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희의 5쿼터] 이종현, 최준용이 진짜인 이유

이웅희 2017. 2. 21.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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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2016-2017 프로배구 울산모비스와 전주KCC의 경기가 열렸다. 모비스 이종현이 덩크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2017.2.1. 울산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대형신인 두 명이 한꺼번에 등장했다. 하늘 아래 태양이 두 개일 수 없다지만 이종현(모비스), 최준용(이상 22·SK)의 활약을 보면 둘 모두 남자농구의 희망이자, 태양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현재 이종현과 최준용은 잔뜩 웅크리고 있는 느낌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수준이 아니다. 아직 신인이고 팀의 막내이기에 팀에서 맡은 역할을 다하는데 집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종현과 최준용 모두 낭중지추(囊中之錐)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이종현은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모비스의 유니폼을 입었지만 발등 피로골절로 올해 1월에야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하지만 이종현은 20일까지 10경기에서 경기당 11.3점, 9.1리바운드, 1.5스틸, 2.5블록로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데뷔 첫 시즌부터 블록왕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타고난 신체조건과 농구센스 덕분이다. 키 206㎝인 이종현은 223㎝의 윙스팬(한 손끝에서 다른 손끝까지의 길이)을 자랑한다. 국내 최장신인 하승진(221㎝·KCC)의 윙스팬 227㎝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 정도다. 이종현은 “(긴 팔은) 유전인 거 같다. 김주성(동부) 선배가 세운 1000블록을 꼭 넘고 싶다. 성실하게 오래 뛰어야 한다. 좋아하고 자신있는 블록에서 내 이름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이종현 덕분에 모비스는 찰스 로드(203㎝)의 퇴출 후 네이트 밀러와 에릭 와이즈 두 명의 단신 외국인 선수로만 경기를 치르고 있지만 만만치 않은 경기력을 과시하고 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이종현에게 공격 부담보다는 가장 잘하는 수비 쪽에서의 역할에 집중시키고 있다. 이종현은 2016년 대학농구리그에서 고려대의 주득점원 역할을 했다. 하지만 프로에서는 수비스페셜리스트로 빛을 발하고 있다. 유 감독은 “(이)종현이를 (공격에서) 어떻게 써야할지는 경기를 치르며 찾아가야 한다. 하지만 수비와 리바운드는 워낙 갖고 있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칭찬했다. 이종현이 가장 잘하는 수비 쪽 역할에 집중시키고 있다. 이종현은 2016년 대학농구리그에서 고려대의 주득점원 역할을 했지만 프로에서는 수비스페셜리스트로 빛을 발하고 있다.

3일 군산월명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프로농구 KCC와 SK의 경기. SK 최준용. 2017. 1. 3. 군산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최준용은 이번 시즌 개막부터 SK의 주전으로 자리매김했다. 경기당 평균 8.97점, 7.9리바운드, 2.4어시스트, 1.1블록을 기록 중이다. 기록에서도 볼 수 있듯 올어라운드 플레이어라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200㎝의 장신 포워드 최준용은 가드부터 스몰포워드, 파워포워드, 센터까지도 가능하다. 모 감독은 “이종현은 골밑에서만 쓸 수 있지만, 최준용은 팀의 부족한 포지션에 맞춰 쓸 수 있다. 팀 상황에 따라 이종현보다도 쏠쏠하게 쓸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재다능한 최준용이지만 SK에서는 골밑에서 궂은일을 하는 일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최부경의 군 제대 후 골밑 부담을 덜고 외곽으로도 나와 2번(슈팅가드)으로도 뛰고 있지만 연세대 시절과 달리 공을 많이 갖고 있진 않다. 최준용은 “마음은 100%를 보여주고 싶다. 하지만 우리 팀에 테리코 화이트, (김)선형이 형 등 좋은 선수가 많다. 굳이 내가 안 보여줘도 된다. 이렇게 편하게 농구를 한 게 처음인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가면 내가 하겠다”며 웃었다. 행간의 의미를 살펴보면 최준용이 욕심을 버리고 맡은 역할에 집중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모 코치는 “모비스에서 농구를 하려면 머리가 좋아야 한다. 이종현은 2경기 째부터 어느 정도 맞춰가는 거 같더라. 유 감독이 이종현에게 아직 복잡한 것을 주문하지 않고 있겠지만, 신인이 단숨에 그 정도의 존재감을 보이기는 쉽지 않다. 아직까지 수비력만 부각되고 있지만 나중에 공격에도 자신감이 붙으면 얼마나 더 무서워질지 기대된다”고 밝혔다. 최준용 역시 마찬가지다. 이 코치는 “최준용은 여러 포지션을 오가고 있다. 가드 쪽에서는 아직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이지만 팀에서 원하는 역할을 잘 이해하고 뛰는 게 보인다. 농구를 알고 하는 게 보인다. 나중에 연차가 쌓이면 정말 엄청난 선수가 될 수도 있다”고 칭찬했다.

대학 시절 최고를 다투던 이종현과 최준용은 프로에서 주어진 역할을 이행하는 쪽에 포커스를 맞추면서도 나란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또 다른 코치는 “세 가지를 잘하는 선수에게 하나만 열심히 하라고 하면 나머지 두 능력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종현과 최준용은 팀이 원하는 것을 하면서도 능동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살려 필요한 것들을 해주는 게 보인다. 자신의 능력을 60~70% 정도만 발휘하고 욕심을 억누르면서 그 정도 해주는 신인은 당연히 클 수밖에 없는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종현과 최준용이 100%의 능력을 모두 발휘하며 팀을 이끌게 될 때면 그들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한국 농구를 이끌 ‘진짜’ 재목들이 나타났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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