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AG=피플]이름 따라 산다더니..슬럼프에서 깨어난 '金 마그너스'

김용일 2017. 2. 21.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마그너스(왼쪽 세 번째)가 지난 2014년 12월 크리스마스 파티 때 아버지 오게 뵈, 동생 마리에, 어머니 김주현(왼쪽부터)씨와 나란히 찍은 기념사진. 제공 | 브리온컴퍼니

[삿포로=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이름 따라 산다더니….

‘마그너스(Magus)’라는 이름의 의미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있다. 마그너스는 라틴어로 ‘위대하다’라는 뜻이다. 한국 스키 크로스컨트리의 간판 김마그너스(19)는 지난해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자신의 이름 얘기를 하면서 “내가 태어났을 때 ‘먼 훗날 위대한 사람이 되라’는 뜻에서 부모님이 지어주셨다”고 말했다. 한국 친구들이 과거 대우자동차에 같은 이름의 차가 있었다면서 ‘김대우’라는 별명을 지어줬다는 얘기도 웃음을 줬다.

‘이름 따라 산다’는 말이 일리가 있나 보다. 김마그너스가 한국 동계스포츠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 그는 20일 일본 삿포로 시라하타야마 오픈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8회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스키 남자 크로스컨트리 1.4㎞ 개인 스프린트 클래식 결선에서 3분11초40으로 우승했다. 김마그너스는 4명씩 한 조로 나선 16강에서 3분18초87로 조 1위를 차지했다. 8강에서 3분17초58로 4명이 겨루는 결선에 오른 그는 마침내 정상에 서는 데 성공했다. 한국 스키 크로스컨트리 남자 선수가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건 처음이다. 이전까지 1996년 중국 하얼빈에서 열린 3회 대회 남자 10㎞ 부문에 나선 박병철과 1999년 강원도 대회 남자 계주, 2011년 카자흐스탄 알마티 대회 계주, 스프린트 등에서 동메달을 따낸 게 최고 성적이었다. 여자부에서는 지난 2011년 대회에서 이채원이 프리 종목 금메달을 따낸 적이 있다. 불모지나 다름이 없는 한국 스키 크로스컨트리에 김마그너스가 이름처럼 ‘위대한 역사’를 쓰고 있다.

김마그너스가 20일 일본 삿포로 시라하타야마 오픈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8회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스키 남자 크로스컨트리 1.4㎞ 개인 스프린트 클래식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태극기를 뒤로 기념촬영하고 있다. 제공 | 대한스키협회

노르웨이인 오게 뵈(59)씨와 한국인 김주현(56)씨 사이에서 태어난 김마그너스는 2개 국적을 지녔다. 그러나 2015년 4월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했다. 평창올림픽 출전을 바란 그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에 ‘선수가 국적을 변경해 국제대회에 출전하면 향후 3년 동안 IOC 주관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는 것에 따라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하지만 올림픽이 한국에서 열리는 만큼 어머니의 나라 국가대표를 선택했다. ‘설상 강국’ 노르웨이에서도 2013년부터 크로스컨트리 연령별 대회 3년 연속 우승을 한 김마그너스다. 노르웨이 바이애슬론연맹 등에서도 차기 국가대표로 키우려고 했는데 스스로 평창에서 태극마크를 원했다. 그는 한국을 선택한 이유에 “어머니의 나라에서 스키는 비인기 종목이고 열악한 환경이다. 이 종목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부산에서 태어난 만큼 한국이 모국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그가 국내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지난해 2월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에서 진행중인 제2회 청소년 동계올림픽에서 2관왕을 차지하면서다. 특히 크로스 프리 결승에선 2분59초56으로 유일하게 2분대를 기록,개최국 노르웨이 국가대표 토마스 라르센(3분00초73)을 제쳤다.

평창올림픽에 걸린 금메달 102개 중 절반에 가까운 50개가 스키 종목에 걸려 있다. 한국이 목표로 잡은 메달 20개, 종합 순위 4위 달성에 성공하려면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등 전통의 메달밭 외에도 선전을 펼쳐야 한다. 그런만큼 김마그너스의 행보에 관심을 뒀다. 그러나 최근 뜻하지 않게 슬럼프에 빠졌다. 청소년 동계올림픽 성공으로 스키 팬, 미디어의 관심을 받은 그는 지난해 11월과 12월 노르웨이에서 열린 월드컵과 국제스키연맹(FIS) 레이스 등에서 부진했다. 한동안 언론과 접촉까지 끊은 김마그너스다. 그의 에이전시인 브리온컴퍼니 관계자는 “컨디션도 좋지 않고 스스로 부담을 많이 느끼는 것 같더라”며 우려했다. 실제 이번 대회를 3주여 앞두고 평창에서 열린 2016~2017시즌 FIS 월드컵도 감기몸살로 출전 포기를 하는 등 심상치 않았다. 하지만 삿포로에선 ‘내려놓음’을 선택했다. 성적보다 제 경기를 펼치는 데 주력했다. 한 관계자는 “마그너스는 예전에 한국 국적을 선택할 때 아버지가 다소 서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어머니에겐 큰 부담을 드릴 수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최근 부진에 부담이 많았는데 스스로 깨어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고 했다.

노르웨이에서 지내다가 2006년 잠시 한국으로 돌아온 김마그너스(오른쪽) 가족이 2009년 지리산 등반한 모습. 제공 | 브리온컴퍼니

마침내 삿포로에서 치른 첫 경기에서 금빛 레이스에 성공한 김마그너스다. 그는 금메달을 따낸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브리온컴퍼니가 연결해준 국제전화로 노르웨이에 있는 부모님과 통화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올 시즌 뭔가 잘 안 풀리고 있었는데 그것을 털어내는 결과가 나와 홀가분하다”고 웃었다. 그는 15㎞ 프리,10㎞ 클래식,계주,30㎞ 프리 매스스타트 등 4개 종목에 더 출전할 예정이다.

한편 전날 스노보드 남자 대회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이상호(22·한국체대)는 같은 날 삿포로 데이네 스키장에서 열린 스노보드 남자 회전 경기에서 1,2차 시기 합계 1분16초09를 기록하며 금메달을 따냈다. 1분16초80으로 은메달을 따낸 스즈키 유야(일본)를 0.71초 차이로 제쳤다. 전날 대회전에서 금빛 레이스를 펼친 그는 대회 첫 2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kyi0486@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