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솔 신변 위협에도 입국한 듯..DNA 확인 땐 '시신 인도' 마찰

쿠알라룸푸르 | 심진용·김진우 기자 2017. 2. 2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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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입국장엔 모습 안 드러내…‘비밀 통로로 따로 이동’ 가능성
ㆍ말레이 “법 절차 따라 유족에게 인도”…북 반발 거세질 듯

공항에서 한바탕 숨바꼭질이 벌어졌다. 말레이시아 언론 더스타가 20일 저녁(현지시간)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22·사진)이 쿠알라룸푸르 제2국제공항으로 입국한다고 보도하면서다. 지난 13일 김정남이 숨진 바로 그곳이다.

수백명의 기자들이 몰려들었고, 소란이 벌어졌다. 그러나 김한솔을 태운 것으로 알려진 마카오발 에어아시아 8321편이 착륙해 탑승객들이 모두 내린 뒤에도 그는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당국이 신변 안전 등을 이유로 김한솔을 비공개 통로로 데리고 나와, 김정남의 시신이 있는 쿠알라룸푸르 국립병원으로 이동시켰다고 뉴스트레이츠타임스 등이 경찰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김한솔의 입국이 사실이라면 곧 DNA 검사를 거쳐 부친의 시신을 인수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말레이시아와 북한의 ‘수싸움’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북한은 그간 말레이시아 정부 측에 김정남 시신 인도를 강하게 요구해왔다. 강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사망자는 우리 국민 김철”이라며 자국민의 시신을 넘겨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남 부검에도 반대했고, 시신을 인도할 때 가족 DNA를 검사해 신원을 확인해야 한다는 말레이시아를 비난했다.

하지만 당국이 김한솔의 DNA 검사를 통해 김정남의 유족임을 확인하면 강 대사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진다. 누르 라시드 이브라힘 경찰청 부청장은 전날 ‘배우자나 자녀 등 가까운 가족’에게 시신을 인도하겠다고 밝히며 북측으로의 인도를 사실상 거부했다. 당국이 강조한 대로 “법적 절차에 따라” 김한솔에게 시신을 내준다면 북한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김한솔이 신변의 위협을 감수하면서까지 말레이시아에 입국했다면, 시신이라도 인수받아 부친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보겠다는 의지 때문으로 보인다. 가까운 가족에게 시신을 인도하겠다는 말레이시아 당국의 입장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한솔은 2011년 보스니아의 연합세계대학(UWA)에 입학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한국 언론의 관심을 받아왔다. 그는 또 유튜브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북한 주민들이 겪는 굶주림에 자신의 집안이 했던 역할이 유감스럽다고 말하고, 김정은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UWA를 졸업한 뒤에는 프랑스 정치대학(시앙스포)에서 수학했다. 2012년 10월에는 핀란드 YLE TV와 첫 영어 인터뷰를 하면서 남북 통일을 희망한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김한솔이 지난해 9월 영국 옥스퍼드대학원에 입학하려다 암살 가능성 등을 이유로 진학을 포기했다고 19일 보도했다.

김한솔은 현재 어머니 이혜경, 여동생 솔희와 함께 마카오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혜경은 남편의 시신을 받을 수 있도록 말레이시아 주재 중국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알라룸푸르 | 심진용·김진우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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