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무역협정 재검토" 경제전쟁 포문 연 미국

이승호.채병건 2017. 2. 23.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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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익에 맞게 변경"
통상정책 대원칙 재천명
대미 무역흑자 4개국 겨냥
트럼프 취임 전부터 공세
특정 나라 거론 안 했지만
한·미 FTA도 안심 못 해

미국 정부가 모든 무역협정 재검토를 선언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21일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맺은 무역협정들이 미국과 미국인 노동자들에게 이익이 되도록 하기 위해 모든 무역협정을 들여다볼 것”이라며 “많은 경우 갱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의 이날 언급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역시 재검토 대상에 포함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결국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해 오는 걸까.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국이 체결했던 모든 무역협정을 재검토하겠다는 선언이 나왔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모든 무역협정을 재검토(review)할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점을 분명히 해 왔다”고 밝혔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외신기자로부터 미국이 국제적으로 맺은 통상협정을 어떻게 할지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여러분이 아는 것처럼 일부 협정은 10여 년 된 것도 있고 20여 년 된 것도 있다”며 “우리의 생각은 미국이 국제적으로 체결한 모든 무역협정을 들여다본 뒤 미국과 미국 근로자의 이익이 되는지 확인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많은 경우(in many cases) 무역협정을 업데이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파이서 대변인의 이날 브리핑에는 어떤 나라를 상대로 무역협정을 검토할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 그는 “어느 특정한 나라를 거론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미 FTA를 특정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가 언급한 20여 년 된 협정에는 조인된 지 25년을 맞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10여 년 된 것엔 2007년 타결된 한·미 FTA가 포함된다. NAFTA의 경우 트럼프 정부는 이미 재협상을 선언했다. 다음 차례로 한·미 FTA가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은 다분하다.
이는 트럼프의 행보에서도 분명히 읽힌다. 트럼프는 대미 무역흑자가 큰 4개국을 지목해 공세를 펼쳐왔다. 미국 통계청의 지난해 12월 발표 자료를 보면 중국(3193억 달러), 일본(624억 달러), 독일(596억 달러), 멕시코(588억 달러)의 순이다. 트럼프는 지난달 20일 취임에 앞서 “중국과 무역 문제를 놓고 협의하지 못하면 왜 하나의 중국에 얽매여야 하는가”라며 무역수지 적자와 대외 정책을 연계 삼을 수 있음을 예고했다. 폴리티코는 이를 두고 “트럼프는 무역적자를 ‘미국을 때리는 나라’를 식별하는 기준으로 활용한다”고 전했다.

한국의 대미 흑자는 지난해 기준 265억 달러로 미국의 교역국 중 일곱 번째로 규모가 크다. 트럼프가 한·미 FTA로 타깃을 옮길 논리가 상당한 셈이다. 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을 조율하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NAFTA,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허용, 한·미 FTA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3대 무역 협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주류 언론과의 불화 등으로 곤경에 처해 있는 것도 미국의 한·미 FTA 재협상 요구를 앞당기게 하는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가 자신의 지지기반인 노동자 계층을 다잡는 데는 무역협정 공격만한 것도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 정부의 입장은 느긋해 보인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최근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하고 있다”고 밝히긴 했다. 그러나 이는 ‘정치적 수사’ 성격이 강하다. 아직 정부 내에서 한·미 FTA 재협상에 대비하는 움직임은 구체적인 것이 없다. 이날도 산업부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체결된 무역협정 전체를 손보겠다’는 이야기는 이미 있었다”며 “(한국이) 언급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악관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압박이 아니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무역협정들이 시대에 맞는지, 또 그간 진행된 기술적 진보를 잘 반영하고 있는지 확실히 하기 위해 모든 무역협정 및 무역과 관련된 협정들을 살펴볼 것”이라며 “금융 서비스건 제조업 분야건 현재의 상황을 반영하는지를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엔 백악관의 이런 주장을 반박할 논리가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분발을 촉구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미 FTA 재협상 요구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는 더 이상 소극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우리 입장에서 기존 협정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수출입 기업들의 애로를 파악하는 등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세종=이승호 기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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