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페루에서 온 내 딸 아말리아, 예쁘게 잘 컸죠?
가난 탓에 공부 꿈도 못 꾸던 소녀
후원 덕분에 어엿한 국립대생으로
"힘들 땐 '한국 엄마' 떠올리며 버텨"
울타리 필요한 국내 청소년이나
의료비 절실한 장애아와 연결도
"밝게 자라는 모습 보면 정말 뿌듯"
"후원자님은 제 베스트 프렌드”
아말리아는 일용직을 전전하는 아버지와 어머니, 동생 두 명과 함께 살고 있는 페루 소녀였다. 이후 10년간 임씨는 아말리아의 든든한 경제적·정신적 후원자였다. 매달 후원금을 보내고 편지를 주고받았다. 136통의 편지가 오가는 동안 학교는커녕 꿈을 갖는 것조차 사치였던 아말리아는 페루 국립대에서 국제경영을 전공하는 대학생이 됐다. 실제로 만나진 못했지만 두 사람은 맞교환한 사진들을 보며 서로의 모습을 막연히 상상해 왔다. 그러던 지난 16일 오후 임씨와 아말리아는 11년 만에 처음 마주하게 됐다. 한국컴패션이 후원자의 지원으로 어느덧 자립할 수 있는 성인이 된 아동들을 위한 ‘졸업식’ 행사에 아말리아를 초대한 것이다.
“너무 떨려요. 진짜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무슨 이야기부터 하는 게 좋을까요?”
열두 살 된 아들과 함께 아말리아를 만나러 온 임씨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잠시 후 아말리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임씨는 활짝 웃으며 아말리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두 손을 꼭 잡았다.
한국어에서 영어, 다시 영어에서 스페인어로. 임씨와 아말리아가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두 번의 통역을 거쳐야 했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분위기는 내내 화기애애했다. 아말리아는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훨씬 자랐다”며 임씨의 아들을 단번에 알아봤다. 임씨는 “너무 예쁘게 컸네. 비행기 오래 타느라 고생했을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후원자님은 제 ‘베스트 프렌드(Best friend·제일 친한 친구)’ 같은 존재예요. 힘들 때마다 늘 ‘이 세상 어딘가에 나를 보살펴 주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며 힘을 냈어요.” 아말리아의 말에 임씨는 눈물을 훔쳤다. 임씨는 “사실 매달 얼마 안 되는 돈을 보내는 게 고작이었는데 이렇게 잘 성장한 아말리아에게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이제 아말리아에게는 은행에 취직해 가족들을 돌보고 나아가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아말리아는 “임씨 덕분에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게 됐고 드라마 ‘꽃보다 남자’도 봤다”고 했다. 임씨는 아말리아에게 그 나이 또래 여학생들이 쓰는 화장품을, 아말리아는 임씨에게 페루 전통의상을 선물했다. 아말리아의 말이 두 번의 통역을 거쳐 전달될 동안 임씨는 가는 시간이 아쉬운 듯 아말리아의 눈을 오랫동안 바라봤다.
비영리단체(NPO)를 통한 일대일 결연은 임씨와 아말리아처럼 특별한 인연을 만들어 주는 고리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는 한국컴패션을 비롯해 월드비전·초록우산어린이재단·밀알복지재단 등 다양한 NPO가 후원자와 국내외 소외 아동들을 연결해 주고 있다. 결연을 맺게 되면 후원자들은 아동에게 단순한 후원 관계를 뛰어넘어 ‘친구’ 또는 또 하나의 ‘부모’ 역할을 한다. 후원자들은 “후원 아동이 밝게 자라는 모습을 보며 느끼는 뿌듯함과 행복감은 상상을 뛰어넘는다”고 입을 모은다.
"의미 있는 일 하고 싶어 아들 명의로 후원”
국내 청소년과 추억을 쌓아 나가는 후원자도 있다. 부산에 사는 양현열(58)씨는 2013년부터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통해 박비주(17)양과 인연을 맺었다. 박양은 66㎡(약 20평)도 채 되지 않는 임대아파트에서 아버지와 할머니, 몸이 불편한 동생과 살고 있다.
스물여섯 살 된 아들이 하나 있는 양씨에게 박양은 막내딸 같은 존재다. 공부 욕심이 강한 박양은 장차 외교관이 꿈이라고 했다. 양씨는 가끔 박양과 식사를 하며 성적·진로 등에 대한 고민을 들어준다. 한번은 ‘수학이 다른 과목에 비해 약하다’는 박양의 말에 지인을 불러 과외를 해 준 적도 있다. 양씨는 “비주와의 인연으로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의 기쁨을 알았다. 내 작은 도움으로 비주 같은 친구들이 잘 자라나 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면 그게 보람이고 행복”이라고 했다.
홍상지·정종훈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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