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에도 학업 이룬 '한국의 스티븐 호킹들'

오로라 기자 2017. 2. 23.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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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위축증 딛고 연대 졸업 김다옥씨 "사회에 소속돼 기여하고 싶어"

'한국의 호킹들, 축하합니다!'

22일 오후 3시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 3층 강당에 이런 현수막이 걸렸다. 희귀 질환을 앓고도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어 학업적 성취를 이룬 환자 학생들을 축하하기 위해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가 마련한 행사였다. 루게릭병과 싸우며 세계적 석학이 된 영국의 스티븐 호킹 박사의 이름을 딴 것이다. 6회째를 맞는 이 행사에는 올해 대학 신입생 3명과 졸업생 2명을 비롯해 김용학 연세대 총장과 병원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전동휠체어에 몸을 맡긴 오성환(19)씨는 "이대로 살다 죽는다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 같아 공부에 매달렸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학생대표 발언을 했다. 오씨는 사지(四肢)를 움직이지 못하는 신체 장애를 딛고 올해 연세대 심리학과에 합격했다.

오씨는 돌 무렵에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진단을 받았다. 근육이 서서히 퇴화해 사지가 마비되고 호흡근육마저 약해지는 희귀성 질환이다. 오씨는 "책조차 혼자 넘기지 못해 내용을 암기하려고 했고 몸이 힘들면 20분씩 쉬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며 "공부로 내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야겠다는 의지 하나로 버틴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재능대 환경보건과를 졸업하는 뒤센형 근위축증 환자 이인범(21)씨는 "불편한 몸 때문에 긴 강의시간을 버티지 못해 누워서 수업을 들은 경우도 많고 시험에는 수학 풀이과정을 대신 써주기 위해 엄마가 동행했다"며 "남보다 힘든 학교생활을 버티고 졸업장을 따낸 나 자신이 대견하다"고 했다.

올해 연세대 원주캠퍼스 국어국문과를 졸업한 김다옥(23)씨는 원래 생명공학을 전공하는 게 꿈이었다. 하지만 척수성 근위축증을 앓으며 손을 자주 움직이는 과학 실험을 직접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문과로 바꿨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김씨는 "장애가 있어도 노력을 통해 사회에 소속될 수 있고 기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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