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개혁 약속했던 이재용, 과거 관행에 발목"..FT "재벌 개혁 기회"

박상주 2017. 2. 2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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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의 변화를 보다 많이 추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몰두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서울=뉴시스】신태현 기자 = 430억원대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서 조사를 마친 뒤 나서고 있다. 2017.02.20. holjjak@newsis.com

“삼성 부회장 구속은 한국에 기회다. 한국인들은 이 부회장에게 관대한 처벌을 바라고 있지만, 이런 생각은 잘못이다.” (파이낸셜타임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 등 경제전문지들이 연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소식을 대서특필하고 있다.

WSJ는 20일 ‘가문의 유산을 일신하려던 삼성 후계자, 스캔들에 직면하다(Samsung Heir, Seeking to Remake Family Legacy, Instead Faces Scandal)’라는 제하의 톱기사를 통해 당초 삼성의 개혁을 예고했던 이 부회장이 결국 삼성의 과거 관행에 발목이 잡힌 채 구속되는 상황까지 맞았다고 보도했다.

FT는 같은 날 ‘삼성 부회장 구속은 한국에 기회(Arrest at Samsung is an opportunity for S Korea)’라는 제하의 사설을 통해 “한국인들이 이 부회장에게 관대한 처벌을 바라고 있지만, 이런 생각은 잘못”라고 주장했다.

◇ WSJ “개혁 약속했던 삼성 후계자, 스캔들에 직면”

WSJ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4년 병석의 아버지로부터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인계받았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공부를 한 이 부회장은 삼성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과거 불투명했던 기업 문화를 청산하고 조직의 투명성과 책무성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이 부회장의 초창기 의욕을 전했다.

WSJ는 “이 부회장은 경비원들에게 절을 하지 말라고 말했다. 직원들에게 짧은 셔츠 차림을 허용하고, 여직원들의 출산 휴가 기간을 늘리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가족 중심 경영으로 이뤄지는 한국의 재벌기업들은 그동안 너무 방만하게 뻗어나가고 있으며, 보수적이고, 부패했다면서 이제 ‘재벌 시대는 끝났다’고 주변 지인들에게 말하고는 했다”라고 전했다.

WSJ는 이어 “지난 18일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 횡령, 위증, 국외재산도피, 범죄수익 은닉 등 혐의로 구속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스캔들과 광범위하게 연루된 혐의였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의 비선실세인 최순실에게 430억 원대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영수 특검은 삼성 측이 최순실측에 건넨 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지원해 준 대가로 판단하고 있다. 두 계열사의 합병을 통해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대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는 “이 부회장을 곁에서 오랫동안 지켜봐온 지인들은 그가 삼성그룹의 기존 문화를 바꾸려는 욕구와 한국 업계의 오랜 관행 사이에 갇혀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국은 정경유착의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나라”라고 전했다.

WSJ는 또 “기업의 소유․경영 전문가들과 법률가들, 삼성에 비판적인 투자자들은 이 부회장이 삼성의 개혁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삼성은 이 부회장의 특권적 지위를 강화하고 개인적인 이익을 늘리는 데 공을 들여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보다 많은 변화를 추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몰두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WSJ는 이 부회장이 자신의 경영권 강화를 위해 아버지인 이건희 삼성회장이 물려준 사람들과 미래전략기획실 등 조직들을 그대로 유지해 왔다고 전했다. WSJ는 “삼성그룹의 경영을 총괄하는 미래전략기획실은 기업의 인수와 위험 관리 등 전략적인 결정을 하는 조직이다. 삼성그룹 사정에 정통한 사람들은 미래전략기획실이 삼성에 적대적인 사람들을 모니터하고 국회의원과 검사, 판사 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장에 출석해 미래전략기획실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일반의 의혹과 부정적인 정서를 시인하면서 이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 당시 이 부회장은 삼성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과거 정경 유착을 청산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10주 후 그는 구속됐다”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430억원대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특별검사 사무실에 도착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2017.02.19. 20hwan@newsis.com

◇FT “삼성 부회장 구속은 한국에 기회”

FT는 ‘삼성 부회장 구속은 한국에 기회’라는 제하의 사설을 통해 “한국인들이 이 부회장에게 관대한 처벌을 바라고 있지만, 이런 생각은 잘못”라고 주장했다.

FT는 “왕세자인 이재용의 구속은 한국 정치와 기업의 만연한 부패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그러나 미숙한 민주주의 체제 아래에서 독립적인 기관(특검)이 불편부당한 법을 집행하는 빛나는 사례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

FT는 삼성이 박근혜 대통령의 ‘무당 조언자(shaman adviser)’에게 거액의 현금을 건넸으며, 이로 인해 이 부회장은 횡령과 위증,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고 전했다.

FT는 “한국은 지도자 없이도 당분간 잘 작동되고 있으며 삼성 역시 그럴 것이다. 그러나 한국과 삼성 모두 지도자의 공백이 길어질수록 시급하게 필요한 거버넌스 개혁은 지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FT는 삼성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기업이라면서 이 부회장 구속이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회사에 잠재적 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로 많은 한국인들이 이 부회장에게 관대한 처벌을 바라고 있지만, 이런 생각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만약 이 부회장이 유죄라면 법에 정한 최대한대로 처벌을 받아야한다. 마찬가지로, 투명하고 공정한 재판을 통해서 이 부회장의 결백이 밝혀진다면, 이 부회장을 편리한 정치적 희생양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FT는 이 부회장의 아버지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조세포탈과 배임 등의 혐의로 두 차례나 기소되고도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나중에 사면까지 받았다는 사실을 지적한 뒤 “아들인 이 부회장에게도 비슷한 결과를 내는 것은 한국 사회는 물론 더 넓게는 아시아 지역에 최악의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민주주의와 법치의 지배를 받는 신호등 역할을 하고 있는 나라”라고 적었다.

FT는 “이 부회장의 유무죄와 상관없이 한국의 다음 대선에서 대통령이 되는 사람은 누구든지 가족 소유의 재벌을 억제하는 황금 같은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한국의 다음 대통령은 정치와 대기업의 유착을 줄이겠다고 맹세해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할 수 있다면 한국과 거대 회사 삼성은 최근의 혼란에서 벗어나 더 강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sangjo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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