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고 징계교사 "합리적이던 교장, 왜 이러시나"

CBS 김현정의 뉴스쇼 2017. 2. 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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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 시위까지, 가슴 아픈 일
- 역사교사, 국정교과서로 수업 않겠다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변상욱 대기자 (김현정 앵커로 대신 진행)
■ 대담 : 최재영 (문명고등학교 교사)
■ SNS 참여 : 페이스북[클릭]

국정 역사교과서를 사용할 연구학교가 최종 지정됐습니다. 전국에서 딱 한 곳입니다. 경북 경산의 문명고등학교입니다.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반발이 있다고 하는데 도대체 왜 어떻게 국정교과서 연구학교가 됐는지 사연을 들어볼까 합니다. 문명고의 최재영 교사가 지금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최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 최재영> 안녕하세요, 최재영입니다.

◇ 변상욱> 교사, 학생, 학부모. 학교를 운영해 나가는 주최, 이 셋이 모두 반대입니까? 아니면 찬성? 아니면 찬성, 반대가 반반, 그렇습니까?

◆ 최재영> 아닙니다. 모두 반대입니다. 지금은.

◇ 변상욱> 모두 반대? 그러면 학교 분위기는 지금 썰렁하겠습니까?

◆ 최재영> 그렇죠. 어수선하고 좀 무거운 분위기입니다, 어제 교육부 발표를 통해서.

◇ 변상욱> 금요일부터 운동장에서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고 얘기를 들었습니다. 학생들도 피켓을 써들고 나왔다고 얘기 들었는데 어떤 이야기들입니까? 학생들 얘기는 어떻습니까?

◆ 최재영> 학생들 얘기는 저희 학교가 왜 국정교과서 연구학교가 됐는지, 국정교과서를 왜 써야 하는지. 특히 후배들이 그런 교과서, 왜곡된 교과서로 배워야 되는지 굉장히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변상욱> 그럼 예를 들면 전자 추첨을 했다든가 그런 것도 아닐 것 같고. 누가 신청을 한 거 아닙니까, 우리가 하겠다고?

◆ 최재영> 그렇죠. 교장선생님이 신청을 하겠다고 발표를 하셨고 선생님들이 반대를 많이 했습니다. 원래 연구학교는 교원의 80% 동의를 받아야 됩니다. 그런데 그 80% 동의를 받지 않았고요. 사실은 또 중간에 연구학교 공모 기간이 연장되면서 교육청에서 공문이 한 번 더 내려오게 됩니다. '연구학교 지정 공모에 제한이 없다, 절차는 거치지 않아도 된다'고 공문이 다시 한 번 내려오면서 교장선생님 좀 더 추진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 변상욱> 학부모들도 의견 제시를 분명히 하셨나요?

◆ 최재영> 2월 14일에 학교운영위원회가 열렸습니다. 처음에 회의 시작할 때 대부분의 학부모위원들이나 교원위원들은 다 반대를 했습니다. 찬성을 하시는 분은 교장선생님하고 학교 운영위원장 두 분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마라톤 회의를 통해서 교장선생님이 자꾸 설득을 하셨고 급기야는 정회를 하시고는 교장실로 학부모 위원들 꾸려서 설득까지 한 그런 과정들이 있습니다, 사실은.

◇ 변상욱> 울며 겨자 먹기로 학부모들이 동의를 해 주신 겁니까, 결국?

◆ 최재영> 사실 이렇게 일이 커질 줄은 몰랐던 거죠. 그래서 동의를 해 주신 것 같습니다.

◇ 변상욱> 교장 선생님이 정 그렇게 간절히 원하신다면 이렇게 하고 동의를 해 줬는데 사실은 사안이 전국적으로 이슈가 될 줄은 몰랐다 이런 거군요?

◆ 최재영> 네. 그렇습니다.

◇ 변상욱> 교장선생님께서 성향상으로는 국정교과서를 갖다 지지할 만한 보수성향이셨습니까?

◆ 최재영> 전혀 아니죠. 평소 학교 운영하실 때도 굉장히 민주적이고 합리적으로 잘하셨고 교원들이나 학생들하고도 굉장히 잘 지내시고 원만하게 학교를 잘 운영하신 분입니다. 저희도 이것 때문에 좀 당황스럽고 왜 갑자기 이렇게 달라지시는가 의아스럽기도 합니다, 사실.

◇ 변상욱> 그러면 교장선생님도 꼭 그럴 만한 분은 아닌데 악착같이 여기에 매달리시는 것은 뒤에 다른 배경이 있다고 봐야 되는 건가요?

◆ 최재영> 저희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두 다 반대하는 그런 상황이었는데, 굳이 추진하신 배경을 봤을 때는 아마 재단 쪽의 압박이나 이런 것이 있지 않았나 추측이 됩니다.

◇ 변상욱> 학교를 운영하는 재단이 뭘 그렇게 꼭 이 문제가 중요하다고 교장선생님 압박할 만큼 매달린 건가, 그러면 또 재단 뒤에는 누가 있나 이런 생각까지 자꾸 하게 되는데요?

◆ 최재영> 그렇죠. 자꾸 그렇게 확대되는 면들이 있겠죠.

◇ 변상욱> 알겠습니다. 그러나 사실 오상고는 재학생들 반발로, 경북 항공고는 학교운영회를 열지 못해서. 다른 학교들은 반대에 부딪히면 '아이고, 안 되겠구나'라고 하는데 유독 문명고만 이렇게 통과가 됐군요. 그러면 지금 학생들은 계속 반대집회를 하고 있나요?

