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톡톡] '절박한 도전' 김대유, SK판 크리스 세일 뜬다

입력 2017. 2. 2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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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태우 기자] 스스로를 곰곰이 돌이켜봤을 때 지난 2년간 한 것이 없었다. 나이는 많아지는 데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주위에서 싫은 이야기도 많이 들어 자존심도 상했다. 이제는 뭔가 승부를 던져 봐야 할 시기라고 생각했다. SK 좌완 김대유(26)가 회상하는 지난해 11월 이야기다.

김대유는 프로필상 187㎝, 92㎏의 건장한 체격이다. 정통파로 힘 있는 공을 던졌다. 몸이 워낙 유연하고, 스태미너도 좋아 선발로도 충분히 활용이 가능하다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2년간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제는 생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1군에 자리를 잡기 위해 뭔가의 장점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팔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남들은 힘이 떨어져 은퇴 직전에야 하는 시도를 김대유는 20대 중반에 했다.

그때 김경태 SK 퓨처스팀(2군) 투수코치가 하나의 영상을 보여줬다. “꼭 따라하는 건 아닌데, 한 번 참고를 해봐라.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조언과 함께였다. 김대유는 그 영상에 나오는 투수의 공에 매력을 느꼈다. 심심하면 영상을 보고 따라했다. 그리고 점점 커져가는 희망을 느꼈다.

현재 SK의 대만 2군 캠프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김대유는 “같은 왼손으로서 워낙 매력적인 공을 던지더라. 타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공을 던지고 있었다”고 떠올렸다. 그 영상은 메이저리그(MLB)의 대표 좌완 중 하나인 크리스 세일(보스턴)의 정면 투구를 담고 있었다. 팔을 내리며 새로운 길을 찾고 있었던 김대유에게 세일의 영상은 방향성을 잡는 데 도움이 됐다.

김대유는 “솔직히 한국에서 이렇게 던지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혜천 선배님이나, 임정호(NC) 정도인데 나와는 투구 매커니즘이 달라 도움을 받기 어렵겠더라”라면서 “세일의 폼을 봤는데 내가 가고 있는 방향과 비슷한 지점에 있었다. 몸이 다르기는 하지만 괜찮은 것 같다”며 현재의 투구폼을 갖게 될 배경을 설명했다.

정통파였던 김대유는 릴리스포인트를 내리며 실제 세일의 폼과 흡사해졌다. 큰 키에 팔도 길다보니 한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폼이 만들어졌다. 이런 신체조건과 맞물려 특히 커브의 각도가 볼만 해졌다. 좌타자 머리 뒤쪽에서 오는 듯하다 바깥쪽으로 크고 낮게 떨어지는 궤적이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타격 지도자인 김무관 퓨처스팀 감독 또한 “우타자에게는 다소 불리하겠지만 좌타자에게는 1군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흥미롭게 지켜봤다.

김대유는 “커브는 생각보다 좋았다. 팔을 내리고 큰 장점이 그 부분이다. 물론 지금도 공의 변화는 자신이 있다. 다만 일정하게 던질 수 있는 부분이 많이 떨어진다. 벗어나는 공들이 많다. 그것만 좀 집중해서 하면 된다. 좋은 방향이 보인다. 한 번만 포인트가 잡히면 될 것 같은데 그 감이 금방 올 것 같은 느낌이 있다”고 밝게 웃었다.

김대유로서는 선수 생활을 건 승부수다. 부산고를 졸업하고 2010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에 지명돼 넥센 유니폼을 입은 김대유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SK 유니폼을 입었다. 2014년 1군으로 올라오며 가능성을 피우는 듯 했지만 최근 2년은 별다른 활약을 못했다. 부상을 당했고, 회복이 더뎠다. 지난해에는 2군에서 10경기에 나가는 데 그쳤다. 뭔가 전환점이 필요했고 투구폼 변경은 그 일환이었다.

김대유는 “부상도 있었고 회복도 잘 안 됐다. 조바심도 있었다. 이제 적지 않은 연차다. 이제는 생존의 문제인 것 같다. 그런 상황에 몰리다보니 꾀가 나온 것 같다”고 라면서 “야구를 잘 했던 선수는 아니지만 때가 좋아 1군이라도 올라 가보기라도 했는데, 밖에서 볼 때는 ‘야구 하냐’고 물어보더라.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진짜 바닥까지 내려왔구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고민도 많이 했고, 그러면서 변하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변화를 통해 다시 한 번 뛰는 김대유다. 김대유는 “재미가 붙었다고 해야 하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있다. 사실 2년간 지쳐 있는 상황이었고 별의별 생각이 다 나 힘든 시기였다. 새로운 계기가 만들어지니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었다”라며 대만 캠프를 누비고 있다. “지난 2년간 충분히 자신을 몰아붙였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가벼운 마음으로 하되,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야구를 하겠다”고 말하는 김대유의 새로운 야구 인생이 새 투구폼과 함께 시작됐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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