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도저' 헐크, 왼발로 만들어 낸 묵직한 한 방

'불도저' 헐크, 왼발로 만들어 낸 묵직한 한 방

(베스트 일레븐=서울 월드컵경기장)

이날 경기를 치른 헐크에겐 명불허전이란 말이 딱 어울렸다. 오래도록 유럽 무대를 주름잡으며 브라질 국가대표에 꾸준히 선발된 데엔 다 이유가 있었다. 팀플레이 측면에선 아직 둔탁한 음이 새어났지만, 개인 능력만큼은 과연 발군이었다. 마치 불도저처럼 드리블 능력을 과시하며 상대에 끊임없이 위협을 가했다.

21일 저녁 7시 30분,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킥오프된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32강 조별 라운드 F조 1차전에서 K리그 클래식 대표 서울이 중국 슈퍼리그 소속 상하이 상강에 0-1로 패했다. 서울은 좋은 경기를 했지만, 후반 8분 터진 상하이 헐크의 엄청난 중거리 슛 한 방에 무너지며 조별 라운드 첫 경기서 패하고 말았다.

상하이 상강의 에이스는 단연 헐크였다. 엘케손을 중앙에 배치한 안드레 빌라스-보아스 감독은 묵직한 드리블러 헐크를 측면에 뒀다. 후방에서 넘어오는 패스와 엘케손의 포스트 플레이로 떨어지는 볼을 헐크를 이용해 마무리하는 방식이 빌라스-보야스 감독이 준비한 서울전의 답안지인 듯했다.

사실 전반전의 헐크는 완전히 자유롭진 못했다. 오스카와 연계 플레이를 펼치며 간간히 측면 공략을 시도하거나, 여의치 않을 때는 중앙으로 직접 잘라 들어오며 특유의 왼발 중거리 슛을 날렸다. 그러나 상하이 상강이 전체적으로 수세에 놓였고 후방에서 넘어오는 볼의 퀄리티도 그다지 높지 않았던 터라, 연쇄 작용처럼 헐크에게도 좋은 상황이 연출되진 않았다.

그래도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헐크가 서울 골문을 향한 드리블을 계속해서 시도했다는 점이다. 서울 선수들이 번갈아 가며 파울로 끊었지만, 헐크의 질주는 멈출 줄 몰랐다. 치명적 유효타는 없었어도, 서울 선수들의 심리 상태에 영향을 미칠 만한 플레이를 지속했다. 그토록 매섭게 몰아치던 헐크는 후반 초반 개인 능력으로 결과물을 만들었다.

후반 8분, 상하이 상강 수비형 미드필더 오일 아흐메도프가 우측면서 볼을 잡아 우레이에게 내줬다. 우레이는 패스라기 보단 적절한 볼 컨트롤로 공을 잡아 놨는데, 이것이 근처에 있던 헐크에게 연결됐다.

순간적으로 서울 중원과 포 백 라인 사이에 공간이 생겼다. 오스마르는 뒤쫓으려했고 서울 수비진은 압박하려했으나, 헐크가 더 빨랐다. 헐크는 대각선 드리블을 친 뒤 묵직한 왼발 중거리 슛으로 상황을 종결시켰다. 헐크의 발을 떠난 볼은 서울 골문 우측 상단에 그대로 꽂혔고, 유현 서울 골키퍼는 제대로 된 반응조차 할 수 없었다. 드리블도 좋았지만 골 결정력 측면과 그 파워에서 헐크의 실력이 제대로 와 닿는 장면이었다.

상하이 상강은 센터백 허구안이 퇴장 당한 이후 헐크를 전방에 세운 채 수비적으로 경기를 전개했다. 서울은 헐크에게 더는 골을 허용치 않았으나, 경기 막판까지 그의 존재감에 휘둘려 어려움을 겪었다.

헐크를 상대했던 서울의 협력 수비는 분명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단 한 순간의 상황서 서울 모두가 헐크를 놓쳤고,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의 공격수는 이를 놓치지 않았을 뿐이다. 그야말로 클래스를 입증한 셈이다. 서울은 향후 치를 상하이 원정서 헐크를 어떻게 막아야할지 깊은 고민을 해야 할 듯하다.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사진=김재호 기자(jhphoto11@soccerbest1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