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서울, 패했으나 얻는 게 없진 않았다

손병하 2017. 2. 21.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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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 서울, 패했으나 얻는 게 없진 않았다



(베스트 일레븐=서울 월드컵경기장)

패했다. 괴물 같은 적의 괴물 같은 슛 한 방에 무너져 패했다. 정글보다 더 험난한 곳임을 감안하면 안방에서, 그것도 첫 경기에서 패해 아쉬움이 크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더군다나 지금 FC 서울은 전력을 온전히 갖추지 못했다. 그래서 당분간은 선수 개개인의 능력으로 싸워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선수 개개인의 능력과 컨디션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21일 저녁 7시 30분,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킥오프된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32강 조별 라운드 F조 1차전에서 K리그 클래식 대표 서울이 중국 슈퍼리그 소속 상하이 상강에 0-1로 패했다. 서울은 좋은 경기를 했지만, 후반 8분 터진 상하이 헐크의 엄청난 중거리 슛 한 방에 무너지며 조별 라운드 첫 경기서 패하고 말았다.

이 경기에서 황선홍 서울 감독은 가장 익숙한, 그러면서도 가장 안정적 포메이션과 선수 구성을 들고 나왔다. 서울은 4-1-4-1 포메이션을 사용했는데, 먼저 두 개의 1자리엔 데얀과 오스마르를 포진시켰다. 2선 미드필드 지역엔 윤일록-주세종-고요한-이상호, 포 백엔 김치우-김동우-곽태휘-신광훈을 투입했다. 골키퍼 장갑은 유현이 꼈다.

황 감독이 선택한 서울의 선발 출전 선수 명단을 살피면, 익숙하고 안정적이면서도 개인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을 먼저 선택했음을 알 수 있다. 황 감독은 올 시즌 초반엔 팀 조직력의 완성도 보다는 선수 개개인의 컨디션에 의존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실제로 선발 출전한 서울 선수들은 기대보다 훨씬 좋은 컨디션과 경기력을 보여줬다.

가장 눈에 띄었던 건 고요한이었다. 고요한은 중앙 미드필더 두 자리 중 오른쪽에 좀 치우쳐 자리했는데, 간결한 볼 터치와 부드러운 패스로 상하이 미드필더들과 겨룬 주도권 싸움에서 승리했다. 고요한의 플레이가 탄력을 받자 서울의 오른쪽 측면도 덩달아 살아났다. 특히 공격수 이상호, 수비수 신광훈과 잘 어우러지며 좋은 장면을 많이 만들었다.


포메이션 상 두 개의 1중, 수비형 미드필더 역을 맡은 오스마르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스마르는 포 백 바로 앞에 위치해 상하이가 자랑하는 외국인 선수들과 물러섬 없이 겨뤘다. 특히 헐크와 엘케손이란 괴물들을 상대할 때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부닥치며, 서울의 포 백을 든든하게 지켰다. 그들의 엄청난 몸값에 비한다면 오스마르의 활약은 놀라울 정도였다.

다른 선수들의 경기력도 크게 나무랄 데는 없었다. 김치우는 날카로운 왼발 킥력을 보여줬고, 이적생 이상호는 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는 듯 쉼 없이 달렸다. 물론 0-1로 뒤지던 후반 15분 페널티킥 기회를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한 데얀이나, 패스 미스로 실점 위기를 자초한 곽태휘는 좀 아쉽기도 했다. 그러나 나머지 선수들은 기대보다 더 좋은 기량을 보여줬다.

상하이전에서 드러난 서울 선수들의 경기력이 더 고무적인 이유는 황 감독의 올 시즌 구상이 좀 더 힘을 얻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황 감독은 현재 서울이 새로운 축구를 뿌리 내리고 있는데,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 당장 좋은 조직력을 기대하긴 어렵다. 이에 황 감독도 시즌 초반엔 선수들의 컨디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때문에 서울 선수들이 상하이전에서 보인 좋은 경기력과 컨디션은 향후 황 감독이 팀을 지휘하는 데 있어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상하이 정도의 팀을 상대하면서 이정도 경기력이 나왔다면, 다른 경기들에서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는 시즌 초반 황 감독이 앞으로 변화할 축구에 대한 실험을 좀 더 과감하게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무조건 칭찬만 해야 할 만큼 좋았던 건 아니다. 데얀이나 곽태휘의 예를 들었듯 아직 경기력과 컨디션이 채 올라오지 않은 선수들도 분명 있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우려했던 것보다는 좋은 모습을 보였고, 이게 황 감독의 계획에 부합하는 것이니 만큼 기대를 걸어도 좋을 듯하다. 걱정이 많았던 첫 경기, 패했지만 얻는 게 전혀 없진 않았다.

글=손병하 기자(bluekorea@soccerbest11.co.kr)
사진=김재호 기자(jhphoto11@soccerbest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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