 국권을 상실한 당시의 시련을 살펴볼 수 있다. 일제가 자행한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그림자 영상으로 재연한 장면에 숙연해진다. 을사늑약 연출모형은 그동안 교과서나 책으로만 봤던 장면을 직접 보여준다. 제3관은 ‘나라지키기’ 주제로 의병전쟁과 애국 계몽운동 등 구한말의 국권 회복을 위해 운동했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을사늑약에 반대해 자결한 민영환의 유서, 안중근의 단지혈서 엽서, 피 묻은 태극기 등이 민족혼을 느끼게 해준다.

제4관 ‘겨레의 함성’은 민족 최대의 항일독립운동인 3·1운동을 되짚어보는 공간이지만 현재 공사중이다. 이어진 제5관은 ‘나라되찾기’라는 주제로 조국독립을 되찾기 위해 국내외 각지에서 전개된 항일무장투쟁을 전시했다. 제6관은 ‘새나라 세우기’라는 이름으로 일제강점기 민족문화 수호운동과 민중의 항일운동, 대한민국임시정부의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임시정부 요인의 밀랍 인형이 주요 볼거리다. 제7전시관은 애국정신을 체험해보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입체영상관에서는 애니메이션 관람도 가능하다.

통일염원의 동산은 중심에 종을 설치한 원뿔형 무지개 조형물이 볼 만하다. 전시관 영역 뒤편에 마련된 추모의 자리는 애국선열의 뜻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곳으로, 병풍처럼 드리워진 벽 부조가 인상적이다.

독립기념관 산책로 한쪽에는 조선총독부 부재 전시공원이 조성돼 있다. 각종 건물 잔해들로 이뤄진 이 공원 한쪽에 철거된 옛 조선총독부 건물 첨탑이 있다. 전시물 일부는 땅에 처박혀 있거나 여기저기 초라하게 방치돼 있어 어설픈 느낌이 들지만 홀대하는 방식으로 연출해 ‘일제 잔재의 청산과 극복’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삼일절 당일 독립기념관에서는 기념식과 함께 독립만세 퍼포먼스, 만세운동 재현 마당극, 1919명분 초대형 비빔밥 만들기 등이 펼쳐진다.

독립기념관에서 가까운 곳에 석오(石吾) 이동녕 선생 생가와 기념관이 있다. 선생은 1906년 만주 북간도 용정촌으로 망명해 서전의숙을 설립하고 민족 교육을 통해 독립운동가 양성에 힘을 쏟았다. 그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맏형이자 수호자였다. 3·1운동 직후 임시의정원 초대 의장으로 임시정부 탄생의 산파역을 했으며 국무총리를 지냈다. 염원하던 광복을 보지 못하고 1940년 중국에서 눈을 감았다.

선생이 태어나 16세까지 살았던 생가 옆에 조성된 기념관에는 선생의 흉상과 휘호, 대형 태극기와 함께 삶과 사상을 소개하는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기념관 앞 대형 화강암에 음각된 그의 친필 ‘산유천석(山溜穿石·산에서 흐르는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이라는 글귀가 그의 일생을 대변해주고 있다.

유관순 열사는 이화학당에 재학 중인 17세에 3·1운동이 일어나자 귀향해 1919년 4월 1일 아우내 만세운동을 일으켰고 공주감옥에 수감됐다. 같은 해 8월 서대문형무소로 이감된 뒤 일제의 모진 고문 끝에 1920년 9월 28일 옥중에서 짧은 일생을 마쳤지만 그의 저항정신과 이름은 불꽃처럼 강렬하게 남아 있다.

유관순 열사 사적지에는 추모각과 동상, 기념관 등이 있으며, 초입에는 열사의 거리가 조성돼 뜻을 기린다. 열사 탄생 100주년인 2003년에 개관한 기념관은 열사의 출생에서 순국까지의 일대기를 보여준다. 열사의 수형자 기록표, 호적 등본, 재판기록문 등 다양한 전시물과 아우내 독립만세운동을 재현한 축소 모형, 재판 과정을 담은 매직 비전 등을 만날 수 있다. 일제의 잔악성과 열사의 험난한 감옥 생활을 되새길 수 있는 일제의 고문 도구 ‘벽관’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열사의 생가는 병천면 용두리에 있다. 아우내 만세운동 당시 일본 관헌들이 가옥과 헛간을 남김없이 태웠으나 1991년 복원됐다.

여행메모

열차·전철 이용해 교통 정체 시름 덜고… ‘명물’ 병천순대·호두과자에 입은 호강

독립기념관은 경부고속도로 목천나들목에서 가깝다. 서울역에서 열차나 전철을 이용, 천안역에 내린 뒤 버스를 이용하면 교통 정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과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독립기념관에는 꼬마열차, 어린이방 등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입장과 각 전시장의 해설은 무료다. 음성안내기를 대여받거나 휴대전화에 앱을 설치하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주차료는 소형 2000원, 대형 3000원. 매주 월요일에 휴관하지만, 상설 전시관 외 야외 전시관과 쉼터 등은 연중 개방한다.

독립기념관에서 아우내장터와 유관순열사사적지까지 대중교통으로 연결된다. 유관순 열사가 만세 운동을 펼친 아우내장터 일대는 병천순대거리가 조성돼 있다.

천안의 먹거리 병천순대는 50여년 전 병천면 인근에 돼지고기를 이용한 햄 공장이 들어서고, 당면 대신 채소와 선지로 속을 꽉 채운 순대를 만들어 먹으면서 시작됐다. 순댓국은 돼지 사골을 푹 곤 국물에 먹음직스럽게 썬 순대와 머리 고기를 듬뿍 얹어 내는데, 대를 이어 순대를 만드는 식당도 있다. 충남집(041-564-1079), 아우내한방순대(041-555-9833) 등이 유명하다. 아우내장터에서 유관순열사사적지까지 걸어서 10여 분 거리이다.

천안의 명물 ‘호두과자’도 빼놓을 수 없다. 호두과자의 원조격인 학화호도과자 구성동 본점은 고유의 풍미로 80년 이상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천안 도심에서 새로운 명소로 부각되는 곳이 구도심 중앙동의 미나릿길 골목 벽화마을이다. 1970∼80년대 천안의 풍경이 고스란히 남은 골목이 테마별 벽화로 새롭게 단장됐다. 어릴 적 놀이를 구현한 벽화부터 십이지신상을 담은 그림까지 다양한 벽화가 추억 여행을 돕는다. 이밖에 천안홍대용과학관, 아리리오광장, 태학산자연휴양림 등도 둘러볼만하다.

천안=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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