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호한 헌재 "朴 대통령 출석 여부 2월 22일까지 밝혀라"

이경원 양민철 기자 입력 2017. 2. 21.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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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차 변론 '朴측 요구' 대부분 거부.. 내달 13일 이전 결정 의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5차 변론기일인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 대통령 대리인 이중환 변호사가 귀를 쫑긋 세우며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서석구 변호사, 왼쪽은 이동흡 변호사.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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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 피청구인인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직접 헌재에 나올 것인지를 22일까지 밝혀 달라고 20일 주문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만일 나온다면 헌재법에 따라 소추위원과 재판부에서 신문을 할 수 있다고 명확히 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만일 출석하신다면 질문에 대해 적극적으로 답변하는 편이 피청구인(박 대통령)에게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헌재는 “변론기일이 종료된 이후 대통령 출석으로 기일을 열어 달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린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이 헌재에 직접 나온다는 이유로 일정을 조율하며 심판 기일을 늦출 수는 없다는 선언이었다. 다만 현재 24일로 지정된 최종변론기일을 3월 2∼3일로 연기해 달라는 박 대통령 측 요구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겼다. 헌재는 “피청구인의 출석 여부를 말해준다면 진행 상황을 보고 재판부가 결정해 말하겠다”고 했다.

헌재의 큰그림

박 대통령 측은 “대통령이 신문을 받는다는 게 국가의 품격에 좋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다른 계기가 없으면 최종 변론기일은 24일에 열리고, 박 대통령 파면 여부는 이 대행 퇴임일인 다음달 13일 전에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이날 제15차 변론기일에 불출석한 김기춘(78·수감 중)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재소환하지 않겠다고도 결정했다. 박 대통령 측이 증인으로 신청한 고영태(41) 전 더블루케이 이사에 대해서는 “이미 취소된 증인의 재소환은 부적절하다”며 채택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 측은 ‘김수현 녹취파일’의 검증 신청도 기각된 채 변론기일이 종결되자 급기야 대심판정 내에서 고성을 지르며 반발했다. 김 전 실장이 재차 불출석하면 증인 신청을 철회하겠다 약속했던 박 대통령 측이었다. 박 대통령 측이 “김 전 실장이 24일엔 나올 수 있다”며 증인신문을 미루려 하자 이 대행은 “약속을 하신 뒤 또다시 그렇게 말씀하시면 방청석에서 보시기에도 안 좋다”고 은근히 꾸짖었다.

헌재가 한쪽 편만 드는 건 아니다. 이달 초 박 대통령 측의 신청 증인 8명을 일거 채택했을 때에는 국회 측이 “헌재가 지나치게 공정성에 집착한다”며 재판부를 원망했다. 다만 헌재는 당시 절차적 정당성을 획득함과 동시에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하면 재소환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 원칙은 박 대통령 측의 신청 증인이 대거 불출석하는 요즘 신속한 재판 진행의 근거가 되고 있다. 실제 출석한 이들의 증인신문에서 눈에 띄게 새로운 사실관계가 도출되지는 않았다.

곳곳 정반합(正反合) 묘수

헌재는 검찰 수사 내용 증거 채택에서도 묘수를 뒀다. 대통령의 법률위배행위 등이 고스란히 담긴 검찰 진술조서를 두고 국회 소추위원 측은 ‘확인된 사실관계’라고 주장했다. 반면 박 대통령 측은 “검사가 묻고 싶은 것만 물은 것”이라며 진술 내용을 재확인해야 한다고 맞섰다.

헌재가 찾은 결론은 변호인 입회 하에 작성되고 이의가 제기되지 않은 조서들을 증거로 인정하는 것이었다. 불필요한 증인신문을 피하고 풍부한 진술 내용들을 탄핵심판 자료로 활용하는 동시에 공정성 측면에서도 할 말이 없게 만드는 결정이었다. 검찰 조사 시 이의가 제기된 유일한 사례는 최순실(61·수감 중)씨의 경우였는데, 최씨는 헌재에서 장시간 증언한 내용들로 충분히 갈음할 수 있었다.

박 대통령 측은 검찰 수사 내용과 언론 보도 내용을 신뢰할 수 없다는 불안감을 계속 보였다. 헌재는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가 이뤄졌다는 형식적 사실만 인정할 뿐 내용의 진위는 재판부가 재차 판단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말했다. “기사 내용대로라면 재판을 뭐하러 더 하느냐”는 언급도 있었다.

양측 입장이 가장 첨예하게 맞선 대목은 선고기일 문제였다. 헌재는 아예 말을 하지 않는 편을 택했다. 박한철 전 소장이 퇴임 전 “3월 13일 이전에 선고돼야 한다”는 뜻을 보인 데 대해서도 ‘개인적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대통령의 직무정지가 큰 사회적 손실을 낳으며, 그 때문에 조속한 결론이 필요하다는 대의명분을 제시했다. 헌재가 내세운 명분에 양쪽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경원 양민철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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