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호킹들 "우리 같은 이들에게 희망주고파"

김규남 2017. 2. 22.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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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항상 그림자처럼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당연히 대학입학은 불가능했을 거예요. 입학증에도 지분이 있다면 90%는 엄마한테 있다고 봐야죠."

올해 연세대 심리학과에 입학하는 오성환(20)씨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씨는 태어나 한 번도 혼자 힘으로 앉거나 서 본 적이 없다.

이씨는 현재 4년제 대학 심리학과 편입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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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희귀 난치병환자들의 특별한 졸업식이 22일 오후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열려 행사에 참석한 부모와 의사들이 박수를 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엄마가 항상 그림자처럼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당연히 대학입학은 불가능했을 거예요. 입학증에도 지분이 있다면 90%는 엄마한테 있다고 봐야죠.”

올해 연세대 심리학과에 입학하는 오성환(20)씨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씨의 어머니 황영은(43)씨는 “중증 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은 다 하는 일이에요. 제가 특별히 더 내세울 만큼 잘한 일은 없는걸요”라며 겸연쩍어했다.

22일 서울 강남구 강남세브란스병원이 호흡재활센터에 등록한 근육병 환자 중 2017학년도 대학 새내기 4명과 대학 졸업생 2명을 위해 ‘한국의 호킹들, 축하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입학과 졸업 축하 행사를 열었다.

오씨는 돌 무렵, 영국의 천문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앓고 있는 루게릭병과 비슷한 근육병의 일종인 척수성 근위축증 진단을 받았다. 10살도 살기 어려울 거라고 했다. 오씨는 태어나 한 번도 혼자 힘으로 앉거나 서 본 적이 없다. 늘 휠체어나 침대에서 생활했다. 손목과 손가락 근육만 움직일 수 있어 글씨를 조금 쓰고, 컴퓨터 마우스와 스마트폰을 조작할 수 있는 게 전부다. 호흡기 근육도 약해 밤에 잘 때는 인공호흡기에 의존한다.

오씨는 일반 초·중·고등학교를 다녔다. 그 기간 동안 여러 고비를 넘겼다. 중2 때 척추측만증 수술을 받았다. 고1 때 저녁식사 도중 갑자기 호흡 곤란이 와 중환자실로 실려 갔다. 목에 구멍을 뚫어 인공호흡기로 숨쉬며 100여일간 사투를 벌였다.

하지만 오씨는 학업의 끈을 놓지 않았다. 재수 끝에 지난해 수능시험에서 전 과목 1등급을 받았다. 연세대 고른기회특별전형을 통해 심리학과에 합격했다. 오씨는 “의료진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환자 자신도 ‘치료를 잘 받아서 반드시 회복하겠다’는 마음을 먹는 게 중요하다”며 “환자들에게 희망을 드리는 심리상담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주인공 졸업생 중 한명인 이인범(21)씨는 3살 때 뒤셴형 근위축증 진단을 받았다. 잘 넘어지긴 했지만 혼자서 곧잘 걸어 다녔던 이씨는 초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집에서 갑자기 주저앉은 뒤 다시는 두 다리로 일어서지 못했다. 현재 이씨의 몸 상태는 오씨와 비슷하다. 지난 14일 재능대학교 환경보건과를 졸업한 그는 “2년간 학교에서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도우미 친구들과 함께 강의도 듣고, 식사도 하고, 때론 땡땡이도 치고, 술도 한잔씩 하면서 즐겁게 생활했다”면서도 “환경보건과의 전공 특성상 실험이 많은데 참여할 수 없어서 늘 바라보기만 해 혼란스럽고 아쉽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현재 4년제 대학 심리학과 편입을 준비 중이다. 이씨는 “장애인들을 위한 심리상담가가 돼 나 같은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고 싶다”며 “사회인으로서 돈을 벌어 허리 아픈 아버지, 손목이 아픈 어머니 병원 치료비도 내드리고 스포츠마사지도 받게 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지난 2012년부터 6년째 이 특별한 입학·졸업식을 매년 이어오고 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주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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