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오키나와] WBC '어벤져스' 코치진, 그들이 말하는 대표팀

2017. 2. 2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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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대표팀을 이끄는 코칭스태프는 히어로 영화 ‘어벤저스’에 비할만하다. 김인식 감독을 보좌하는 코치 6명의 면면이 선수들 못지않기 때문이다. 한국야구를 주름잡았던 영웅들이 한데 모인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이제 후배들과 함께 영광을 재현하려 한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선동열~김평호~이순철~김광수~송진우~김동수 코치. 오키나와(일본) | 강홍구 동아일보 기자
각자의 위치에서 최고로 꼽히는 이들이 모였을 땐, ‘팀워크’가 반드시 필요하다. 단합된 마음이 없다면 아무리 최고들을 모아놔도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국가대표팀은 그런 자리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은 선수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의 하모니가 으뜸이다.

WBC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2번째로 손발을 맞추고 있다. 2015년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12 우승을 합작했던 김인식 감독과 이순철·선동열·김광수·김평호·송진우·김동수 코치의 진용은 WBC에서도 변함이 없다.

감독 경험부터 수석코치, 각 분야 최고로 인정받는 1군 코치와 2군 감독까지, 코치 6명의 위용만 봐도 만화영화 속 히어로들이 한데 모인 ‘어벤져스’가 떠오를 정도다. 그런데 영화의 스토리처럼 최고의 영웅들이 모이면 오히려 호흡을 맞추기 더 어려운 법이다.

그러나 WBC 대표팀 코치진은 다르다. 이미 한 차례 국제대회 우승을 합작한 만큼,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가 됐다. 대표팀 전지훈련이 한창인 일본 오키나와에서 만난 그들에게 대표팀 코치로 사는 법, 그리고 서로의 호흡에 대해 물었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대표팀이 15일 일본 오키나와 우루마시 구시카와 야구장에서 공식훈련을 가졌다. WBC 대표팀 송진우 코치가 김평호, 선동열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WBC 대표팀은 오는 22일까지 오키나와에서 훈련 및 연습경기를 치른뒤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오키나와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밀당’과 ‘작두 탄 운영’, 감독님을 편하게!

이순철 타격코치는 타자들에게 공을 올려주고, 직접 배팅볼도 던지며 편하게 대화를 나눈다. 이 과정에서 익살스런 농담을 섞어 가면서 선수들의 기분을 컨트롤한다. 뒤늦게 대표팀에 합류한 이대호에게 “김태균이랑 누가 더 빠르냐?”며 웃음을 주고받는 모습에서 빠른 적응을 돕기 위한 즐거운 ‘밀당(밀고 당기기)’이 느껴졌다. 이 코치는 “대표팀은 모두 최고의 선수들 아닌가. 선수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소통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코치 6명이 2번째 호흡을 맞추는데 대해선 “우리가 편한 것보다 우릴 쓰는 감독님께서 편하실 것이다. 우린 열심히 움직이면 된다”며 웃었다.

선동열 투수코치는 투수들이 엄지를 치켜드는 지도자다. 특히 프리미어12 때 그의 환상적인 투수교체 타이밍을 봤던 선수들은 “소름이 돋았다”고 입을 모은다. 2006년 초대 WBC 때에도 투수코치로 활약한 그는 생소했던 ‘투구수 제한’ 규정을 절묘하게 이용했다. 선발이 긴 이닝을 던질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좌·우·사이드암 유형에 따른 불펜투수의 쓰임새를 효율적으로 구분해 작두를 타 듯 불펜을 운영했다. 실제로 김 감독은 선 코치의 투수교체 건의를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그러나 선 코치는 손사래를 친다. 그는 “그저 난 감독님께서 시키시는 대로 바꿀 뿐”이라며 공을 김 감독에게 돌렸다. 이어 “대표팀 선수들은 알아서 잘 하지 않나. 하나하나 잔소리할 필요도 없다. 그저 난 투수들이 3월6일(첫 경기 이스라엘전)까지 컨디션을 100%로 맞추도록 도울 뿐”이라고 말했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대표팀이 15일 일본 오키나와 우루마시 구시카와 야구장에서 공식훈련을 가졌다. WBC 대표팀 김인식 감독이 코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WBC 대표팀은 오는 22일까지 오키나와에서 훈련 및 연습경기를 치른뒤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오키나와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신뢰와 배려, 코치는 조력자다!

대표팀 코치들은 조력자를 자처하곤 한다. 가장 먼저 그라운드에 나와 훈련환경을 살피고, 문제가 없나 점검한다. 배팅볼 던지는 것은 기본이고, 수비훈련에선 실전에 가까운 펑고타구를 날리려 땀방울을 흘린다.

송진우 투수코치는 18일 처음 진행된 라이브배팅에서 투수로 나섰다. 평소보다 몸을 일찍 만들어야하는데다, 실전에서 던질 투수들이 부족한 사정상 대표팀 투수들이 나설 수는 없었다. 결국 2009년까지 현역으로 뛰어 다소 ‘싱싱한’ 송 코치가 중책을 맡았다. 대기하던 타자들은 “여전히 공이 살아있다”며 환호성을 보냈고, 같은 ‘레전드’ 선배 선동열 코치는 “투수 없으면 나가야겠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80구 가량 공을 던지고 땀으로 범벅이 된 송 코치는 “코치 중에서 이만큼 던질 사람이 나밖에 없다. 감독님께서 타자들이 빠른 공을 봐야 한다고 하셨는데 스피드가 안 나와 부끄럽다.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우린 여기에 선수들을 도와주러 온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평호 1루코치는 모두가 인정하는 주루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다. 그러나 대표팀 훈련장에선 ‘도우미’를 자처한다. 그는 “지금 당장 주루 쪽에서 해줄 수 있는 건 없다. 전력분석 영상이 확보되면 그때 상대를 분석하면 된다. 기술적으로는 말해줄 것도 없고, 각자 소속팀이 있어 조심스럽다. 그래도 집요하게 묻는 선수들에게만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김동수 배터리코치 역시 대회 전엔 포수들이 투수들의 공에 잘 적응하는 데만 신경을 쓴다. 자신이 감독으로 있는 LG 2군이 인근에 캠프를 차렸으나, 대표팀에 집중해 휴식일에만 들렀을 뿐이다. 그는 “지금은 본업이 대표팀 아닌가. 포수들에게 기술적으로 해줄 말은 없다. 상대의 장단점에 대해 실전 때 얘기해주면 된다. 지금은 우리 투수들의 볼을 최대한 많이 경험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치진의 ‘맏형’인 김광수 3루코치는 2번째 호흡이라 오히려 더 코칭스태프끼리 조심스럽게 접근한다고 했다. 그는 “결과를 내야 하기에 우리도 책임감이 크다.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게 더 어렵다. 알면 알수록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서로 신뢰하고, 서로를 배려하면서 해나가고 있다. 그게 소통이고, 호흡인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선수들과도 마찬가지다. 뭐라고 강요하지 않아도 최고의 선수들이기에 각자 몸을 잘 만들고 있다. 모두 목표의식이 확실하다”라고 덧붙였다.

오키나와(일본)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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