◆ 최재영> 일단 저희 학생들 오늘 아침에도 9시 반부터 집회가 예정돼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변상욱> 학생들 집회가요?

◆ 최재영> 네네.

◇ 변상욱> 학교를 오지 말라고 문자 통보가 갔다는데 그건 무슨 내용입니까?

◆ 최재영> 원래는 이번 주도 자율학습이 예정돼 있었는데 표면적으로는 학교가 소란하니까 공부에 방해되니까 집에서 해라인데, 그런데 사실 의도는 학생들도 다 알고, 집회에 참여하게 하지 못하게 할 그런 의도인 것 같습니다.

◇ 변상욱> 일단 학교 분위기가 이렇고 하니까 애들은 모이지 마라, 이런 뜻이 되겠군요?

◆ 최재영> 네.

(사진=문명고 페이스북 캡처)
◇ 변상욱> 바람 불고 추운데 아이들이 모여서 이런 반대집회를 열고 한다는 것, 피켓 시위를 한다는 것 교사로서 이런 모습을 보시면서 아이들한테 어떤 심정이 드셨습니까?

◆ 최재영> 너무 미안하고 가슴 아픈 일이죠. 사실 어른들의 잘못으로 학생들이 참 이렇게 희생되고 고민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미안한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 변상욱> 일단 일이 이렇게 돼서 커졌으면 교사들이 다시 한 번 교장선생님을 좀 만나보셔야 될 거 아닙니까. 만나보셨나요?

◆ 최재영> 어제 저희들 교장선생님하고 회의를 가졌습니다. 중요한 일이 또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역사교과를 담당하시는 선생님께서 어떻게 보면 이 연구학교를 실질적으로 주도하실 선생님이 자기는 이제 더 이상 여론이나 학생, 학부모 반발 이런 것 때문에 연구학교가 지정됐지만 국정교과서로 수업하지 않겠다고, 연구수업을 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히셨습니다.

◇ 변상욱> 국정교과서를 가르치고 국정교과서가 이렇게 해서 틀리다라고 가르치는 것도 연구교육이 아닐까요?

◆ 최재영> 그런데 워낙 지금 문제점이 많이 발견되고 있고 사실 또 국정교과서 추진과정 자체가 사실은 굉장히 정치 의도가 강한 내용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 선생님도 아마 고민을 많이 하셨던 것 같습니다.

◇ 변상욱> 학교 측에서 23일까지 시간을 달라고 했는데, 철회할 수 있는 절차, 기회가 남아있는 겁니까?

◆ 최재영> 저는 아직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연구학교라는 게 여러 학교를 모집해서 사실은 비교도 해 보고 지역별로 학교급별로 해야 되는데 사실 (중,고등학교) 5천여개 학교 중, 한 개 학교를 가지고 연구를 한다는 게 사실은 연구 목적이나 여기에 맞지 않지 않습니까? 3월 개학 전이기 때문에 저도 사실은 교육청하고 교육부에게 강력히 요구를 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학교 현장을 혼란에 빠뜨린 책임이 사실은 교육부하고 교육청도 있다고 봅니다 사실은 어떻게 보면 교육부하고 교육청이 결자해지를 해 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변상욱> 전국에 중고등학교가 5000여 개인데 그중의 딱 한 곳한 연구학교가 되고 거기에서 결과로 국정교과서가 정당화된다 이것도 참 문명고 입장에서는 큰 오점으로 남을 수도 있는 문제네요?

◆ 최재영> 네, 그 점들이 학생들이 굉장히 자존심 상해하고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 변상욱> 알겠습니다. 그런데 교장선생님과 재단 측이 이렇게 강하게 매달리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반대하시고 인터뷰하고 하는 것도 신상에 상당히 부담스러우실 것 같은데요? 벌써 징계 받으신 거 아닙니까?

◆ 최재영> 징계라고 하기는 그렇고 인사 불이익, 보복 이 정도로 생각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변상욱> 인사 불이익이면 보직에서 해임되셨나요?

◆ 최재영> 네. 그렇습니다.

◇ 변상욱> 뭐라 그러면서 해임되셨나요?

◆ 최재영> 저는 교장선생님과 이 사안을 다 아니까 말을 주고받지 않았습니다, 사실은. 분명한 사실이니까요. 제 입장에서는 국정 교과서 연구학교로 추진만 되지 않는다면 문제 삼지 않을 생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교장선생님도 강요할 의사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14일부터 태도가 바뀌신 것 같더라고요.

◇ 변상욱> 이렇게 되면 이제 학생들과 교사들과 학부모님들은 지정 철회가 될 때까지 어떻게 하셔야 합니까?

◆ 최재영> 학부모님들도 계속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이런 문제점들 지적하려고 하시고 일부 학부모님께서 청와대 신문고에 문제제기도 하셨고 또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하고 계신 걸로 제가 알고 있습니다.

◇ 변상욱> 아무튼 학기가 시작되는데 학생들 앞에 서서 자유로운 수업을 할 수 없는 선생님들의 마음이 참 아플 것 같습니다. 민주적인 해법을 찾아서 잘 해결되기를 저희도 기원하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최재영> 네, 고맙습니다.

◇ 변상욱>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철회해달라는 문명고등학교 최재영 교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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