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판정 논란을 둘러싼 두 가지 시선

이준목 2017. 2. 22.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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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이준목 기자]

2016~2017 시즌 정규리그가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는 가운데 심판 판정에 불만을 드러내며 거친 언행을 보인 감독들에게 경고가 주어졌다.

프로농구연맹(KBL)은 지난 20일 제 22기 15차 재정위원회를 열어 경기중 심판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한 것으로 확인된 유도훈 인천 전자랜드 감독, 추승균 KCC 감독, 조동현 kt 감독에게 엄중 경고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재정위원회는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치열한 순위 경쟁이 펼쳐지면서 심판 판정에 영향을 주려는 부적절한 언행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KBL의 징계 소식이 알려진 이후 농구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원활하고 공정한 판정과 심판의 독립성을 보호하기 위하여 내려진 부득이한 조치라는 평가도 있는 반면, 한편으로는 판정 논란의 책임을 비판적인 감독들에게만 전가하는 '재갈 물리기'라는 곱지않은 시선도 있다. 그리고 농구팬들의 대체적인 여론은 후자가 우세한 게 사실이다.

심판 판정에 대한 논란의 역사는 오래됐다. KBL보다 역사가 깊은 NBA나 유럽농구에서도 판정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일상적인 일이다. 심판이라는 역할의 특성상, 열 번을 잘봐도 한 두 번만 실수하거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판정이 나오면 비난받을 것을 피할 수 없는 직업이다.

여기에 한정된 인맥과 선후배 문화라는 틀안에 놓여있는 한국농구계 고유의 특성도 있다. 심판도 대부분 농구인 출신으로 좁은 농구판 안에서 선수-감독들과는 이래저래 연결고리가 있거나 코트 안팎에서 끊임없이 마주쳐야하는 사이다. 이러다 보니 완전히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관계가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예전부터 '의도된 전략으로 심판에 대한 항의를 이용하는' 감독들도 분명히 존재했다. 심판의 권위를 무시하고 동네 강아지 다루듯 하는 반말은 예사인데다 인신공격적인 폭언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농구팬들 사이에서도 항의를 격하게 하는 감독들보다  점잖게 어필하는 감독들이 훨씬 손해를 본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두 번 세 번 격한 항의가 나오다 보면 심판도 사람이기에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KBL은 몇년 전부터 판정에 대한 항의는 주장을 통해서만 하도록 규정을 바꾸면서 감독들의 과격한 언행은 예전보다 많이 줄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결코 근본적인 대안은 아니었다.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심판과의 직접적인 소통이 더욱 단절되는 부작용도 가져왔다. 현장에서는 예전부터 거친 항의 못지 않게 심판들의 권위적인 태도가 더 근본적인 문제라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명백한 오심이나 억울한 상황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려는 선수나 감독에 대해서 아예 대화 자체를 거부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는 심판들도 적지 않다. 불신은 쌓이는데 해결할 창구는 없으니 쌓이고 쌓이다가 결국 감정적으로 폭발하기 마련이다.

농구계는 최근에도 공청회와 포럼 등을 통하여 심판 판정 문제에 대하여 여러 번 공개적인 논의를 거쳤지만 결과적으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판정 문제의 본질을 바라보는 현장과 심판, 집행부 각각의 시각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많은 농구팬들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 중 하나가 '국내 심판들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평균적인 오심 비율 등을 고려할 때 국내 심판들의 기술적 수준 자체가 해외에 비하여 크게 떨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동일한 상황에서 내려지는 판정의 일관성이나 운용의 묘같은 경기운영능력에 대한 아쉬움이다. 예를 들어 똑같은 몸싸움이나 트레블링 상황에서도 어떤 때는 휘슬이 불리고 어떤 때는 불리지 않는다. 같은 시즌 중에도 라운드나 경기별로 판정이 달라지기도 한다. 심판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개인차는 존재할 수 있지만 판정의 연계성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어쩌면 근본적인 문제는 오심보다는 '심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룰이 있는 스포츠에서 판정 논란은 사실 항상 존재할 수밖에 없고, 아무리 잘 보는 심판이라고 오심은 나올수 있다. 중요한 것은 사후에 얼마나 개선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달렸다. 하지만 현재는 현장이나 농구팬들이나 판정에 대한 논란이 나오면 일단 심판을 불신부터 하고 보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는 바로 소통 부재와도 직결되는 상황이다.  판정 기준의 당위성과 공정성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심판에 대한 신뢰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 자체가 아쉽다. 지금처럼 심판들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변명이나, 판정 불만을 권위적인 징계로서 억누른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KBL은 앞으로 경기 중 발생한 부적절한 판정이나 잘못된 행위에 대한 심판진의 관리가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자격정지를 포함해 중징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형식적인 수준의 공약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다.

심판은 경기의 스토리를 좌우하는 작가도, 그렇다고 공공의 적도 아니다. 선수나 팬들과 마찬가지로 심판 역시 스포츠를 구성하는 중요한 구성원이 있다. 그러나 그들의 역할은 드러나지 않은 그림자여야지, 심판이 '씬스틸러'가 되려고 해서는 곤란하다.

심판에게 주어진 판정이라는 권한을 제대로 활용하지못하고 신뢰를 잃는다면 언제든 스포츠의 재미를 망치는 장애물이 될수도 있다. 매년 반복되는 판정 논란만큼이나 심판의 신뢰도와 이미지를 개선할수 있는 방안을 깊이 고민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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