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년 강사 변신' 前 SK 권용웅, 2번째 위닝샷을 기대하며

2017. 2.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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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학창시절 포함 약 20년 동안 이어왔던 선수생활을 마무리 할 때의 아쉬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이리라. 하지만 권용웅(29)은 “당연히 허무함은 있었지만,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후회는 없다”라며 그 순간을 덤덤히 돌아봤다.

2011-2012시즌 프로 데뷔 후 줄곧 서울 SK에서 뛰었던 권용웅은 2015-2016시즌을 마친 후 구단과 협의를 통해 은퇴하게 됐다. 비교적 빠른 은퇴였기에 아쉬움도 남았지만, 권용웅은 냉정하고도 다부지게 ‘제2의 인생’을 맞이했다. 그리고 차별화된 전략으로 그 길을 걸어가고 있다.

▲ 김승현 상대로 치른 ‘인생게임’

초등학교 5학년 때 농구를 시작한 권용웅은 가드치곤 기동력,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편이었다. 하지만 공간을 활용하는 패스에 능했고, 슈팅능력도 준수했다. 성장세를 거듭한 권용웅은 안양고 재학시절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협회장기 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후 농구 명문 연세대를 졸업한 권용웅은 2011 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9순위로 SK에 지명됐다. 권용웅은 신인 시절 입단 동기 김선형을 비롯해 주희정과 변기훈 등에 밀려 이렇다 할 출전시간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기회는 우연치 않은 기회에 찾아왔다. 그리고 그는 기회를 발판삼아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2012년 2월 19일 서울 삼성과의 원정경기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날 전까지 19경기 평균 6분 출전에 그쳤던 권용웅은 삼성전에서 34분 53초나 소화했다. 또한 권용웅은 팀 내 최다인 20득점에 3리바운드 5어시스트 2스틸을 곁들여 SK의 91-87 승리를 이끌었다. 전성기가 지났다 해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김승현을 상대로 포스트업과 슛을 자유자재로 구사, ‘권용웅’이라는 이름을 알렸다.

“‘AJ(알렉산더 존슨의 별명)’가 부상 때문에 못 뛰게 되면서 갑자기 나에게 기회가 왔다. 국내선수들만으로 경기를 치러야 했는데, 감독님이 가드를 많이 활용하는 농구를 구상하셨다. 감독님 말씀대로 (김)승현이 형을 상대로 포스트업도 자신 있게 했는데, 잘 풀렸다. 졌으면 의미 없는 경기였을 텐데, 연장까지 간 끝에 이겨 다행이었다(웃음).” ‘인생게임’을 돌아보며 권용웅이 남긴 말이다.

하지만 프로농구선수로서 권용웅의 커리어는 길지 않았다. 팀 내에 젊은 가드가 많아 2015-2016시즌을 끝으로 선수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것. 만 28세 때의 일이었다. 프로 통산 기록은 93경기 평균 7분 43초 출전.

“물론 아쉬움이 남았던 게 사실이다. 거의 20년 동안 농구를 해왔는데, 꽃을 피우지 못한 채 그만두게 돼 허무하기도 했다”라고 당시를 돌아본 권용웅은 “하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했다. 마침 SK에서 ‘좋은 기회’를 주셔서 한편으로는 감사했다. 많이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 후회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 새로운 출발선이 된 농구교실

권용웅이 말한 ‘좋은 기회’란 유소년 농구교실 강사였다. SK는 지난해 FA 자격을 취득한 권용웅에게 재계약이 아닌 SK 주니어 나이츠 유소년 농구교실 농구단 직영 운영을 제안했다. 비록 선수생활은 끝났지만, 권용웅에게 농구와의 인연을 이어갈 기회가 주어진 셈이었다.

10여년 동안 주니어 나이츠 농구교실 제휴점이 성황리에 운영되어 왔던 SK는 지난해 7~8월 강남 직영점(강남 YMCA체육관), 목동 직영점(양정고등학교 체육관) 등 두 곳에 구단이 직접 운영하는 주니어 나이츠 농구교실 직영점을 오픈했다. 직영점은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운영되며, 권용웅은 직영점을 총괄하는 SK 유소년 농구교실 팀장이다.

권용웅은 또 다른 강사 1명과 함께 강남점(토요일), 목동점(일요일) 각각 일주일에 하루씩 약 1시간 20분 동안 수업을 진행한다. 권용웅은 “농구 자체가 좋아서 오는 아이들도 있고, 키가 크길 바라는 부모님 손에 이끌려서 온 아이들도 종종 있다”라고 귀띔했다. 실제 SK 농구교실은 농구뿐만 아니라 전문 트레이너가 진행하는 키 크기 트레이닝도 진행한다.

유소년 농구교실은 농구저변 활성화 및 유소년 선수 육성이라는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어린이들이 부담 없이 운동하며 농구의 매력을 깨닫는가 하면, 재능과 분명한 목표의식이 있는 어린이들에겐 엘리트 농구부에 입문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SK 직영점 출신 가운데에도 2명이 중학교 진학 후 정식 농구선수가 됐다.

