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에서 1부로, 개명하고 도약한 강원 강지용의 꿈

피주영 2017. 2.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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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피주영]
"언젠가는 1부리그 무대를 밟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 하나만 보며 버텼죠."

강원 FC의 중앙 수비수 강지용(28)은 2013년 K3리그(4부리그에 해당하는 아마추어리그) 시절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당시 경주시민축구단에서 뛰었던 그는 지난해 챌린지(2부리그)를 거쳐 올 시즌을 앞두고 K리그 클래식(1부리그) 강원과 2년 계약을 맺었다.

지난 시즌 클래식 최우수선수(MVP) 겸 득점왕 정조국(33)을 비롯해 이근호(32), 황진성(33), 문창진(24) 등 스타 출신을 영입한 강원의 새 시즌 영입 리스트에서 챌린지 출신은 강지용이 유일하다.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 강원에 입단하게 돼 부담이 된다. 가능성을 보고 뽑아 주신 거라고 생각하고 이번 기회를 인생의 전환점으로 삼을 생각이다."

올 시즌 비상할 준비를 끝낸 강지용을 지난 16일 부산 기장 동부산호텔에서 만났다.

강지용은 인생 역전의 드라마를 쓴 주인공이다. 키 187㎝, 몸무게 85㎏의 탄탄한 체구를 자랑하는 그는 어린 시절부터 명성을 떨쳤다. 장훈고 시절 19세 이하(U-19) 축구대표팀에 발탁됐고, 2009년에는 U-20 대표팀에도 선발됐다. 2009년 K리그 명문 포항 스틸러스에서 입단할 때까지만 해도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그는 데뷔 시즌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2010년 다섯 경기에 출전하며 기회를 얻는가 싶더니 2011년 내내 벤치만 지켰다. 경기 출전 기회를 찾아 2012년 부산 아이파크로 이적했지만 역시 한 경기 출장이 고작이었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방출 통보까지 받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입단을 전제로 중국에서 함께 훈련 중이던 옌볜 FC(중국·현 옌볜 푸더)에서는 돌연 계약을 포기했다. 앞서 그는 2011년 말 세 살 위 친형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집안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었다. 그래서 옌볜의 통보는 더 충격적이었다. 부랴부랴 귀국했지만 K리그 선수 등록 기한은 이미 끝난 상황이었다.

강지용은 "처음으로 '이러려고 축구를 시작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이 캄캄했다"면서도 "어려운 형편에도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해 주신 부모님 때문에 차마 축구를 관둘 수는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런 가운데 그가 선택한 건 K3리그 경주시민축구단이었다. 강지용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K3리그에 와 보니 고교 시절 나보다 실력이 한참 아래라고 생각했던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과 같이 뛰는 신세가 된 자신이 정말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첫 경기 이후 그는 자신이 안일한 생각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포기하려던 강지용을 일깨운 건 동료들의 열정이었다. 그는 "최악이라고 생각했던 환경에서 다른 선수들은 죽기 살기로 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고백했다.

강지용은 초심으로 돌아갔다. 팀 훈련이 끝나고 모두가 돌아간 뒤에 그라운드에 홀로 남아 구슬땀을 흘렸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그는 곧바로 웨이트트레이닝장으로 이동해 떨어진 체력을 끌어올렸다.

이름도 바꿨다. 여태까지만 해도 강지용은 강대호로 불렸다. 그는 "어느 날 아버지께서 '개명을 해 보는 게 어떠냐'고 물으셨다. 형도 떠나보내고 저도 축구가 너무 안 풀리니까 답답한 마음에 제안하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호라는 이름은 큰 '대'에, 클 '호'자를 썼는데 이름만큼 큰 인물이 되진 않은 것 같아 아버지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며 웃었다.

강지용의 아버지는 작명소에서 이름 5개를 받아 왔다. 그 중 현재 '지용'이라는 이름도 있었다.

"눈에 들어온 이름은 터 '지'에, 임금 '용'자를 쓴 '지용'뿐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가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은 톱스타였는데 나도 '지용'이라는 이름을 쓰면 지드래곤처럼 스타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명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2013년 말 이름을 바꾼 강지용은 이듬해 1년 만에 챌린지팀 부천으로 올라섰다. 그는 "그전에 너무 일이 안 풀렸으니 당시에는 새 이름을 얻고 잘되기 시작했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웃었다.

부천 유니폼을 입고 2014시즌과 2015시즌 각각 30경기와 34경기를 소화하며 '수비의 핵'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시즌에는 주장까지 맡아 38경기에 나섰다. 덕분에 부천은 정규 리그 최소 실점 공동 1위(33실점)에 등극했다. 시즌 직후 클래식 빅 클럽의 러브 콜도 받았지만 강지용은 강원을 택했다.

그는 "승격팀 강원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목표로 내거는 도전 정신에 마음이 움직였다. 강원이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천신만고 끝 5년 만에 다시 1부리그 무대를 밟은 강지용은 올 시즌 확실한 목표를 정했다. 바로 '새 이름'을 알리는 것이다.

"팀이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는 데 기여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강지용'이라는 이름 석 자를 알리고 싶기도 하다. 제가 '축구판 지드래곤'이 되겠다."

강지용이 긴 어둠의 터널을 등지고 활짝 웃었다.

기장=피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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