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영리화 우려에..성남시, 롯데 '보바스병원 인수' 제동

김기성 2017. 2. 22.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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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의료법인 공공성 해치고 의료 영리화 우려돼"
편법 동원한 병원 인수에 따른 의료법 위반 소지도
외국인투자기업인 호텔롯데가 병원 투자한다는 지적까지

[한겨레] 롯데그룹이 국내 최고 재활요양병원인 ‘보바스기념병원’(이하 보바스병원) 인수전에 나선 것을 두고 ‘영리병원 신호탄’이 아니냐는 지적이 이는 가운데, 주무 관청인 경기도 성남시가 ‘의료 영리화’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사실상 반대 방침을 굳힌 것으로 확인됐다. 편법을 동원한 의료법인 인수라는 비판 여론 속에, 의료법인 허가는 물론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주무 관청이 부정적 의견을 내놓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보바스병원은 의료법인 ‘늘푸른의료재단’이 2004년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에 문을 연 재활요양병원이다. 환자들을 위해 일생을 바친 영국 보바스 부부 뜻을 기려 만들어진 보바스재단으로부터 병원명 사용 인증을 받아 400병상 규모로 개원했다. 보바스 부부가 개발한 치료법으로 뇌졸중·치매·노인성 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병원이다. 일본 오사카의료기관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다. 2005년에는 어린이병원도 개원했다. 이 병원은 90%대의 병상 가동률로 2013년 이후 해마다 40억원의 의료수익을 내왔다.

그러나 재단은 무리한 투자와 확장으로 경영난에 시달리다 결국 2015년 9월 수원지법에 법정관리(회생절차 개시 인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지난해 6월 ‘(회생절차)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조건으로 서울중앙지법에 다시 법정관리를 요청했다. 인가 전 인수합병 조건으로 ‘이사회 구성권’을 내걸었다. 이사회를 꾸릴 수 있는 권한을 팔아넘긴 돈으로 병원의 부채 부담을 낮춰 병원 운영을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다. 병원을 사실상 통째로 매각하는 것임에도 서울중앙지법은 이를 허용했다.

지난해 10월 이뤄진 입찰에서 롯데는 다른 경쟁 업체보다 최대 3배 이상 비싼 가격인 2900여억원을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됐다. 지난해 총수 일가의 각종 비리 의혹으로 비난을 산 롯데는 ‘사회공헌’을 명분으로 600억원을 늘푸른의료재단에 무상출연하고, 2300억원을 재단에 빌려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러자 의료계 안팎에서 ‘영리병원의 신호탄’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롯데의 보바스병원 인수는 의료법이 규정한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 금지 조항(제33조 2항)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특히 의료법 제50조는 영리법인인 외국인 투자 기업이 병원을 세우지 못하도록 하는데도, 외투기업인 호텔롯데가 돈을 주고 사실상 병원을 설립하는 것과 마찬가지 절차를 밟고 있다는 지적이 불거졌다. 2015년 9월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김기준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제출받은 ‘롯데그룹 소속 외국인 투자기업 현황’을 보면, 롯데그룹 소속 계열사 81개 중 호텔롯데를 포함해 3분의 1이 넘는 28개 기업이 외투기업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이는 경영난을 이유로 중소병원들이 이사회 구성권을 돈 많은 기업에 매각하는 방법으로, 병원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의료법인의 공공성을 해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뿐만 아니다. 의료법인의 기본재산을 처분하는 행위를 할 때에는 주무 관청(성남시)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재단은 이런 절차를 밟지 않았다. 재단 정관에도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위해선 성남시 허가를 받게 돼 있으나, 이를 위반했다는 지적까지 나온 상태다.

결국, 성남시는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법원에서 회생절차가 진행 중이라 하더라도 법인의 기본재산 처분을 수반하는 경우, 의료법상 주무 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의료사업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위해선 법인 자산평가액을 과도하게 초과하는 자금 대여와 이에 따른 과도한 부채비율은 적정하지 않다”는 채권자 의견을 냈다.

재단법인 총부채가 800억원 안팎인데, 롯데가 왜 2300억원을 빌려주려 하는지 의문인데다, 이런 대여는 그나마 회생 가능성이 있는 의료법인의 부채비율만 늘리는 꼴이니 법원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얘기다.

성남시 관계자는 “롯데가 그런 거액을 내는 이유는 의료법인 이사회를 장악하는 것이고 이는 곧 의료기관 인수합병이 성사되는 것이어서 의료법 위반은 물론 병원의 영리화 소지가 있다. 조만간 이런 의견도 재판부에 낼 것”이라고 말했다. 보바스병원의 2015년 말 현재 전체 병원 자산은 1013억원이고 부채는 842억원이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지난달 23일 서울 롯데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영리기업인 롯데는 자신이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이나 재단법인을 만들어 의료계에 진출하는 게 아니라 계열사의 중심인 호텔롯데의 사업으로 의료업을 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주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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