권용웅은 “농구의 인기가 떨어진 가운데 지역 연고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유소년 농구는 농구의 활성화 및 저변확대를 위해 필요한 시대가 됐다. 나 역시 어린이들이 재밌게 농구를 접할 수 있게 체계적이며, 차별화된 커리큘럼을 만들어놓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농구를 해왔던 만큼, 권용웅으로선 자라나는 아이들이 농구를 배울 때 무엇이 중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 권용웅은 “내가 어릴 땐 선생님들이 틀에 박힌 농구를 가르치셨다. ‘건방지다’라는 인식이 있어 플로터도 마음껏 연습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농구교실은 정형화된 수업방식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기술도 전수해주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개인기에 앞서 기본기를 다지는 게 우선일 터. “나도 뛰는 훈련을 많이 시키는 편이긴 하다. 아이들의 운동량이 적어 체력을 끌어올리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라고 운을 뗀 권용웅은 “기본기에 중점을 두지만, 아이들 입장에서 기본기만 배우면 흥미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기본기에 재미가 가미된 기술도 섞어 지도하며, 틈나는 대로 경기도 치른다”라고 덧붙였다.

권용웅은 또한 “사실 기본기 훈련은 프로선수들도 매일 받는다. 그만큼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어릴 때부터 인지해야 한다. 기본기가 부족한 선수는 프로에 온 후에도 금방 티가 난다는 것을 아이들이 유념했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 ‘차별화 전략’ 스타들의 재능 기부

경험 없이 시작한 일이었던 만큼, 초창기에는 시행착오도 거쳐야 했다. “처음에는 나조차 우왕좌왕했다”라는 게 권용웅의 말이다. 권용웅은 “부모님들도 참관을 하시는데, 아이들에게 말을 전달하는 게 서툴렀던 기억이 있다. 초반에는 중학교 2학년과 초등학교 1학년이 같이 수업을 받다보니 겪는 고충도 있었다”라고 돌아봤다.

하지만 권용웅은 눈높이식 수업을 통해 점진적으로 간극을 좁혔고, 수준에 따라 그룹을 이원화시켜 아이들의 동반 성장도 도왔다. 덕분에 SK 농구교실 직영점에 대한 입소문도 금세 퍼져나갔다. 현재 SK 농구교실에는 약 130명의 아이들이 소속되어 있다. 오픈 초기에 비해 약 60% 증가한 수치다.

권용웅은 “다른 농구교실과 비교해 차별화된 부분 덕분에 부모님들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가방을 비롯한 용품 제공은 물론, SK 홈경기 티켓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웃음). 무엇보다 프로선수들이 재능 기부 형식을 통해 주기적으로 아이들의 수업을 진행한다는 게 SK 농구교실만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실제 SK는 지난 18일 주장 김선형, 최준용이 강남 직영점을 찾아 아이들 지도에 나서기도 했다. 김선형은 “어릴 땐 확실히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게 재밌다. 그래서 나는 기본기를 다진 아이들에게 레그 스루나 비하인드 백드리블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또한 아이들이다 보니 슛 대결 등을 시키면, 승부욕을 갖고 더 재밌게 임하더라”라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했다.

김선형은 이어 “아이들이라 컨트롤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권)용웅이는 체계적으로 시스템을 다져놔서 잘 이끌고 있더라”라고 덧붙였다. 변기훈 역시 목소리를 높였다. “용웅이는 눈높이 교육을 잘한다. 워낙 성격이 밝아 아이들도 잘 따르는 것 같다. 동료한테 들은 얘기인데, 학부모님들이 굉장히 좋아한다더라. ‘잘생긴 선생님이 농구도 잘 가르쳐준다’라며 말이다(웃음).”

▲ 권용웅이 말하는 유소년 농구의 매력

권용웅이 유소년 농구교실을 운영하며 보람을 느끼는 순간. 바로 아이들이 눈에 띄게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때다. “아이들이 가르쳐준 것을 경기에서 시도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라고 운을 뗀 권용웅은 “작년 크리스마스에는 편지도 받았다. 덕분에 농구가 늘었다, 친절하게 가르쳐줘서 농구가 재밌어졌다는 구절을 읽을 때 뿌듯했다. 물론 ‘선생님 잘생기셨어요’라는 부분이 특히 좋았다(웃음)”라고 덧붙였다.

직영점 오픈 후 약 7개월이 흘렀다. 비교적 빠른 시간에 자리를 잡았지만, 권용웅의 시선은 보다 높은 곳을 향해있다. “지금은 주말만 수업을 하는데, 평일까지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내가 수업을 직접 진행할 때나 제휴점 강사님들의 운영체계를 보며 나 스스로도 배우는 게 많다. 유소년 강사 경험을 통해 나 역시 성장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를 토대로 보다 많은 아이들이 농구를 즐겁게 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게 목표다.” 권용웅의 말이다.

아직 ‘팀장’이나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어색할 것 같다는 건 필자만의 착각이었다. 권용웅은 약 7개월 동안 유소년 농구교실 팀장으로 일하며 유소년 농구에 대한 애정을 키워왔고, 견문도 넓혔다. 권용웅은 어느덧 유소년 농구가 농구 저변 확대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전문가로 성장해있었다.

“유소년 농구만의 매력이란?” 질문에 권용웅은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은 습득을 빨리하는 편이다. 실력이 쑥쑥 느는 모습을 보며 유소년 농구의 매력을 느꼈다. 순수하게 농구 그 자체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너무 귀엽다. 내가 아무리 등 떠밀어도 스스로 재미를 못 느끼면,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눈높이식 수업을 통해 농구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줘 희열을 느끼고 있다.” 권용웅의 말이다.

김승현을 앞에 두고 결정적인 득점을 성공시켰듯, 권용웅이 유소년 강사로 또 하나의 위닝샷을 터뜨릴 수 있길 기대해본다.

[권용웅(상·중), SK 농구교실(하). 사진 = KBL, SK 농구단 제공]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pres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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