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무더기 증인신청·필리버스터급 변론..탄핵 지연에 사활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 대놓고 심판 지연 태도…"재판관이 국회 수석대리인" 막말도]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리인단이 '막판 지연전략'에 사활을 걸었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수뇌부부터 이미 퇴임한 박한철 전 소장까지 무더기로 증인신청을 하는가 하면, "재심도 가능하지 않느냐"며 판결에 불복할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22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박 대통령 측은 국회의 탄핵소추의결 과정이 적법했는지를 밝혀야 한다며 정 의장과 여·야 당 대표, 원내대표와 나경원·유승민·황영철 의원 등 국회의원들을 대거 증인신청했다. '이정미 재판관의 퇴임일인 3월13일 전에 결론을 내야 한다'고 밝혔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도 발언 취지를 듣겠다며 증인으로 신청했다.
또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인권탄압을 받았는지 밝혀야 한다는 이유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영재 원장 등도 증인으로 신청했다. 허영 교수 등 헌법학자들과 경제학자도 포함됐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인 김평우 변호사는 "탄핵심판 절차의 위헌성과 우리나라 재단 설립의 역사에 대해서도 신문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오후 2시부터 2시간 30분 넘게 발언하면서 고의적으로 변론을 지연시키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중 김 변호사는 약 1시간30분 간 "국회의원이 야쿠자냐", "비선조직은 깡패들이 쓰는 말이다. 국정농단의 뜻은 알고 쓰냐" 등 '막말 변론'을 이어갔다.
김 변호사는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북한에서나 있을 정치탄압"이라며 30개가 넘는 탄핵반대 사유를 작성했으니 소추위원을 맡고 있는 권성동 의원이 직접 답변하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또 강일원 재판관을 포함한 헌법재판관들이 박 대통령 측의 증인들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다며 강 재판관을 향해 "청구인(국회)의 수석대리인"이라고 발언했다. 이에 이정미 권한대행으로부터 "언행 조심하라"고 경고를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김 변호사는 헌재가 박 대통령 측의 반론권을 무시하고 있다며 재판 공정성이 의심된다고 마지막까지 강조했다. 이어 "어떤 쪽으로 결론 내려도 재판관님들은 엄청난 비난과 공격을 받으실 것"이라며 "사유가 있다면 재심도 가능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론에 불복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를 지켜보던 이 권한대행이 "강 재판관은 주심이라 질문이 많을 수밖에 없다. 또 김 변호사가 대리인단에 합류한 이후 신문한 증인은 전부 피청구인(박 대통령) 측 증인들이라 재판관들이 피청구인 측 증인들에게 질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재판관들은 청구인 측 증인들에게도 다 질문했다. 사실관계를 좀 알고 말해달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이정미 재판장님도 문제가 있다"라며 발언을 이어갔다.
이같은 지연전략은 결국 선고 일정을 늦추기 위한 마지막 수단인 것으로 해석된다. 김 변호사는 "소추위원단의 입증이 끝났으면 이제 피청구인 측이 해야 된다"라며 "피청구인이 반증하는 것은 지금부터"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 측 주장대로라면 탄핵심판 선고는 3월을 넘겨 기약할 수 없게 된다.
이를 두고 소추위원단 대표를 맡고 있는 황정근 변호사는 "이제 재판을 시작한다 이렇게 말하시면 2달 이상 진행된 재판이 원점으로 돌아간다"고 반박에 나섰다. 황 변호사는 "지금 재판 공정성에 대해 말씀하시는데, 이제까지 신문한 증인을 뽑아보니 청구인 측에서 신청했던 증인은 7명이었다"라며 "피청구인 측에서 신청해 채택된 증인이 두 배 이상 많다"라고 반박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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