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맞벌이 하면 노후가 안정? 더 중요한 건..

이나연 2017. 2. 22. 14: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70점 엄마] 맞벌이 부부의 재테크

[오마이뉴스이나연 기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대출이라는 이름의 족쇄

"우리 집을 사니까 좋기는 한데, 대출을 생각하면 꼭 족쇄 같아. 내가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게 하는 족쇄."

2005년 첫 주택 구입과 함께 대출을 받은 날 저녁 잠자리에서 저희 부부가 나눈 이야기인데요. 벌써 10년도 넘었는데 대출을 모두 상환한 지금도 이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지어진지 20년이 넘은 작은 아파트에서 재건축이 진행되면 언제든 나가겠다는 각서를 쓰는 대신 저렴한 전세로 신혼을 시작한 저희 부부는 낡은 아파트에 사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고 어렵게 모은 돈과 전세금, 대출금으로 새 아파트를 샀습니다.

바로 입주할 만큼 자금이 넉넉하지 않았기에 저희 부부는 재건축이 미뤄지는 낡은 아파트에서 좀 더 살다가 전세를 준 새 집에 2년 뒤에 입주하기로 한 거죠. 결혼 2년 만에 우리 집을 샀다는 기쁨도 잠시, 부부의 연봉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대출금을 매월 상환하면서 적잖은 부담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이 대출을 다 갚을 때까지 맞벌이를 그만두면 안 되겠다고 부부가 나눈 이야기는 '대출이라는 이름의 족쇄'였습니다.

▲ 맞벌이 재테크 맞벌이 재테크
ⓒ pixabay
결혼 초기부터 재테크에 무척 관심이 많았습니다. 몇 년간 꾸준히 가계부를 써오기도 했습니다. 쌍둥이 남매가 태어나기 전 6년여간 써온 가계부 덕분에 엑셀의 도사가 되기도 했습니다.
▲ 맞벌이 재테크 맞벌이 재테크
ⓒ 이나연
그러나 언젠가부터 아침에는 회사로 저녁에는 집으로 출근하는 워킹맘이 되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바쁘다는 핑계로 그간 재테크에는 통 신경을 못썼습니다. 그저 절약이 최고라 생각하고 낭비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이 전부였어요. 아이들이 없을 때는 부부가 서로 대화하며 절약할 항목을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태어난 뒤 소비 규모는 어마어마하게 커졌습니다. 맞벌이를 유지하기 위해 아이들의 돌봄 및 가사 도움으로 들어가는 돈의 규모가 무척 큽니다. 양가 부모님께 다달이 드리는 생활비도 100만 원을 훌쩍 넘습니다.

특히 육아에 관한한 낭비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좀 더 좋은 먹거리를 선택하고 질 좋은 제품을 손에 들게 됩니다. 또 주위에서 물려받은 옷으로 해결되지 않을 정도로 빨리 성장하는 쌍둥이 남매의 계절별 옷 구입, 유치원비나 학원비 등으로 적잖은 비용이 들더군요.

육아정책 연구소가 한 '2016 육아 문화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예비모와 만 9세 이하 자녀를 둔 여성 1202명의 월평균 육아비용은 107만 2천 원으로 집계됐다고 합니다. 월평균 소비지출액 345만 8천 원의 31.0%에 해당한다고 하네요.

자녀가 1명인 경우 평균 86만 5천 원, 2명이면 131만 7천 원, 3명 이상일 때 153만 7천 원을 썼고, 육아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90.0%나 됐습니다.

▲ 맞벌이 재테크 맞벌이 재테크
ⓒ pixabay
부부 중 한 사람이 직장을 그만 둔다면 가족 경제는 어떻게 운영해야 할까

부모님은 점점 나이가 드시고, 아이들이 클수록 지출도 점점 더 많아질 겁니다. 그런데 만약 저희 부부 중 한 사람이 직장을 그만둬서 외벌이로 전환된다면 가족 경제를 어떻게 운영해야 할까요?

그간 맞벌이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큰 지출 항목이었던 아이 돌봄과 가사 도움 비용은 제일 먼저 줄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양가 부모님의 생활비 지원과 늘 써오던 규모 이하로 생활비를 일시에 줄이기는 어렵겠죠. 특히 점점 나이가 드시고 소득은 없으신 양가 부모님의 부양, 그리고 각종 병원비 등은 줄일 수도 없는 비용입니다.

