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공감] 새 시즌 앞둔 'SNL 코리아', 양심 있으십니까

최하나 기자 2017. 2. 2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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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L 코리아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성추행, 유방암 비하 논란 등으로 물의를 빚은 'SNL 코리아'가 대대적인 개편과 함께 새로운 시즌을 론칭한다. 하지만 앞선 논란들로 인해 새 출발을 앞둔 'SNL 코리아'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케이블TV tvN 예능프로그램 'SNL 코리아'는 42년 전통 미국 코미디쇼 'SNL(Saturday Night Live)'의 한국판으로, 현재 시즌 8까지 이어진 tvN 대표 장수 예능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SNL 코리아'는 지난 시즌 8에서 크루 이세영의 그룹 B1A4 성추행 사건과 정이랑의 배우 엄앵란 유방암 비하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불과 일주일 간격으로 발생한 일련의 논란들로 인해 대중은 제작진과 크루들의 거듭된 사과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면서 프로그램 폐지를 요구했다. 하지만 'SNL 코리아' 제작진과 크루들은 시즌 8 마지막회 방송에서 논란에 대해 재차 사과의 뜻을 전하며 새로운 시즌으로 찾아올 것을 예고했다.

이후 'SNL 코리아'는 불과 3개월 만에 시즌 9 제작 소식을 알렸다. 이와 함께 제작진과 크루들은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각오를 전하며, 기대를 당부했다. 그러나 논란의 중심이었던 이세영과 정이랑을 합류시키는 악수를 두고 말았다. 이세영은 성추행 혐의에 대해 경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기는 했지만, 도의적인 책임은 피해갈 수 없는 상황. 그런 이세영이 논란이 완전히 사그라들기도 전에 짧은 자숙을 마치고 'SNL 코리아'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대중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엄앵란과 유방암 환우에 대한 비하로 물의를 일으켰던 정이랑도 다를 바 없다.

'SNL 코리아'는 기존 제도권 방송에서는 볼 수 없던 가감 없는 풍자와 특유의 '병맛' 패러디를 통해 특색 있는 코미디로 사랑을 받았었다. 하지만 시즌 1부터 3까지 연출과 진행을 맡았던 장진 감독이 일선을 떠나면서 'SNL 코리아'는 인기 요인이었던 풍자와 해학은 뒷전인 채, 저급한 성적 유머와 식상한 유명인 패러디만으로 점철된 B급 개그프로그램으로 전락했다.

예를 들자면, 크루 안영미는 'SNL 코리아'에서 자신의 가슴을 자주 개그 소재로 이용했다. 스스로 작은 가슴을 비하하며, 일종의 자학개그를 펼친 것. 이는 여성의 가슴을 성적 대상화한 매우 저급한 개그로, 그동안 여성 시청자들이 불쾌함을 토로해 왔던 부분이다. 여기에 맥락도 없이 자극적인 단어들을 나열하며 웃음을 유도하려는 성적인 농담과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몸짓 등도 있다. 적정선을 모르는 이러한 성적 개그들은 웃음보다는 오히려 불쾌감만 안겼다.

뿐만 아니라 유독 남자 연예인이 호스트로 출연할 때마다 여성 크루들의 지나친 신체 접촉 역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시즌 7의 코너 '아재 후보'에서 그룹 블락비 재효와 비범은 강유미가 가슴을 조물거리어도 참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를 포함해 'SNL 코리아'에서는 주로 게스트들이 신체 부위를 접촉으로 인해 당황하는 모습이 자주 콩트 소재로 사용돼 왔다. 하지만 제작진과 크루들은 이 같은 소재에 대한 문제 인식을 전혀 하지 못 했다. 이는 이세영이 아무런 죄의식 없이 B1A4 멤버들의 중요 부위를 만지고, 이를 담은 영상을 제작진이 SNS에 게재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는 부분이다. 'SNL 코리아'는 성희롱 소지가 있는 개그들을 공공연히 자행해왔던 셈이다.

또한 맥락 없이 등장하는 유명인 패러디는 콩트에 대한 몰입도를 해치며 재미를 반감시켰다. 사회적으로 문제시될 만한 소재들을 굳이 유명인에 갖다 붙이는 패러디는 해당 유명인에 대한 명예 훼손 여지를 주며 시청자들의 불쾌감만 높였다. '포켓몬 고' 게임을 패러디한 콩트에서 추성훈을 패러디한 것이 그 예다. 추성훈을 연상케 한 포켓몬으로 등장한 정성호는 적의 꾐에 넘어가 일명 '몸캠 사기'를 당해 곤욕을 치르는 상황을 연출했다. 가상 인물로 대체해도 됐을 것을 굳이 실존 인물인 추성훈 캐릭터를 사용했어야 했던 걸까. 이뿐만 아니라 'SNL 코리아'는 유명인에 대한 조사 없이 무분별한 패러디를 일삼았고, 결국 정이랑의 엄앵란 유방암 비하를 초래했다. 덧붙여, 유명 인물의 말투와 특유의 제스처 등을 지나치게 과장하며 해당 유명인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콩트 역시 불편 요소로 작용했다.

이처럼 'SNL 코리아'는 저급한 성적 코드와 적정 수준을 넘은 유명인 패러디를 통해 비하와 조롱이 전부인 저질 개그로 전락해 갔다. 시즌이 이어져 오는 동안 끊임없이 지적해온 것들을 숙지하고, 이를 고치려고 노력만 했다면 오늘날과 같은 사태는 초래하지 않았을 터. 하지만 'SNL 코리아'가 시즌을 거듭하며 형성된 기존 팬층이 두꺼웠고, 이들 대부분은 이를 지적하는 사람들을 '프로 불편러'라며 'SNL 코리아'를 옹호하기도 했다. 이에 제작진과 크루들은 점차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해 무감각해졌는지 자정작용 없이 정도를 모르는 저급한 성적 유머와 유명인 패러디를 남발했다. 결국 이는 이세영 성추행, 유방암 비하 논란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연이은 논란과 초심을 잃은 모습들로 인해 'SNL 코리아'를 향한 팬들의 신뢰 역시 바닥에 떨어졌다. '초심'과 '성숙한 모습'을 운운하며 시즌 9는 달라질 거라 말하는 'SNL 코리아' 제작진과 크루들. 하지만 연이은 논란과 시즌을 거치면서 병폐로 자리 잡은 저급한 개그 코드로 인해 이미 대중이 등을 돌린 상태에서,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오는 것이 무슨 소용인지 의문이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티브이데일리 DB, tvN 방송화면 캡처,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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