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원장의 펫토피아] 가엾은 길고양이들에 도움주려면

라이프팀 2017. 2. 2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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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라이프팀 = 동물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인간이 지켜야 할 기본적인 원칙 중엔 '동물의 5대 자유'가 있다. Δ배고픔·영양불량·갈증으로부터의 자유 Δ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Δ통증·부상·질병으로부터의 자유 Δ두려움·고통으로부터의 자유 Δ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다.

이 5가지 가운데 '배고픔·영양불량·갈증으로부터의 자유'는 생명유지와 직결되는 것으로, 지구라는 별에서 동물과 행복한 공존을 해야 하는 인간이 지켜줘야 할 기본 중에 기본이다.

우리 사회에서 이 기본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활동하는 이들은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바로 '캣맘'과 '캣대디'다. '캣맘'과 '캣대디'는 길고양이들에게 정기적으로 밥을 주거나 자비를 들여 길고양이들을 치료하는 등의 활동을 하는 이들을 말한다.

길고양이에 대한 민원은 곳곳에서 발생한다. 새벽에 들리는 울음소리(발정음), 쓰레기봉투 훼손, 영역싸움으로 인한 소음, 개체수 증가, 야간에 갑자기 뛰어나와 놀라게 하는 행동 등이다.

특히 사람들이 길고양이에 대해 안 좋은 이미지를 갖는 건 쓰레기봉투를 훼손하는 일 때문이다. 먹이를 구하기 어려운 도심에서 길고양이는 길거리에 버려진 음식물이나 쓰레기봉투 안의 음식물쓰레기로 배를 채울 수밖에 없지만 사람들은 이로 인해 주변 환경이 더럽혀지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캣맘'과 '캣대디'는 바로 길고양이들의 이런 입장을 헤아려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데 힘쓴다.

'캣맘'과 '캣대디'의 보살핌은 길고양이들이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된다. 수십 년간 길고양이들을 챙겨온 '캣맘'과 '캣대디'도 적지 않다. 하지만 잘못된 호의는 되레 길고양이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때문에 길고양이들을 챙기기로 맘을 먹은 이들이라면 꼭 몇 가지 사항을 지킬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중성화수술을 앞둔 길고양이 한 마리가 포획틀에 갇혀 있는 모습. © News1

먼저 밥을 주기 전,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두 가지가 있다. '책임지고 끝까지 먹이를 급여할 수 있느냐'와 '중성화수술을 통한 인도적인 개체수 감소에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느냐'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준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뿐만 아니라 정 든 고양이를 떠나보내는 일, 밥을 준다는 이유만으로 이웃에게 욕을 듣는 일, 일정한 시간에 밥을 줘야 하는 일 등 신경써야 할 일들이 수두룩하다. 한 순간 단순한 측은지심에서 시작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밥을 주기 시작한 뒤 개체수 감소에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먹이를 주게 되면 그 군집에 있는 길고양이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영양공급이 풍부해지면 출산율은 높아지게 마련이다.

국회에 설치된 길고양이 급식소에서 고양이 한마리가 편안히 쉬고 있는 모습.© News1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기로 결정한 뒤에도 주의해야 할 것들이 있다. 가장 먼저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가급적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과 적대감이 형성돼 폭력 사태가 벌어지는 일도 종종 있다. '캣맘'과 '캣대디'들은 '수명도 짧은 길고양이가 불쌍하지 않느냐', '고양이를 학대하는 건 동물보호법 위반 행위다'라는 등의 감정적 발언을 하곤 한다. 하지만 이렇게 감정에 치우친 말은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이럴 땐 급식소에 남은 음식물을 깨끗이 처리하는 등의 행동이나 인간적이고 논리적인 언행으로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것이 좋다. 물론 막무가내로 밥을 주지 말라는 사람을 설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궁극적으로 고양이를 위한 행동이라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밥을 주는 방법도 익혀야 한다. 고양이는 야행성동물이므로 늦은 밤에 먹이를 두는 것이 좋다. 또 평소 먹이를 먹으러 오는 개체수를 파악해 남기지 않을 만큼 급여하는 것도 중요하다.

장소도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공공장소나 종교시설 근방부터 시작 하는 게 좋다. 공용 주차장이나 아파트 지하주차장, 공용 화단, 빌딩 사이 공간 등 조용하고 안전한 장소도 추천한다.

김재영 태능동물병원장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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