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 "제 교복 사진이 성인 사이트에".. 도 넘은 '불펌'

김선영 입력 2017. 2. 22. 19:37 수정 2017. 2. 23.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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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박가윤(17·가명)양은 지난달 친구가 보여준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 인터넷 성인 사이트의 사진 게시판에 교복 입은 자신의 사진이 그대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특히 수원의 한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찍힌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은 수백곳의 성인 사이트로 연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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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프로필 사진들 쉽게 표적돼 / 얼굴·명찰 노출.. 신상털기 우려 / 대부분 사이트들 해외서버로 운영 / 게시자 확인조차 어려워 수사 난항 / 이용·사업자가 자율규제 강화해야

서울시내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박가윤(17·가명)양은 지난달 친구가 보여준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 인터넷 성인 사이트의 사진 게시판에 교복 입은 자신의 사진이 그대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 프로필용으로 올려 놓은 사진이었다.

박양은 성인 사이트에 자신의 사진이 게시된 것도 불쾌했지만 개인정보까지 드러날 수 있어 더욱 우려했다. 사진에는 얼굴과 명찰, 교복까지 그대로 노출돼 마음만 먹으면 ‘신상털기’까지 가능했다. 결국 박양은 지난 8일 경찰에 자신의 사진을 누가 올렸는지 찾아 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의 교복 사진만 모아놓은 게시판 모습.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SNS 사용이 증가하면서 전체 공개된 사진이 ‘불펌(사용 허락을 받지 않고 콘텐츠를 불법적으로 퍼가는 행위)’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의 사진이 성인 사이트에 올라오는 일까지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20일 세계일보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교복 사진만을 모아놓은 ‘교복겔’이라는 게시판이 있다. 올라온 사진을 검색해 본 결과 일부 사진은 인스타그램에서 퍼온 것으로 확인됐다. 게시판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몰카(몰래카메라)’ 사진을 올리지 말라는 공지사항이 있지만 SNS에서 ‘불펌’한 사진을 게시하는 데 대해서는 규제 공지가 없었다.

인터넷 블로그에도 교복 사진만 모아놓은 게시글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수원의 한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찍힌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은 수백곳의 성인 사이트로 연결되기도 했다.

청소년 교복 사진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SNS에 올린 사진들도 불법으로 나도는 상황이다.

최근 한류 인기에 편승해 홍콩과 대만의 업체들은 한국 여성들이 SNS에 올린 사진을 자사 제품 홍보에 사용하기도 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SNS에 올라온 한국인 사진만 별도로 수집해 해외에 넘기는 아르바이트까지 있을 정도다.

사정이 이렇지만 SNS 사진의 무단 도용을 처벌하기란 쉽지 않다. 사진이 게시된 해당 사이트들이 대부분 해외에 서버를 둔 탓에 누가 올리는지 확인조차 어려워 경찰 수사가 난항을 겪을 때가 많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 사이트의 경우 우리 수사권이 미치지 않아 무단 도용을 적발하더라도 수사에 어려움이 많다”며 “만약 올린 사람이 현지에 거주하는 외국인이면 사실상 수사가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SNS에 올리는 사진이 무단 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용자와 사업자가 서로 ‘자율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인터넷 명예훼손 사건을 주로 다룬 이상민 변호사는 “성인 사이트 대부분이 서버를 미국이나 호주 등 해외에 두고 있어 책임소재를 묻기 어려워 처벌하거나 손해보상을 받기 쉽지 않다”며 “사진을 친구만 볼 수 있도록 설정하는 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고려대 성선제 초빙교수(정보보호대학원)는 게시물을 복사해 도용해도 경찰 수사에 비협조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 교수는 “게시물 복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사용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장치를 (사업자에게) 제안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훈·김선영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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