그나마 아직은 초등학교 저학년이라 사교육비가 많지 않은 편입니다. 미술과 수영, 학교의 방과 후 수업 2개가 전부인데요. 쌍둥이 남매라 동시에 지출해야 하다 보니 매월 70만 원을 훌쩍 넘습니다.

학교에서 시행한다고 해도 방과 후가 결코 싸지는 않습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주위 아이들을 보면 여러 군데의 학원에 다니고 있더군요. 중고등학교에 가면 본격적인 사교육비 지출이 시작될지도 모릅니다.

빨라진 퇴직도 문제입니다. 법적 근속연수보다 명예퇴직, 임금피크제 등의 각종 장치를 통해 정년 전에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일이 빈번합니다. 늘어난 수명을 고려하여 정년이 늦춰지는 법을 시행한다고는 하나 그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게다가 주위에는 정년을 채워 일하려는 욕심을 부리는 지인도 없을뿐더러 일부 동료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앞으로 20년도 넘게 계속해야 한다니 끔찍하다"라는 웃지 못할 농담을 합니다. 솔직히 워킹맘을 유지하는 목표 기간도 만 50세입니다. 이제 9년 남짓 남았습니다.

제일 걱정되는 문제는 앞서 나열한 모든 고민들 - 외벌이 전환, 부모 부양, 자녀 양육과 교육, 빨라진 퇴직에 따른 소득 절벽이 길어진 수명과 맞물려 있다는 겁니다. 위생과 영양 상태가 좋아지고 의료기술의 발달로 소위 100세 시대라는 기뻐하지 못할 상황이 도래했는데요. 그때까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야 하며, 그 시기를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금전적인 넉넉함이 함께 필요하게 됐습니다.

일 년에 한 번쯤 국민연금공단에서 보내주는 노후 예상 연금 수령액 안내서가 있습니다. 노후에 수령 가능한 연금액을 보면 살 집이 있다고 해도 국민연금만으로 부부가 지금 같은 소비수준을 유지하기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앞으로 직장생활을 얼마나 더 할지 모르겠지만 직장에 다닐 때 부지런히 노후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연금 외에 금융기관이나 언론에서 말하는 사적연금의 준비는 물론, 언젠가 퇴직하면 받게 될 퇴직금 관리도 미리 준비해야겠죠.

지금 재정문제 뿐만 아니라 퇴직 이후 계속할 수 있는 일도 고민해야

재정문제 뿐만 아니라 퇴직 이후 계속할 수 있는 일까지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직장을 다니면서 투잡을 한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사에서 많이 접할뿐더러 주변에서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직장 성격에 따라 겸업을 금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희 부부는 둘 다 겸업, 부업 등을 금지하는 직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직장에 다니는 동안은 직무에 충실하는 게 우선이겠습니다만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은퇴도 빨라진 만큼 직장에 노후를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희 부부는 어떤 방식으로 아이들을 교육하고 부부의 퇴직 이후의 삶을 준비해야 할지 함께 얘기하는 시간을 점차 늘리고 있습니다. 직장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어떤 사업을 할 수 있을지가 대화의 주 소재인데요.

아직까지 저축이나 퇴직금으로 하는 부동산 임대 사업 외에 뚜렷한 공통분모를 만들지 못했어요. 함께 책을 읽고 재테크에 대해 얘기하다 보니 임대 사업조차도 한 번 부동산을 샀다고 해서 노후준비 완료라는 종착점에 도달하는 게 아니더군요. 부동산 노후에 따른 관리 및 임차인 관리에 많은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또 자기 자금이 아닌 대출을 활용한 부동산 임대 사업의 경우 금리 인상 리스크도 무척 크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요즘같이 금리변동이 심하고 부동산 시장이 경직된 상황에서는 직장을 통해 매월 고정수입을 얻고 있더라도 섣불리 투자를 시작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30대에 비해 40대에 접어든 저희 가족의 재정상태는 훨씬 안정적입니다. 한편으로는 퇴직이 가까워오고 부모님은 늙고 아프시며, 아이들은 좀 더 많은 교육비가 필요합니다. 거기에 저희 부부의 노화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뚜렷하게 무엇을 해야겠다고 정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가족의 재정관리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작은 부분이라도 일찍부터 준비한다면 노후를 맞이하는 게 그리 두렵지는 않겠죠.
무엇보다도 부부가 가족의 재정상태를 함께 관리하고 꾸준한 대화를 통해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연애시절부터 지금까지 18년간 한 번도 신뢰를 깨지 않은 남편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잘 지냅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nyyii)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